“한두 글자 사전”의 프롤로그 by 아빠
우리 가족은 아내, 딸,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다. 아내의 소원 중 하나가 가족 북클럽이었다. 딸도 엄마 아빠와 같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곁으로 가끔씩 듣고 있던 차였기에, 가족 북클럽은 내가 문제였지 언젠가는 우리 가족이 같이할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동안 나는 말하고 싶었던 나의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나의 거대한 소심함과 어리석은 쑥스러움으로 말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시작하는 용기에 기적이 숨어 있다 했던가, 어느새 나는 글을 쓰고 있고 나는 변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우주를 선물 받은 기분이다. 딸의 생각을 조금씩 알게 되었고, 아내의 생각에 공감하게 되었다. 나에게 기적이 일어난 거다. 가족에게 부끄러웠던 그동안의 나. 나를 초월하는 새로운 시작이 된 거다. 매주 토요일 아내와 딸이랑 그 기적을 같이 하고 있다. 합평하며 나도 편집되어 두 사람은 ‘뭔 소리야 아직은 아니야’ 할 수도 있겠지만, 딸과 나 아내와 나 우리는 같은 편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말할 땐 누군가의 가슴에 꽃을 심는다는 마음으로 하라 했던가, 나는 용기내어 아내와 딸한테 말 대신 글쓰기의 꽃을 심었고, 그 꽃의 향기로 분노와 후회를 조금이나마 덜어 볼까 하는 욕심마저 생겨났다. 가족의 일원으로 나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두 사람이 잘 끼워주지 않는다고만 생각했다. 아내와 딸이 더 멀어져 가는 느낌이었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막연하게 믿었던 것도 사실이다. 마음을 담은 사과도 필요했지만 용기도 없었다.
막상 해 보니 말하는 것보다 글쓰기에는 선명성이 있다. 진심어린 사과를 꼭 말로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이제 남편이 아니라 우리 편이 되어 주길 바라는 고도의 전략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글쓰기의 용기를 준 아내와 딸의 응원이 눈물 나게 감사하다. 나는 오늘도 그걸 깨닫게 해 준 글쓰기를 다듬는다.
나는 계속 합평의 제물이 될 거다. 그리고 편집될 거다.
“한두 글자 사전”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