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엄마랑 아빠랑
벚꽃이 절정에 이르렀다. 흐드러지게 허벌나게 환장하게 피었다. 허벌나게는 ‘굉장하다, 양이 푸지게 많거나 정도의 심함’을 뜻하는 전라도 방언인데 특히 만개한 벚꽃에게 잘 어울려 자주 쓰는 표현이다.
벚꽃이 절정기에 이르면 꼭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친다. 강풍이 예고된 날 꽃보라를 기대했지만 벚나무가 꽃이 달린 가지를 통째로 떨어뜨릴지언정 꽃잎을 낱낱이 떨구지는 않았다.
태풍 같은 비바람에도 꽃은 꿋꿋했다. 꽃은 가야 할 때를 자신이 결정하는 듯하다. 꽃이 지는 건 바람 때문이 아니라 떨어질 때가 되어서였다. 꽃이 질 때도 다 때가 있다.
* "한두 글자 사전"은 아빠가 주로 쓰고 엄마와 딸이 거들고 딸이 편집하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