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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Jan 17. 2024

일에서 마주하는 상황 4.

내 일만 할 수 있나요? 모든 팀은, 조직의 일부인데요

되돌아 보니 나름 자기계발에 열심이었던 나는, 조직문화/성과관리/보상/평가/리더십/교육 등의 HR 분야에 대해 많이 배웠지만 막상 실행하려 할 때 조직의 상황은 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회사의 사업이 잘 되고 안 되는 상황을 모두 겪어보니, 모든 조직에 꼭 필요한 인사(HR)의 일이라면 잘 되고 안 될 때에 맞추어 일이 달라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상황에도 변하지 않아야 하는 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역시 사업일테다. 내가 속한 회사, 그 회사 사업의 시장, 사업의 내용, 사업의 상황, 고객을 보거나 알려 하지 않으면서 조직문화는 이런 저런 진단 해봐야 한다, 진단 할 때는 이런 방법과 툴을 써야 한다, 진단 결과로 이런 걸 해야 한다, 혹은 다른 곳은 이런 걸 하고 있다, 라는 얘기들에 혹 할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나는  했던거 같다.


# 회사가 성장일 때,

뭐든 해도 잘 되었던 것 같다(같다라고 한 것은, 정확히 잘 되었는지 비교해 보지 않았어서). 이런 저런 이벤트, 리더가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면 있어 보이게 만들기만 해도 그때는 잘 되었었다. 이걸 하겠다고 해도 OK, 저걸 하겠다고 해도 OK. 예산도 생각보다 후 했으며, 그렇게 돈 많이 쓰고 다녀도 딱 한번 부사장으로부터 '교육이 이벤트냐?'란 말 한번 외엔 다 필요하고 다른 회사도 하는 교육이라며 진행했다. 그래서, 뭐가 나아졌느냐? 당연히 성장일 때니 교육 후 직원들이 활기도 띠고 분위기도 밝고 함께 이 얘기 저 얘기 많이 나누며 그 분위기가 유지되었다. 그러면 우리의 일은 나아졌나? 교육해서 조직의 일은 잘 되어가고, 다른 문제 없이 돌아갔나? 그건 또 아니다. 늘 같은 문제, 반복되는 문제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분위기만 다르다고 느낀 것 같다. 매출 올리느라 바쁜데 적당히 하는 척 하다가 만 일도 숱하다. 그 많던 TFT는 무얼 남겼나? 


#회사가 위기일 때,

그렇지 않아도 성숙기라 몸조심하며 살아야 할 때, 리스크가 터져 타의반 자의반 쇠퇴기를 겪었다. 도망가기 바쁜 직원들 자리 뒷처리에, 계속된 적자, 매출을 타개할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연명기로 가서 생명을 조금 더 연장할 건지 과감하게 사업의 피봇팅을 준비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경쟁력도, 자금도, 리더의 전략도 부재했다. 이것도 하지마라, 저것도 하지마라, 줄여라, 빼라. 아무것도 안하는 데, 그래서 조직은 뭐가 나아졌나? 아니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껴썼는데도 적자고, 늘 어렵다고 했다. 분위기가 움츠러 들긴 했으나 위기 의식을 느껴야 할 때로 받아들이고 더 와해 되지 않도록 혹은 직원의 이탈이 갑자기 심해져 조직 운영이 어렵지 않도록 방어에 최선이었다. 그래도 똑같이 같은 문제, 그 문제를 해결하는 분위기만 달라지게 하거나 다르게 하고 있다고 느낀 것 같다. 매출이 최선이라 매출 올리는 거 말고는 다 안한다. 그래서 다들 이유 없이 바쁜데 사람, 돈, 시간 없다고 하던 일도 안 한다. 전략이 아니라 돈이 안되서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뭐가 문제지. 다들 이렇게 하고 있나? 우리만, 아니 나만 이런가? 분명히 문제가 있는거 같은데 그 문제가 무엇인지 몰랐다. 성장의 시기에 회사 어려워 질 상황을 알고 준비하면 다행이지만 그렇게 준비하거나 준비하라고 하는 리더는 없다. 다만 성장의 시기는 빨리 빨리, 지원해야 하니 직무교육 위주로, 승진하면 붐업이 필요하니 동기를 팍팍 넣어주는 돈 많이 쓰며 이런 기회도 있음을 느껴 도취하게 만드는 것 위주. 그런데 어려움을 겪으니 왜 돈을 (내가 쓰라고 결정한것도 아니지만) 안 써도 나아지는 건 없는 걸까?



#조직도 사람과 같다

다른 사람이 부럽다고 그 사람처럼 살면, 행복할까? 그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행복을 갖을 수 있지만 그 행복의 수준에 만족하는 건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우리 조직이고 우리 사업이면 우리의 방향이 더 중요하다. 남 따라 할 시간에 우리끼리 더 많은 대화를 해야한다. 그래서 조직의 일이 사업이나 고객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하고, 그 일이 일대로 잘 진행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이 무얼 하건 간에, 중요한 건 우리 조직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에서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고 목표가 다시 다음의 목표에 반영이 되며, 그 과정의 운영이 최선의 방법일 수 있는지 매순간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일종의 빌드업이 필요한데, 이 빌드업을 생각보다 잘 하지 못한다.  


그저 이 일은 니 일, 내 일 하는 것이 제일 바보같은 짓이다. 모든 부서의 일은 결국 사업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고객을 직접/간접적으로 만나는 직무이건 관계 없이 우리 모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서로가 맡고 있는 책임의 영역이나 수준이 다르겠지. 그리고 그 일들은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상호작용한다. 결국 사람이라 완벽할 수 없으니 상호보완적 존재로 생각하고 이 일이 사업에 중요하다면 '니가 해라', '내 일 아니다'가 아니라 사업에서 어떤 기여를 얻기 위해 이 일이 되어져야 하는지 협의하는게 더 빠르다. 

나만 잘한다고 사업이 잘 될까? 결국 각자가 가진 전문성을 기반으로 우리 사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일로서 증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증명이 우리가 목표한 고객에게 더 많은 거래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하고 그 고객과의 관계를 지속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하지만, 우리의 사업이 그나마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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