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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Feb 05. 2024

배움의 방법에 대한 재고민

교육 업무를 하며, 교육의 주체가 누구여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수시로 하면서 교육 이론을 공부하고자 대학원에 진학했었다. 그렇다고 내 스스로 맘에 들어할 실력을 갖추었느냐 하면 또 그렇진 않다. 왜냐하면 내가 주체가 되어 학습하지 못한 이유가 컸다. 주체가 중요하다 하면서도 정작 일하거나 논문을 위해 관련된 학습방법을 연구한 것이니 말이다. 


논문 때문에 연구한 학습방법은 플립드러닝이었다.

플립드러닝은, 사전에 선생님이나 교수자가 제공한 영상을 통해 사전학습 후 수업에서 학습한 내용에 대해 토론하거나, 같이 학습하는 사람과 문제를 푸는 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말한다. 사전에 온라인 등으로 영상이 제공되니, 정보기술의 도움과 활용도 필요하며 심지어는 학교 수업에 오지 못하는 경우 사전 학습이 본 학습으로 대체되는 장점도 있다. 당시 기업 내에도 플립드러닝을 도입하는 사례도 많이 있었으니 획기적인 방법이긴 했으나 나는, 오히려 PBL(문제기반 학습;Problem-based Learning)이 더 궁금했다. 기업 내 구성원으르 대상으로 한 조사라서 성인교육에는 PBL이 더 맞다고 생각했다.


플립드러닝 조차 학습자중심 교육방법이라 하지만, 결국 사전 학습으로 제공된 정보나 자료는 교수자의 의도가 반영된 내용이다. 그를 통해서 본 수업을 통해 내용을 주고 받으니, 학습자의 생각 자체가 많이 스며들기 힘들다. 차라리 사전-사후 학습을 통해 성적이나 기억이 좋아질 수는 있겠다. 내가 PBL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사전에 문제를 공유하고, 그 문제에 대해 (물론 교수자의 학습 설계가 상당히 중요하다) 고민하고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서 본 학습에서 토론을 하거나 질문을 통해 학습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물론 PBL도 한계는 있다. 다만, 우리가 조직 구성원의 교육을 통해 의도하는 것이 무엇일까?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말 잘 듣고 일 처리 빠른 사람이라면 이것은 앞으로 AI가 대체해준다. 그러니 로봇을 사면 된다.  




그러나, 방법이 무엇이든 정해진 답을 맞히기 위해 진행되었던 학습은, 대부분 표면 학습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시험의 성적을 위해 외우는 정도의 수준이다. 정말 공부 잘하는 몇몇을 제외하더라도 그들 역시 성적을 받기 위해 공부하는 이유는 같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학습의 주체가 학습자 본인이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런데 학교 교욱만큼이나 기업 교육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당장 써먹기 위해 하는는 교육으로 수강 태도나 만족도가 높다한들, 정말 배웠을까?라는 의구심은 늘 떠나지 않는다. 그래도 어떤 교육이든 아무리 좋고 뛰어나도 '스스로 하는 개인'을 넘어서지 못한다. 스스로 하는 개인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거나 알고 싶어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배우고, 배운것을 다시 생각하고 찾아보고, 견주어 보며 다시 추론하고 공유하는 사고의 과정을 즐긴다. 

조직의 시니어가 되고 보니, 학습편의성에 의존해 더 찾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그렇다. 누구의 생각인지 모르는 의견을 가져다가 말하고 일한다. 대부분 또 잘 질문하지 않는다. 있어보이는 말에 현혹된다. 대충 이해한다. 그리고 안되면 외운다. 그 습관이 쌓여간다. 나중에 우리는 어떤 직장인이 되어 있을까? 이렇게 배워 원하는 일이나, 연봉을 받을 수 있을까?   


기업 내 교육은 대부분 강의로 많이 이루어지고, 시간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나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AI가 점점 AGI로, 범용화의 시간이 빨라질수록 우리의 문제 해결력이나 비판적 사고 능력이 더 중요해 진다고 한다. 그래서 방법으로 교육만 쓰지 않고 조직 내 여러 방법으로 학습을 할 수 있는 학습거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직이란 거대한 시스템에서, 그 안의 일하는 무수한 사람들간의 상호작용이 문제를 일으키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 우리는 일한다. 결국 교육이란 게 어떤 시간이나 시점이 있다기 보다는 일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회의', '질문' 등에 문제 기반의 학습 방법을 많이 적용해야 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문제에 대한 고민은,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과 결과를 보게 만들고, 원인을 찾아 그 문제의 근원이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의 추론을 만들게 한다. 그럼 스스로 개념에 대해 배우고 배운 것을 토대로 정의를 내려보기도, 분석/비교, 대조해보며 자기 만의 생각을 담고 논리를 갖추고 설명하기 위해 하는 노력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적어도 자신의 생각만큼은 아무나 쉽게 모방하기 힘들고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 밑바탕을 쌓고 갖추는 것에 진짜 주인이 되어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하나를 알더라도 적어도 왜 그렇게 되어야 하는지 나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으며, 그 설명이 나름 논리를 갖추고 납득이 가능하도록 말이다.


AI보다 나은 인간은 없을 듯 한데 나를 위해,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학습, 배움의 노력을 위해 목표를 세워야 하지 않을까? 내가 하는 노력은 누구를 위해 누구의 반응을 위해 하는 노력인가? 지금은, AI도 머신러닝에 딥러닝까지 하는 시대이니 만큼, 사람인 우리도 표면학습에서 심층학습(딥러닝)으로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누구로부터 대체될 수 없는 나의 커리어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기존 학습의 방법을 바꾸며, 외우는 것이 아니라 바탕에 숨겨진 기본 원리를 찾으려 하고 그 원리를 생각하는 나의 논리를 갖추고, 기존 알던 것에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누가 던지는 말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묻거나 확인 해보는 노력 말이다. 그런 것을 기업 내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장치들은 무엇이 있을까..고민해 본다. 우리가 발명한 것 중, 조직이라는 발명품이 상당히 위대하다는 것, 조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 그럼 조직을 왜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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