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5/07/2024050790065.html
스포츠 중 야구를 좋아합니다. 남편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만났고요. 회사 동료들과도 잠실경기장을 자주 다녔네요. 좋아하던 팬이 은퇴해서 이전 같은 애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주 챙겨봅니다. 이 기사는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조직에서 HR을 담당하기에, 인성 나쁜 직원을 회사라는 버스에서 내리게 하는데도 많은 고려가 필요하고 내리게 하는 것 역시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오재원 선수의 논란은 늘 많았어요. 팬이 뽑은 예의 없는 선수 1위일 정도로 인성 논란이 잦았습니다.
가끔, 밸런스 게임으로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일 못하는 착한 직원 Vs. 일 잘하는 나쁜 직원'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고요.
전, 둘다 선택하지 않고요. 둘다 내 보내려고 할 겁니다. 왜냐하면 회사는 누군가를 교화시키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누구든지 함께 일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는 곳이 되어야 하죠. 그런데 누군가로부터 그 합이 불협화음을 낸다면, 그때부터는 고민해 봐야 합니다. 일 잘하는 게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라면, 조직은 이미 조직으로서의 의미가 없으니까요.
위 기사는 '일 잘하는 나쁜 직원'을 방치한 폐해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봅니다.
오재원 선수가 팀에 미친 영향도 있죠. 오래도록 두산베어스 팀에 있으면서, 성적도 좋았으니까요(국가대표 선수입니다;;). 그런데 코치진도 뭐라고 못할 만큼 성격이 강한 선수라고 합니다. 이 사실을 구단, 감독, 코치, 동료 선수들은 몰랐을까요? 알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실력이 괜찮으니 넘어간거죠. 결국, 이 사건이 터졌습니다.
오재원 선수의 수면제 대리처방 강요-협박이, 위계질서가 분명한 스포츠에서 후배들은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조직이 일 잘하는 선배가 나쁜 행동을 해도 눈감아 주었기 때문에 나쁜 행동의 폭주가 선을 넘어 버리게 된거죠. 아마 이 사건이 지금 터지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희생이 생겼을 겁니다. 그럼에도 선배가 되어서 범죄란 걸 알면서 기량도 펼쳐보지 못한 2군 선수들의 커리어까지 망친 것은 정말 개인적으로도 화가 납니다.
제 경험상 조직 내 좋은 행동은 빠르게 따라하거나 전파되지 않지만, 나쁜 행동은 빠르게 소리없이 전파되더라고요. 그래서 조직에서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방치하고 내버려 두는 순간부터 조직의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깨진 유리창 법칙이 있죠). 좋은 행동을 강화하고 돋우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좋지 않은 행동은 고치거나 수습하는데에는 더 많은 비용과 시간, 노력이 듭니다. 고친다는 건 이미 문제가 발생한 것이고요. (그래서 인재상에는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보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사람을 적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조직에 인성 나쁜 직원이 있다면, 주변 직원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력만 있다면 무례하고 맘대로 해도 되는구나라고요. 그리고 그런 직원들은 다른 성실한 직원들의 근무 의욕을 꺾고요. 나쁜 직원이 권한까지 갖는다면, 옆에는 또 간신이 생기게 마련이죠. 주변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물론, 조직 내 다른 갈등을 유발시키기도 합니다. 두산베어스의 후배들은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을까요? 그들은 더 나은 실력을 내고 있었을까요? 전혀 아닐겁니다. 오히려 불안하고 초조하며 운동에 집중하기 보단 연락이 안오길, 어떻게 약을 받을지를 더 고민했을 겁니다.
두산베어스는 '나쁜 인성'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내버려 둔 잘못을 감당해야 합니다.
이미지는 물론이고, 팀내 옳지 않은 부당한 요구를 말할 조직내 분위기를 만들지 못해 젊은 선수들을 범죄자로 만들었고요. 아무리 강요라지만 법적 처벌을 100% 면하긴 어렵고요. KBO-구단 징계까지 받으면 젊은 선수를 기껏 키워 놓고 기용도 못하게 되어 전력에 비상이 생겼죠. 변호사 선임비에, 훈련에 참석 못한 선수 개인의 역량 하락, 주변 동료들의 어수선함과 불안함, 이 모든 혼란에 2군이나 1군 팀이나 경기에 집중이 될 리가 없을 겁니다. 전력은 곧 팀 성적에 영향을 미치고요. 그래서 이런 나쁜 인성을 방치하면 그 피해는 늘 조직이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경고를 주었음에도 자주 반복해서 무례한 인성이 보인다면, 저는 조직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이 인성 나쁜 직원을 놔 둔다는 것은, '너도 실력을 갖춰 그렇게 해'라거나 '다른 직원에게 그 고통을 감내하라'는 조직의 메시지가 됩니다. 마치 이 나쁜 직원을 개선시켜 끌고갈 생각은 없으니 옆 사람들이 참으란 소리죠. 그런데, 또 기업의 조직은 스포츠팀과 달리 성과가 명확하지 않기도 합니다. 조직 내 일 잘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회사도 많죠. 그래서 일 잘하는 사람이 얼마만큼 사업에서의 영향력이 있는지 모른다면(알아도), 굳이 인성 나쁜 직원으로 다른 직원의 의욕까지 꺾게 만드는 것이 더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영향력을 내어도 늘 시한폭탄이기 때문에 그 불안을 함께 안고 가야 하고요. 이런 분위기에서 조직의 목표 달성이 잘 되고, 직원들은 동기 부여 받으며 일 할 마음이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두산베어스 라인업을 보면 20대 선수는 찾기가 힘듭니다. 팀의 세대교체가 잘 일어나지 않는 팀이기도 하죠. 앞으로 이 팀의 성적이 궁금해 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