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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요리 Mar 18. 2021

출근이 그리워지는 순간

그런 순간이 있더라

   "아무튼 출근" 이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봤다. 

은행원, 개발자 등의 직업을 가진 직장인들의 일과를 보여주는 V-log로 구성된 프로그램인데,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을 해서 일하고, 미팅하고, 전화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출근해서 일하고 싶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런 내가 당황스럽다. 


회사를 다닐 때는 하루하루 지겹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일하는 팀의(HR) 특성상 수익을 창출하는 부서도 아니었고, (사실은 아니지만) 뭔가 회사를 대변하는 "갑"의 입장이라는 오해탓에 타 팀의 견제가 늘 존재했고,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있었다. 물론 종종 일이 즐거운 날도 있었지만, 늘 퇴근시간을 기다리고 주말을 기다리며 지냈다. 휴직을 코앞에 두고는 밀려드는 전화와 메신저에 내가 내 일을 정리할 시간조차 없음에 늘 마음속에 짜증이 가득했었다. 


휴직을 한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휴직자"로서의 나의 삶에도 아주 만족을 하고 있다. 월요병 걱정없는 일요일 저녁, 평일 낮에 누리는 여유도 좋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없으니 정말 스트레스 제로의 삶을 살고 있다. 도대체 난 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내 일을 하는 즐거움과 성취감, 바쁘게 일하고 퇴근할 때 느끼는 뿌듯함, 생산적인 하루를 살았다는 그 느낌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아득하다. 물론 지금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하고 느끼는 감정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일 외에도 직장동료들과의 짧지만 즐거웠던 점심시간, 매일매일 전화로 메신저로 싸우는 전쟁같았던 업무시간이 가끔 그립다. 

또 하나의 이유는 월급이다. 매달 꼬박꼬박 내 통장으로 들어오는 내 월급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물론 아주 감사하게도 양가 부모님께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시고, 남편도 내가 쓰는 돈에 대해 터치를 하지 않지만, 내가 번 내 돈으로 소비를 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돈으로 내가 뭔가를 하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요즘은 찰떡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쓰고나서 복직 후 어떻게 육아를 하면서 일을 같이 해야할지가 나의 가장 큰 고민거리이다. 일도 놓치고 싶지 않고 아기도 사랑을 듬뿍 주면서 잘 키우고 싶다. 남편이 워낙 바쁜 탓에 아마도 내가 거의 주 양육자가 될텐데 나 잘할 수 있겠지? 


#내가출근이하고싶어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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