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요리 Sep 06. 2021

출산 그리고 단유

딸은 50일이 되었고, 나는 단유를 하기로 했다.

임신과 출산도 어렵지만 모유수유도 쉽지 않다. 

7월에 태어난 딸은 오늘로써 50일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단유를 결심했다. 

경험하기 전에는 최소 6개월은 수유를 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모유수유 그냥 젖 물리면 되는거 아니야? 생각했었는데, 모유수유가 임신과 출산만큼 어려운 일일 줄이야... 

우리의 마지막 모유수유 Day 

조리원에서는 모유 양이 부족한 것 같아 1차 스트레스였다.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삼시세끼를 열심히 챙겨먹고, 모유촉진차를 마셔서 간신히 양을 늘려놓으니 조리원 퇴소 후 유구염과 유두백반이 찾아왔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과정은 엄마인 나만 경험할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고, 실제로도 수유하는 중에 아이를 보면 너무너무 행복했었다. 하지만 염증이 생기고 유두백반이 올라오면 가만히 있어도 아프고, 수유를 하면 바늘로 콕콕찔리는 느낌이 쉬지 않고 들어서 그 행복감을 온전히 느낄 수가 없었다. 수유시간이 다가오는게 무섭게 느껴지기도...  

간신히 마사지로 제거를 하고 뭉친 부분을 풀어놓으면 몇 일뒤 또 재발하는 일이 반복되고, 왼쪽이 나아지면 오른쪽이 말썽이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고기, 기름진 음식, 밀가루, 단거를 먹지 말라고 했다. (뭘 먹으라는 건지... ㅠㅠ)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도 조금 괜찮아지면 "그래, 100일은 해야지!" 라는 마음이 들었다가, 한밤중에 통증이 찾아오면 "당장 내일부터 분유로 갈아타겠어!" 로 마음이 변했다. 가족들은 모두 단유를 하고 분유를 주라고 했지만, 당사자인 나는 정작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주말 한입먹고 자지러지게 울고, 또 물리면 뿌에에엥 계속 우는 아이에게 도대체 왜 짜증을 내는거냐며 신경질을 내는 나를 보면서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짜증내서 미안해...귀요마) 


게다가 남편은 너무 바빠서 평일 저녁에 거의 혼자 아이와 있어야 하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편하려면 분유를 주고, 남는 에너지로 아기와 더 신나게 놀아주는게 나을 것 같다. 요즘은 분유 퀄리티도 좋고, 그 누구도 나에게 모유수유를 강요하지 않지만 마음한편에는 어쩐지 좀 미안한 마음이 자꾸만 든다. 오늘은 수유를 하면서 아기에게 오늘까지만 수유를 하는거고, 내일부터는 안녕을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는데, 헛헛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하다. 가슴통증에 딸을 안아주고 놀아주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나의 짧지만 강렬했던 모유수유 안녕. 

작가의 이전글 우리 아빠는요? (ver.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