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있는 살림
맞벌이 부부로 살면서 우리는 각자 수입을 각자 관리해왔다.
공동으로 비용을 모아 생활하지 않고 각종 생활비 (생필품, 관리비, 아이 관련 비용 등등)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반전세이기 때문에 집 월세, 시터 이모님 급여 등은 남편이 부담하는 등 아주 대략 구분하여 생활을 해 왔다. 솔직하게 말하면 아주 부족한 살림은 아니었기에 규모 있게 생활하지 않았던 것 같다.
부끄럽지만 결혼 6주년이 된 올해, 불과 지난달부터 나는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남편과 지금 우리의 소득, 저축, 목돈이 나가야 하는 부분 등등을 구글 스프레드 시트에 정리하고, 우리의 목표 (특정 지역에 있는 집의 매매 --> 나의 바람이자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저축액, 월별로 어느 정도는 모아야 한다를 정했다. 진작 했었으면 더 큰돈을 모았겠구나 생각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한 게 어디야!! (초긍정)
평소 과소비를 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막상 내가 돈을 쓰는 내역을 기록하고 보니 생각 없이 빠져나가는 돈이 정말 많았다. 고정적으로 나가는 관리비, 통신비, 교통비, 보험료, 기타 (비데, 정수기 등), 그리고 기부금과 가족회비 등 당장 줄이기 어려운 비용들만 해도 거의 100만 원. 그 외에 아이 관련해서 꼭 사야만 하는 기저귀, 우유, 식재료 등의 비용 등 줄이기 어려운 비용이 생각보다 많다. ㅠㅠ 조정이 어려운 비용을 제외하고 나니 줄일 수 있는 건 나의 불필요한 인터넷 쇼핑이나 외식비뿐이더라... 이제 막 한 달 정도 가계부를 썼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씀씀이를 줄이는 게 쉽지 않아서, 일단 사소한 것부터 줄여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1. 스타벅스 커피: 출근길 마시는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내 일상의 활력이었기에 당장 딱 끊어버릴 수가 없었다. 대신 자동 결제되도록 등록해둔 카드를 해지하고, 한 달에 5만 원 안에서 쓰는 걸로 그 외에 여기저기서 선물 받은 쿠폰 등을 알차게 쓰고 있다.
2. 불필요한 인터넷 쇼핑 줄이기 + 물건 살 때 이틀은 생각해보고 사기: 요즘은 카드 등록도 할 필요 없이 핸드폰에서 간편 결제가 되니 손쉽게 이것저것 사게 되었는데,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일단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려고 한다. 생각해다 보면 크게 필요 없을 것 같아 안 사게 되거나, 운 좋게 세일 타이밍에 걸려 득템 하는 경우도 생기더라!
3. 불필요한 물건 정리하여 부수적인 수입 만들기: 안 쓰는 가방, 옷, 살림살이를 정리하여 집도 깨끗하게 하고 부수적인 수입도 만드는 중. 사실 생각해보면 어차피 중고로 팔 거... 안 쓸 거 같은 건 처음부터 안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 ㅎㅎ
4. 목돈 지출 줄이기: 가장 큰 건 내년에 아이가 기관에 가게 되면 풀타임 시터 이모님에서 하원 이모님으로 교체를 예정하고 있다. 시간이 반 이상 줄어들기에 이 부분에서 일정 금액의 저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마 남들은 진작 다 하고 있었던 일이겠지만, 일단 가계부에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어디에 돈을 쓰는지 알 수 있어 이전보다 쓰는 돈이 줄어들고 있다. 얼마나 불필요한 지출이 많았었는지 알 수 있었고, 내가 어디에 돈을 많이 쓰는지도 알 수 있다. 내년에는 신용카드를 없애고 체크카드로 생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데, 할 수 있겠지? (올해는 가전 구입하면서 새로 만든 신용카드를 유지해야 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일단은 사용하는 중)
규모 있는 살림을 통해 장기적인 목표 외에 꼭 하고 싶은 두 가지는,
조금씩 조금씩 깨알 저축해서 내년 아이 두 돌에 예쁜 스튜디오에서 가족사진 찍기!
그리고 가족들과 해외여행 하기!
여담으로...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워라벨, 회사 문화 좋은 곳 등이 회사를 고를 때 나의 최우선 순위였는데, 장기적인 목표가 생기고, 달성해야 할 목표 저축액이 생기다 보니 돈 많이 주는 곳이 가고 싶어지기도 하더라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