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매일매일 새로운 퀘스트를 깨야하지
분유 수유를 하던 시절부터 아주 잘 먹는 아이는 아니었던 딸은, 극심한 이유식 거부나 유아식 거부의 시기는 없었지만, 아주 순탄하게 주는 대로 먹는 아이는 아니었고 여전히 아니다.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이유식도 후기 시작까지 거의 내가 다 해줬는데, 기껏 힘들게 다지고 썰고 찌고 만들어준 이유식을 안 먹으면 (이러면 안 되지만) 속에서 어찌나 열이 나던지...
질퍽한 죽의 식감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 일찌감치 유아식으로 넘어왔고, 그 시기에 회사에 복직을 하면서 주말에만 겨우 밥을 만들어주는 엄마가 되었다. 주는 대로 잘 먹는 조카들만 봐왔어서 뭔가를 줬을 때 입을 꼭 다물고 있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내가 좀 힘들 때에는 짜증과 화가 나기도 한다.
여러 가지를 많이 먹여봤는데 주로 고기, 생선류의 단백질을 좋아하고 핑거푸드처럼 손으로 쏙쏙 집어먹을 수 있는 주먹밥을 좋아한다. 빵 (아직까진 쌀빵 위주) 종류는 토스트, 프렌치토스트, 핫케이크 모두 다 좋아하고, 고구마, 밤 등 구황작물을 좋아한다. 과일은 사과를 가장 좋아하는데, 키위, 딸기, 바나나, 귤 등 다른 종류도 대체로 다 좋아하는 것 같고, 퓌레도 너무너무 좋아한다. 1일 3 퓌레를 하기도 해서 당분간 집에 사두지 않는 걸로... 치즈를 엄청 좋아해서, 밥 종류도 치즈 들어간 리조또를 좋아하고, 국 종류는 대체로 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 아침에 오트밀을 주기 시작했는데, 안 좋아할 거라 생각했던 내 우려와는 다르게 '음~~' 소리까지 내면서 잘 먹는다. 내가 주는 오트밀 레시피는 정말 별게 없는데,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하루 전에 오트밀+우유를 자작하게 (오트밀 잠길 정도) 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아침에 바나나+아가베 시럽 조금 or 고구마+아가베 시럽 조금 or 퓌레+과일류 등을 넣어서 주는 건데, 좋아하는 것들이 들어가서인지 약간 달달한 맛이 느껴져서 인지 한 그릇 뚝딱 해치운다.
남은 밥 버리는 게 일이었는데, 이렇게 다 먹어주니 진짜 안 먹어도 배가 부르더라.
이것저것 아이가 좋아하는 걸 찾아주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요즘은 자기 전에 유아식 레시피를 sns에 엄청 찾아보고 다 저장해 둔다. 주말에 하나씩 도장 깨듯 해주면, 언젠가 또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찾을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육아는 매일매일 새로운 퀘스트를 깨는 것이지. 내가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기록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