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리지널 유튜브 콘텐츠 ‘헬보관: 헬스보안관'
MCN 광고기획부문에서 3개월 째 인턴생활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토대로, MBC의 유튜브 채널 운영을 분석해보려 합니다. 1부에서는 'MBC Entertainment' 채널의 오리지널 디지털 콘텐츠 '헬보관:헬스보안관'에 대해, 2부에서는 채널의 수익화 문제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제가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가끔 주변 사람들이 ‘야, 요즘 재밌는거 뭐 없냐?’ 라고 물어옵니다. 예전 같았으면 그 사람의 취향을 저격할 만한 영화나 드라마를 골라서 추천해주었을 텐데요. 요즘에는 십중팔구 ‘너 워크맨 이번 화 봤어?’ 라고 되묻게 되더라고요. (되돌아오는 반응이 ‘응, 봤어ㅋㅋㅋ’ 이기 때문에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기는 하지만요)
그도 그럴 것이, 유튜브 내 디지털 콘텐츠 경쟁은 다양한 기업들과 콘텐츠 제작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며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JTBC 산하 디지털 콘텐츠 제작국인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워크맨’은 그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죠. 지난 8월 16일 업로드 된 ‘워크맨’ 에버랜드편은 4일 만에 조회수 420만회, 댓글 1만 개를 기록하며 대세 중에 대세임을 입증했습니다.
MBC 역시 ‘MBC Entertainment’라는 구독자 604만 명의 거대 유튜브 채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로 TV에서 방영된 프로그램들을 재편집해서 업로드하는 채널인데요. 대표 콘텐츠로는 하이킥, 무한도전 등의 옛날 예능 프로그램을 5분으로 압축한 ‘오분순삭’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2일, 여느 때처럼 유튜브를 뒤지던 저는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MBC Entertainment 채널에 ‘헬보관: 헬스 보안관’ *이라는, 누가 봐도 디지털 콘텐츠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영상이 업로드 된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진행자는 제가 가끔 보는 트위치 스트리머 ‘힘의길’님이었습니다.
* ‘헬보관: 헬스보안관’은 건강에 대한 구독자들의 고민을 댓글로 접수한 후, 헬스 보안관 ‘힘의길’과 게스트 한 명이 만나 그 고민을 해결해주는 컨셉의 디지털 콘텐츠입니다. 'MBC Entertainment' 채널에 매주 금요일 업로드 됩니다.
개인방송 크리에이터에게 방송사 디지털 콘텐츠의 진행을 맡기는 것에는 다분히 리스크가 따릅니다. ‘감스트’ 사건(후술)과 같은 도덕적 리스크 이외에도 연예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인지도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와썹맨’이나 ‘워크맨’만 보더라도 박준형, 장성규와 같은 검증된 셀러브리티가 출연했죠. 더군다나 ‘힘의길’님은 개인방송을 시작한지 6개월 밖에 안된 신예 스트리머이기 때문에 인지도 면에서는 취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비록 ‘한국말 밖에 못하는 백인 형’의 이미지로 트위치에서는 빠르게 유명해졌지만, 애초에 트위치 플랫폼이 대중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힘의길’님을 전면에 내세운 MBC 디지털랩의 결정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번 ‘놀면 뭐하니?’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방송예능계에서는 새로운 인물을 수급하는 시스템이 무너져버린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젊은 층에게 광범위하게 소구되는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방송에도 하나둘 출연하기 시작했는데요. MBC의 경우 축구/게임 크리에이터 ‘감스트’를 전면에 내세웠으나, ‘감스트’는 개인방송에서 씻을 수 없는 망언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해야 했습니다. 이에 MBC는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섭외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고, 이것이 ‘마이리틀텔레비전’의 ‘도티’, 이번 ‘헬보관’에서의 ‘힘의길’ 섭외 등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MBC 디지털국의 선택을 옹호해 보자면, ‘힘의길’님은 신뢰도와 잠재력을 함께 갖춘 크리에이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다른 유명 운동 크리에이터 분들 보다 인플루언스가 적지만, 아내 루키아님과 함께 단란하게 방송을 만들어나간다는 점, 본업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여타 크리에이터에 비해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이국적인 외모와 차진 입담을 기반으로 밈을 만드는 능력도 뛰어나서, 향후 성장세가 기대되는 크리에이터이기도 합니다. MBC 디지털국 입장에서는 회당 수천 만원을 훌쩍 넘는 유명 크리에이터 섭외비를 아끼면서, 성장의 여지를 남기는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3화까지 업로드 된 ‘헬보관’의 평균 조회수는 3-4만 회 정도입니다. 아직 론칭 초반이긴 하지만 MBC Entertainment의 채널 규모를 생각했을 때 만족스러운 수치는 절대 아닙니다. ‘헬보관’이 단순 파일럿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화제성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결국 ‘힘의길’이라는 크리에이터의 매력을 어떻게 극대화 시키느냐가 관건일 텐데요. 아직 ‘헬보관’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인 만큼 이 부분에서는 더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선 ‘헬보관’의 분위기가 너무 지상파 방송스럽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헬보관’은 기획의도부터 ‘기초체력 증진’이라는 공익적인 목적을 가진 콘텐츠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공익적인 콘텐츠가 정중한 톤앤매너를 지키게 되면 콘텐츠의 재미를 찾을 구석이 마땅찮아지기 마련입니다.
‘헬보관’은 [2분 가량의 인터뷰 - 4분 가량의 예능 - 6분 가량의 운동 소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예능’ 부분에서조차 지나치게 수위를 의식하는 모습입니다. 그 결과 댓글에서는 ‘방송에서도 보고 싶어요~’ 등의 반응이 나오기는 합니다만, 유튜브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싶다면 정반대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워크맨’의 성공 요인 역시 장성규씨의 ‘드립’들이 가감없이 드러나며 ‘방송에서는 절대 못 할 콘텐츠!’ 라고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니까요.
스트리머로서 ‘힘의길’님의 매력 포인트는 1) 코스프레나 리액션에서 우러나오는 기이한 귀여움과 2) 시청자의 뼈를 때리는 사이다 일침 입니다. 이를 콘텐츠 내에서 살려내려면 ‘헬보관’은 조금 더 가벼운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연출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지금도 ‘힘의길’님을 합성한 조정화면, ‘Epic Sax Guy’ BGM 등을 활용하며 유튜브 분위기를 좇아가려 노력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는 편집점 및 자막작업에서의 보완, 그리고 무엇보다도 ‘힘의길’님의 콘텐츠 적응이 조금 더 필요해 보입니다.
'헬보관'이 디지털 콘텐츠로서 유튜브 생태계에서 더 큰 반향을 일으키려면, 'MBC Entertainment'의 채널 운영 방향성과 시너지를 내야할 것인데요. 이에 대해서는 2부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