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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혁 Aug 28. 2019

어쩌면 마지막 월화드라마, 웰컴2라이프


새로운 장르 : ‘MBC 현실비판시리즈의 등장?    


 2019년 MBC의 월요일과 화요일 밤은 한결같았다. ‘#현실#고발#정의’의 키워드를 가진 여러 드라마들이 연달아 방영되었다. 이런 현상은 ‘주말 가족드라마’를 제외하면 거의 유일무이하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겨울 <나쁜 형사>를 시작으로, 미스터리 추적 판타지 드라마 <아이템>부터 풍자 코미디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을 이어 시즌 2로 돌아온 <검법남녀 시즌 2>까지. 때로는 차가운 현실의 슬픔을, 시원한 정의의 실현을 보여주며 우리의 무거운 밤을 위로했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근로감독관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갑질’이 만연했던 우리 사회를 비추었다. 또한 현실에서의 특정 사건들을 치밀하게 패러디하여 풍자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이를 이어 <검법남녀 시즌 2>가 시즌제로서의 성공 또한 거두었다. <검법남녀>는 드라마 본래의 스토리에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사건’들을 다룬 에피소드를 삽입하여 병렬적인 구조로 완성도와 흥미를 모두 잡았다.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MBC의 월화미니시리즈의 마지막 바통은 이제 <웰컴2라이프>에게로 넘겨졌다. <웰컴2라이프>의 성공이 ‘MBC 월화미니시리즈’를 ‘MBC 현실비판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를 형성할 것인지, 혹시 월화드라마의 부활의 시작이 될지 지켜봐야할 것이다. 



 웰컴2라이프 소개


 드라마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의롭지 못한 삶’을 살기로 선택한 변호사 ‘이재상’이 불의의 사고로 평행 세계로 들어가며 시작된다. 그는 적어도 이 평행세계 속에서는 본인의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드라마는 현실 세계-홍우식품의 ‘석명환’ 회장과, 평행 세계-백금 건설의 ‘장도식’ 대표와의 갈등구도를 그린다.    

 


 형식으로도 기존 MBC 현실비판드라마의 형식을 물려받는다. ‘큰 권선징악의 구조(주인공-절대 선 vs 권력을 가진-절대 악)’에 ‘오너家’의 기사에 대한 ‘갑질’같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문제까지 세심하게 챙겨가며 서사를 이어간다.



조금은 생소한 평행 세계


 ‘평행 세계’라는 것이 한국의 드라마에서는 생각보다 낯선 설정일수도 있다. 평행 세계는 서로 고립된 채 무한히 존재하는 세계들이다. 일반적으로 평행우주는 좁은 의미의 다세계 해석을 따른다. 마치 나무가 자라듯, 시작점은 같더라도 선택에 의해, 가지가 갈라지듯 분화된 세계로 이를 해석한다. 드라마에서는 그 분화의 시작을 EP1에서의 교통사고로 설정해두었다. 

 평행 세계는 이와 비슷한 설정으로 여겨지는 시간여행과 달리 패러독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한 세계와 다른 세계는 철저히 분리되어있기에 등장인물들은 본인의 세계 밖에 모르지만 시청자들은 각각의 세계끼리 ‘틀린그림찾기’를 하듯 대응시키며 보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까지도 즐길 수 있다. 앙숙이었던 이재상과 라시온이 평행세계에서는 부부로, 심지어 딸까지 키우고 있다. 모두의 삶들이 조금씩 바뀌는 반면 구동택 역의 곽시양은 변하지 않는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서브남주병을 유발시킨다.     

 이재상은 정의롭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다. 현실세계에서는 권력만을 보호했던 ‘정의롭지 못한’ 변호사였지만 평행세계에서는 ‘정의로운’ 검사라는 주체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설정되었다. 캐릭터의 정의관이 바뀜에 따라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 주변인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는 재미도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차가운 모습과, 평행세계 이동 후 넋이 나간 상반된 모습을 연기한 ‘정지훈’의 연기력 또한 괜찮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주제 시청자들이 지루해하면 어쩌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청자들은 지루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시청자들은 흥미를 더 가졌다. <근로감독관 조장풍>, <검법남녀 시즌2>는 4%대에서 10%를 근접하는 시청률의 상승곡선을 그렸다. 현실 풍자, 정의실현의 비슷한 주제이지만 시청자는 계속 본다는 것이다. 

 우리는 드라마의 회차가 진행될수록 현실세계와 마치 평행세계의 관계인 드라마 속 사회에 감정이입했다. 현실 속의 삶이 정의롭지 못한 만큼 드라마 속 정의로운 삶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 테니까. 우리는 드라마의 서사에 빠져서 불합리한 사회에 반하는 정의의 의미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MBC 월화드라마의 잠정 중단 전 마지막 드라마이다.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이 MBC만의 색을 보여준 <웰컴2라이프> 시작이 좋다. 시청자들을 사로잡아 다시 MBC 드라마의 전성기로 이끄는 게임체인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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