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정보학과생이 제안하는 'PD수첩'의 플랫폼 확장
제 SNS 프로필에 ‘언론정보학과’가 추가된 지도 벌써 6년 째입니다.
그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PD수첩’은 잊을 만 하면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였는데요. 그럴 때마다 이슈가 되었던 에피소드를 보고 영상 저널리즘에 대해 토론하기는 했어도, 마음 한 편에서는 찝찝한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PD수첩 사이다이긴 한데,
내 주위에는 PD수첩의 보도 내용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사람이 없네.
저 내용들이 1회성 보도에서 끝나지 않고 진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이러한 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한학수 PD님은 ‘PD수첩’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PD수첩’은 ‘선이 굵고 권력에 대항하는 프로그램’을 지향하며 실제로 정책의 변화를 이끌고 있었는데요. 이를 위해 8명의 PD들이 각각 두 달간의 심층 취재를 거쳐 ‘PD수첩’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방송 이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 ‘PD수첩’ 제작진의 목표이자 보람이었습니다.
그러나 ‘PD수첩’이 지속적으로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려면, 시청자들과의 접점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D수첩’의 보도 내용을 보고 공분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더 많아져야 합니다. 하지만 PD님도 말씀하셨듯, 이제는 ‘PD수첩’에 20% 시청률을 기대할 수 없는 시대이죠. 그렇다면 ‘PD수첩’은 어떻게 ‘셀링(selling)’되어야 할까요?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뉴스를 보시나요?
미디어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사람들은 대부분 모바일(포털 또는 SNS)로 뉴스를 소비합니다. 시의성과 접근성 면에서 기존 활자/ 방송 매체가 모바일 뉴스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죠. 이에 기존 언론 매체의 저널리즘은 주요 사건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해설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스트레이트 기사의 비중은 줄고, 기획과 연재 위주로 편집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이는 ‘PD수첩’에게 태생적으로 익숙한 방식입니다. ‘PD수첩’은 아이템을 선정할 때부터 데스크와 담당PD가 아이템의 의의와 어필 요소에 대해 꼼꼼히 분석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선정된 아이템은 두 달간 철저하게 파헤쳐진 후, 강력한 ‘내러티브’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여기에 ‘PD수첩’이 그동안 쌓아온 ‘PD 저널리즘의 1인자’라는 이미지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PD수첩’을 믿고 볼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상파 방송의 예능과 드라마가 부진하고 있음에도, 시사교양 분야에서 만큼은 ‘역시 PD수첩’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미디어 저널리즘 트렌드의 맥락에서 보면, ‘PD수첩’은 포털 또는 SNS에서 1차적으로 뉴스를 접한 사람들이 그 문제에 대해서 ‘팔로우업’하고 심층적인 추가 지식을 얻는 창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PD수첩’의 기존 시청층을 유지하는 강력한 어드밴티지이죠. 하지만 ‘PD수첩’의 보도가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확대하려면, TV 시사 프로그램의 주 소비층을 넘어서야 합니다.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 TV 매체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더 이상 TV를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기성 언론에 반감을 품은 중장년층의 이탈도 일어나고 있죠. 이에 방송사들은 시청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유튜브 진출’이라는 고육지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PD수첩’ 역시, 1년여 전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주로 방송 클립들이 분절되어 올라오고 있는데요. 한학수 PD는 ‘PD수첩’ 채널이 성장해서 유튜브에 성행하는 ‘가짜뉴스’를 대체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PD수첩’이 유튜브에서까지 그러한 사명감에 짓눌릴 필요가 없고, 그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는 개인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PD수첩’과는 전혀 다른 문법이 통용되는 곳이죠.
‘PD수첩’과 유튜브에 올라오는 정치색 강한 채널들은 쓰는 ‘무기’부터가 다릅니다. ‘PD수첩’의 무기는 공영방송의 책임에서 비롯되는 객관성과 신뢰도입니다. 반면 유튜브의 개인 채널들은 가십성 토픽을 다루며, 주관적이고 과격한 언어를 사용합니다. 즉, 애초에 싸움이 성립할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PD수첩’이 비록 유튜브의 영역에 발을 디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PD수첩’의 유튜브 채널은 시사이슈에 대한 ‘팔로우업’을 더 용이하게 함으로써 시청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포털 또는 SNS에서 1차적으로 뉴스를 접한다 하더라도, 이슈에 대한 이해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버닝썬’ 사건으로 인해 성접대 문제를 인식한 사람이 ‘김학의 동영상’에 대해 들어는 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윤중천’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PD수첩’ 4월 16일 방송분을 접할 유인은 떨어질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위해 간략하게나마 배경이 되는 사건을 정리해서 유튜브에 업로드한다면, 뉴스 인지도와 ‘PD수첩’ 간의 간극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용을 전달하는 데에 있어서 ‘영상’이라는 형식에 갇혀있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뉴스 를 습득하는 주요한 채널인 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늘리는 방법인데요. 현재 ‘PD수첩’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유튜브 링크 형태로만 업로드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페이스북 콘텐츠들이 이미지를 넘겨보는 형식으로 소비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카드뉴스 또는 텍스트 형식이라도 ‘플랫폼 내에서 소비될 수 있는’ 콘텐츠가 올라온다면, SNS 내에서 더 높은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PD수첩’의 보도가 SNS 상에서 화제가 되면, 사회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젊은 층이 확대될 것 입니다. 더 나아가 이를 타산지석 삼아 더 깨끗한 미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어제의 저는 PD수첩에 물었습니다.
수첩에 적힌 내용들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오늘, PD수첩은 그런 저의 의문을 확신으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저는 다시 PD수첩에게 요청합니다.
저희 청년들도 시대의 목격자가 되고 싶습니다.
한 걸음만 더 다가와 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