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영환 Dec 20. 2023

<8> 갈등을 조정하는 감정 (2)

3. 공부 포기를 모르는 우등생들의 ‘공부 감정’ 10가지

#2. 신뢰감(용서)     


개념 알기     


신뢰감은 사전적으로 ‘굳게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라 정의한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대상’이 빠진듯하다. 맨 앞에 ‘누군가를’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신뢰라는 건 최소한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신뢰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그 관계가 더 돈독해지기도 하고, 무너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관계에 있어서 ‘신뢰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남들에게 ‘신뢰’를 쌓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신뢰를 쌓으면 쌓을수록 상대방으로부터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신뢰를 잃으면 잃을수록 상대방이 나를 용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신뢰라는 건 관계에 있어서 ‘용서의 기회 창출’이라는 점에서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래서 ‘신뢰감’을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공부 감정 중 하나로 보는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면, 부모와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갈등이 생기는 이유를 찾아보면 놀랍게도 ‘관계’ 때문이고, 나아가 대부분 서로 간에 신뢰를 잃은 경우다. 부모는 아이의 성적에 실망하고, 아이는 그런 부모의 태도에 실망한다. 그렇게 믿지 못하는 관계로 끝없이 나빠진다.      


공부를 열심히 하던 아이가 갑자기 ‘백기’를 던지며 공부를 포기하는 상황에 놓인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을 믿어주지 않으니 더 이상 공부 동기가 없다. 공부를 해야 할 이유를 모르니 학교에서 잠을 자거나 딴생각에 빠져 방황하기 일쑤다. 실제 반에서 1등을 하던 아이들도 그런 일을 겪는다. 공부를 못해서가 문제가 아니다. 부모와의 관계, 즉 ‘신뢰감’을 잃은 삶을 살아갈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의미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이런 결과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어떻게 지내왔는지, 혹은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왔는지 모든 삶의 경험이 이어져 온 결과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부모와의 관계에서 시작한다. 부모와 친밀감 형성을 이루지 못한 아이일수록 ‘신뢰감’을 가질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그렇게 점점 부모와의 관계가 약해지니 학교에서도 다른 사람과 만나며 누군가를 믿고 신뢰하는 마음이 생기기 어렵다. 그래서 신뢰감은 어린 나이에 집에서 부모를 통해 꼭 길러야만 하는 감정이라 말하고 싶다.    


      

신뢰감이 강한 아이들의 특징     

신뢰감이 강한 아이들은 5가지 특징을 보인다. (1) 일관성을 유지한다. (2) 누구보다도 정직하다. (3)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 (4) 실수를 인정할 줄 안다. (5) 타인에게 관대하며 용서를 할 줄 안다. 우등생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확인하도록 하자.     


(1) 일관성을 유지한다.     


우리는 언제나 한결같이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을 신뢰한다. 다시 말해, 일관성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을 믿을 수 있다는 의미다. 참고로 사전에서 일관성은 ‘방법이나 태도 따위가 한결같은 성질’이라고 설명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 태도나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과연 이게 쉬울까?      


우리 인간은 환경의 많은 영향을 받기에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지만, 유행하는 질병에 의해서 몸이 자주 아프기도 하지 않는가? 우리 행동이나 태도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주변 환경에 의해 우리가 항상 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게 다양한 상황과 유혹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밥이라도 편히 먹기 위해서 잠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던져준다. 하지만 어떤 때는 스마트폰을 하면 안 된다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아이들은 혼란스럽다. 일관성 없이 부모가 상황에 따라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기에 그렇다. 반대로 집에서는 스마트폰은 모두 걷어서 상자에 넣어두고, 최대한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려 노력하는 부모도 있다. 아이들도 사용하지 않게 하면서 동시에 부모도 함께 실천한다. 아이들은 매일 같은 상황에 놓이니 혼란스럽지 않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일관성’이 무엇인지 알고 자라는 것이다.

       

(2) 누구보다도 정직하다.     


정직한 사람은 누구인가? 거짓이 없는 사람이다. 신뢰감을 주는 아이들은 거짓말을 잘하지 않는다. 항상 거짓 없이 사실만을 말하려 노력한다. 사실 노력하지 않는다. 그게 이미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그렇기에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그대로 보고 배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는 격이다.      


학교에서는 대표적으로 임원 선거 후 입후보자가 내세웠던 공약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보며 정직성을 확인할 수 있다. 혹은 일상에서도 자신이 말한 내용을 어마나 잘 지키는지 살펴보며 사람의 정직성을 판단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정직성은 곧 ‘신뢰’와 직결된다. 거짓말을 하는 순간 정직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착한 거짓말과(white lie)는 조금 구분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그건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직함이란 자기가 말한 약속에 대한 책임을 말하는 것이다. 혹은 남을 속이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사기꾼 기질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실제 부모가 아이와 약속 후에 잘 지키지 못한 경우, 아이도 약속한 후에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부모가 어릴 때부터 언행일치를 실천할 때 아이들도 따라서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정직성을 가지고 있기에 우등생은 신뢰받는다. 게다가 성적도 잘 나온다.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약속도 잘 지키기 때문이다.     


(3)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      


신뢰를 얻는 아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아는 게 많다는 것이다. 간접 경험(독서 등)이든 직접 경험(여행 등)이든 경험이 풍부했기에 그런 결과로 이어졌다. 사람은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다. 내가 겪어보지 않으면, 평소와 다른 상황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한다. 혹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을 수용할 수 없다. 우리가 가진 인식의 창문(스키마 또는 도식이라고 불림)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우선 배에 탄 사람들이 앞에 큰 빙산을 만났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많은 선장의 말과 이제 얼마 안 된 조수 선장의 말 중에 사람들은 누구의 말을 더 믿고 따를까? 당연히 경험 많은 선장을 따를 것이다. 예전에 이런 경험을 한 번이라도 혹은 여러 번 해본 사람의 말을 더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다. 더 많이 알수록 저 빠르고 정확하게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인식의 창문(스키마)이 더 크고 단단해서 지식을 잘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시험 기간에 두 학생이 열심히 배운 내용에 대해 다른 의견을 두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옆에 지나가던 공부 잘하는 친구에게 누가 맞는지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완전히 다른 의견을 내는 게 아닌가? 하지만 누구의 말이 맞을까? 안타깝게도 더 많이 공부한 지나가던 친구의 말이 맞았다.      


신뢰라는 건 이런 것이다. 진실을 아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풍부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갖춘 사람이 곧 신뢰감을 주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진실에 더 가까운 사람일수록 신뢰감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4) 실수를 인정할 줄 안다.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처음은 어렵지만, 나중에는 한번 해봤다고 쉬워진다. 그래서 끝없이 거짓말이 늘어난다. 누군가는 자신의 실수를 숨기기 위해 자존심을 부리며 거짓말로 위기를 넘기려 한다. 다행히 그 위기는 넘겼지만, 멀리 보면 오히려 더 큰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더는 그 사람을 신뢰하지 않을 테니까. 마치 양치기 소년처럼 말이다.     


실제 아이들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미봉책으로 거짓말을 하곤 한다. 혼나는 게 더 싫으니까 본능에 충실하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신뢰감을 얻을 수 없는 행동이다. 어린이만 하겠는가? 청소년도 하고 어른도 한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다. 아무도 그들을 더는 믿지 않는다.     


한 번의 실수는 ‘실수’가 맞지만, 두 번부터는 ‘실력’이 된다. 거짓말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거짓말은 속아 넘어가 줄 수 있지만, 두 번 이상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거짓말하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차라리 이번 실수는 인정하고, 다음부터는 실수 안 하도록 노력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실력도 챙기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뢰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 우등생들이 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자기가 틀린 문제에 대해 분명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확인하고, 실수가 있었다며 인정하고 다시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 태도가 중요하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의 내가 되기 위해서는 실수를 인정하고,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첫 단추인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5) 타인에게 관대하며 용서를 할 줄 안다.     


놀랍게도 신뢰감을 보이는 사람들은 자신에게는 가혹해도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실수는 용납하지 않고, 고치려 노력하지만 다른 사람의 실수는 한 번쯤은 눈감아 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지녔다. 이 세상에서 인간관계에 있어서 모든 것은 ‘give and take’다. 내가 다른 사람을 한 번 더 믿어줄 때 상대방도 나를 믿어 준다. 내가 먼저 하지 않고서 상대방의 선처를 바라기만 한다면 양심이 없지 않은가?    


요새는 학교에서 팀 활동을 많이 한다. 당연히 실력이 우수한 학생과 아닌 학생이 섞일 수밖에 없다. 이때 진정으로 신뢰감을 얻는 사람은 누굴까? 물론 실력이 우수한 학생이 더 신뢰받을 수 있지만, 실제 더 신뢰감을 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는 사람이다. 왜 그럴까?     


다른 사람의 실수를 지적하고 혼자만 잘난 척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반대로 다른 사람의 실수도 한 팀으로서 수용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라. 전자와 후자 중에 누구를 더 믿고 따르겠는가? 아무리 똑똑해도 공존할 수 없는 사람은 믿을 수 없다. 혼자 살겠다고 미쳐 날뛰는데 어떻게 믿고 함께 하겠는가? 영화 《오징어 게임》에서도 충분히 그런 예를 살펴볼 수 있지 않았는가.     


실제 인기 많은 학급 리더는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아니다. 신뢰감을 얻는 아이다. 그 신뢰감은 다른 사람의 실수를 관대하게 이해하고, 잘못해도 용서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질 때 더 생긴다. 실제 공부만 잘해서 의사가 된 사람과 인성과 따뜻한 마음씨까지 갖춘 의사가 된 사람 중에 환자는 누구를 더 신뢰할까?     

 

실제 내가 겪은 일인데, 실력을 떠나서 나는 후자인 의사 선생님이 더 좋았고, 더 믿음이 갔다. 그 이유는 전자였던 의사 선생님은 내가 잘못하고 있는 행동을 자꾸만 나무라기만 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후자인 선생님은 잘못한 건 과거이니 이제는 반성하고 앞으로는 하지 말자고 달래주었고, 그런 행동을 하며 안 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신뢰받는 우등생들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충분히 이 예시로 설명되었으리라 본다.     


     

우리 아이 신뢰감 기르는 방법     


뇌과학적으로 무언가를 처음 좋아하게 되는 건 ‘도파민’이라는 행복 호르몬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꾸준하게 계속 좋아하는 마음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 덕분이라고 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사실 누군가를 신뢰하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 신뢰가 있기에 긍정의 마음이 작용한 것이니까. 하지만 양은 냄비처럼 뜨거운 감정은 금방 식기 마련이다. 오히려 은은하게 계속 따뜻한 마음이야말로 오래 지속될 수 있지 않은가. 옥시토신과 같은 지속성이 강한 호르몬을 바탕으로 신뢰감을 기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고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 내용은 신뢰감이 강한 학생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던 특징 5가지다.        

            

(1) 일관성을 유지한다. 

(2) 누구보다도 정직하다. 

(3)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 

(4) 실수를 인정할 줄 안다. 

(5) 타인에게 관대하며 용서를 할 줄 안다. 


위와 같은 5가지 특징을 기르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에게는 4가지 방법을 실천해 보면 신뢰감을 효율적으로 기를 수 있을 것이다.     


(1) 평온한 감정 유지하기     


인간의 뇌에는 편도체가 있어서 생존에 도움을 준다. 위기가 발생하면 싸우거나 도망치도록 해주니까. 하지만 이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감정에 휘둘리는 건 이성적이지 못한 것이다. 특히 성인이 되어서도 동물의 본능에 의해 감정에 휘둘릴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우리 아이들에게는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아이들은 더욱 감정의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에 그렇다.     


평균적으로 여성은 24세, 남성은 30세가 되어야 우리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전두엽이 완성된다고 한다. 실제 남성의 경우에는 40세가 되어도 완성되지 않아서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건 아이의 부모가 될 때쯤에는 어느 정도 성숙한 인격체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내거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폭주하는 부모는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말할 때 말에 집중하기보다는 분위기에 더 집중한다. 감정이 어떤지 살펴본다는 말이다. 말로는 괜찮다고 해도 감정이 흔들리고 있으면 아이들은 다 느낀다고 한다. 아직은 이성을 갖춘 성숙한 인간이 아니기에 더 감정적으로 보고 듣고 느끼기에 그렇다. 그래서 부모가 평온한 감정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아이들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안정감은 곧 신뢰다. 믿을 수 있는 마음이 강하게 자리 잡을 테니까.     


(2) 언행일치로 솔선수범하기     


언행일치(言行一致)라는 말은 말 그대로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부모가 뱉은 말을 행동으로 그대로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안타깝게도 각 가정에서 언행일치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에게는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부모는 공부하지 않는 경우다. 더 쉽게 말해서 아이들에게는 책을 읽으라고 하면서, 정작 부모는 책을 읽지 않는 경우다.      


이것 말고도 많은 예가 있다. 양치질을 3번 이상 하라고 하면서 부모가 먼저 실천하지 않는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손을 꼭 씻으라고 가르치면서 본인은 막상 그렇게 하지 않는다. 밥은 꼭꼭 씹어 먹으라고 말하면서 본인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빨리 먹어 치운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옳은 것을 알고 실제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말하면서 본인은 행동으로 일치시키지 못한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언행일치와도 일맥상통한다. 아이가 백번 말로 듣는 것보다 부모가 딱 한 번만 행동으로 보여주면 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아이에게 말로 무엇을 하라고 하지 말고, 몸소 실천하며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 그로 인해 아이는 언행일치와 솔선수범하는 부모를 보고 따라 하는 아이로 자라게 될 것이다.     


(3) 부모가 먼저 사과할 수 있는 용기 보여주기     


우리 과거 세대 부모들은 가부장적인 풍습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부모는 하늘이라고 표현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상하관계가 분명한가?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이제는 그렇게 상하관계를 강요하면, 아이들은 튕겨 나가 버린다. 세상은 남녀평등, 개인 평등의 역사를 계속 이뤄왔다. 이제는 더는 부모와 아이 관계도 평등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면서 셀 수없이 많은 아이 그리고 학부모를 만났다. 특히 부모와 아이를 함께 상담하는 시간에는 집마다 부모와 아이 관계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대체로 공부 감정이 안정적인 집은 관계가 매우 평등하다는 걸 느꼈다. 또한 부모가 아이를 무시하기보다는 많이 믿어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집 아이일수록 학교생활도, 입시 결과도 더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일 부모가 잘못했을 때 자존심 부리지 않고 아이에게 쉽게 사과할 수 있는 용기도 보였다. 마치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이 그려졌다. 진정한 하브루타는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가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것이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생각났다. 부모와 아이 모두 서로 신뢰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학교에서 이유를 불문하고 자기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바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수도 인정할 줄 안다.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이 높은 아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게 자기를 깎아 먹는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되려 신뢰 관계를 더 돈독히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부모가 혹시라도 잘못했다면, 아이에게 사과할 수 있어야 한다.      


(4) 다름을 인정할 수 있게 도와주기     


세계 0.2%밖에 안 되는 유대인들이 왜 그렇게 노벨상을 많이 탈까? 그들의 하브루타 교육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시험 성적을 잘 받고, 정답만을 찾는 교육이 아닌 열린 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 저녁에는 모든 집에서 부모와 식사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그 시간이 매우 소중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를 하며 아주 치열하게 토론이 난무하지만, 절대 서로를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관점은 무엇이 있을까 계속 생각의 줄기를 뻗는다. 마지막에 결론을 내릴 때도 답을 정하지 않는다.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다.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걸 인정하기 때문이다. 부모든 아이든 둘의 관계는 평등하기 때문이다.    

 

사실 신뢰라는 건 서로 평등할 때 가장 잘 발현되는 감정이다. 한쪽만 신뢰해서는 절대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쪽이라도 불신을 하게 되면, 나중에는 그 관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상호 신뢰만이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 믿음이라는 게 그렇다.      


그런데 서로 믿기 위해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명이라도 누군가의 생각을 ‘틀리다’라고 말하기보다는 ‘다르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와 아닌 아이는 분명히 다른 사람들한테 받는 ‘신뢰’ 정도가 다를 것이다. 타인에게 관대한 마음이 있어야 그만큼 나도 타인에게 용서받고, 신뢰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     


‘신뢰’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trust’는 ‘신뢰’의 의미 말고도 진실성, 정직성 등의 의미를 내포한다. 심지어 어원을 살펴보면 ‘견고하고, 단단하고, 확고한’이라는 의미인 것을 알 수 있다. 세월이 지나면서 ‘자신감이 있는 기대’ 혹은 ‘의지하는 것’으로도 해석이 되었다. 또한 ‘강하고 안전하게 만든다’는 의미도 있는데, 모두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느낌을 주는 단어라는 걸 알 수 있다.     


먹을 것으로도 장난치는 요즘 세상에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 나와 가장 가깝게 연결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부터 그 신뢰가 흔들린다면 우리 아이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될 수밖에 없다. 화목하다는 말은 즉 가족 구성원 간에 관계가 돈독하다는 의미이자 서로 신뢰하는 사이라는 걸 증명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갈등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갈등을 해결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있다면 불행하지 않을 것이다. 우등생들이 가지고 있는 10가지 공부 감정 중에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은 상호 신뢰 속에서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항상 일관되고 정직한 태도로 삶을 살아가기에 사람들의 관대함도 더 커질 수 있다.     


 그럼 면에서 ‘신뢰감’을 주는 사람은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다.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간다면, 이 사회는 긍정 에너지가 가득한 사회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초석으로는 가정에서의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더 사랑을 많이 느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사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믿음과 신뢰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8> 갈등을 조정하는 감정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