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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un 13. 2020

조삼모사(朝三暮四)에서 배우는 교훈

알기쉬운 경제 이야기


같은 100만원인데 오늘의 100만원이 더 가치 있을까요? 1년 후의 100만원이 더 가치가 있을까요? 직관적으로도 오늘 내 주머니에 100만원이 있는 게 더 가치 있겠죠. 여기에 대해 재미있는 고사를 하나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이 이야기는 저의 저서인 <금융지식이 돈이다.1>(2002, 도서출판 거름)에 수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은 지금은 절판되었습니다.)


옛날 중국 송나라 때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공은 원숭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는데, 원숭이 먹이가 부족하게 되자 원숭이들에게 "앞으로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로 하겠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일제히 “아침에 세 개를 먹고는 배가 고파 못 견딘다”며 화를 냈습니다. 그러자 저공은 다시 "그럼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말하자 원숭이들은 기뻐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열자(列子)〈황제편〉」에 나오는 ‘조삼모사(朝三暮四)’에 관한 이야기죠.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나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나 결국 합은 일곱 개로 똑 같은 숫자인데 눈 가리고 아웅한 격이라 해서 똑똑한 사람이 잔꾀로 어리석은 사람을 속이는 것을 비유하는 사자성어입니다. 하지만 저는 저공의 원숭이가 사실 똑똑했다고 봅니다. 오히려 원숭이가 어리석다며 조삼모사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던 당시 송나라 사람들이야 말로 어리석었던 것이죠. 왜냐하면 그들은 돈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었던 것 같으니까요.


제가 저공의 원숭이였다고 해도, 기를 쓰고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받는 쪽을 선택했을 겁니다. 뭐라고요? 아침에 한 개를 더 받으나 저녁에 한 개를 더 받으나 결국 합은 일곱개로 똑같지 않느냐고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여러분도 돈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송나라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자 보시죠. 만약 총 일곱 개의 도토리 중에 아침에 세 개가 아닌 네 개를 받는다면 저는 그 중에 하나를 당장 배가 고파서 못 견디는 원숭이에게 빌려줄 것입니다. 물론, 저녁에 주인으로부터 도토리를 받으면 ‘원(1)+원(1)으로 갚아라는 조건’을 붙여서 말입니다. 그럼 저의 도토리는 하루동안 이렇게 변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의 하루 동안의 도토리는 총 여덟 개가 되는 거죠. 그럼 일곱 개의 도토리를 받는 다른 원숭이보다 저는 부자가 되겠죠. 그 당시 우리의 현명한 원숭이들은 그 사실을 알았던 겁니다. 즉, 아침에 먼저 네 개씩 받는 것이 저녁에 받는 네 개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물론, 원숭이나 제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똑똑해야 하겠지만, 그에 걸맞는 사회적 인식이나 시스템이 받쳐 줘야 합니다. 도토리가 되었던 돈이 되었던 내 주머니에 들어온 것을 남에게 빌려주고 그 대가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이나 시스템 말이죠. 이러한 대가를 쉽게 말해 ‘이자(利子)’라고 하죠.


정말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시대는 이러한 인식과 시스템이 눈꼽만큼의 의구심도 없이 탄탄하게 형성되어 있죠. 자본주의의 핵심은 바로 사유재산과 이자를 인정하는 토대에서 이루어져 왔으니까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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