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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ish Jun 17. 2021

어떠한 일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건

목요일의 글쓰기

어떠한 일에 마침표를 찍는 것.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마지막에 남는 찌-인한 인상이 결국 나에 대한 이미지와 기억을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인사와 함께 사라진 사람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기억이 남고, 지저분한 마침표를 찍은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기억이 남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생각을 한 이후부터 나는 긍정적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 오랜시간 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떠한 집단과 무리에서 마침표를 찍는 일은 흔하지 않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멀어지거나,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자연스레 해체하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드라마처럼 종영을 향해 나아가면 좋겠지만, 우리 삶은 예기치 않게 마지막 방송을 맞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우리 삶에서 가장 확실한 마침표 집단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학교’다.


초등학생이 되면 처음으로 긴 시간동안 학교라는 하나의 소속집단에 속한다. 그래서 그 졸업은 어렵고, 아쉽고, 힘들면서, 동시에 후련한 감정이 드는, 내가 경험하는 첫 마침표가 된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에서는 여러 반마다 영상을 만들게 하거나, 편지를 쓰게 하고, 친구들과의 마지막을 잘 준비하도록 도왔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마무리는 사실 친구들과 헤어져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그런 마무리가 아니라, 성장한 내 자신을 뒤돌아보며 스스로 대견한 마음이 들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하는, 그런 마침표의 역할을 했었다.


중학생 때는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을 할 때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같은 학교로 오게 되었지만,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을 할 때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근처의 학교로 찢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 졸업식은 혼란스럽고 정신이 없었다. 갑작스레 전학을 가게 된 친구부터, 친하게 지냈던 선배들까지 모두 찾아와서 아쉬움을 표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그 와중에도 내 마음 한 구석에는 ‘다시 만날 수 있음’이라는 확신이 가득찼다. 좋은 마무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는 달랐다. 이제 정말 다시 만날 수 없는, 오늘이 마지막인 것 같은 생각을 여러 방면에서 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의 경험들로 대개 이런 시간을 겪으면 우리는 다시 만나기 쉽지 않음을, 그래서 어른들과 학교가 이러한 자리를 마련했음을 느꼈다. 그래서 좋은 마무리와 유쾌한 마지막 인사에 대해 오랜 시간을 고민했고,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길 기도했다. 하지만 우당탕탕 마침표는 그리 좋은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엉켜버린 관계와 복잡한 마음,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부담감 안에서 나는 내 모습이 어떤지, 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보다 그저 나쁘지 않은 사람이 되고자 발버둥쳤다. 되도 않는 명언을 쏟아내며, “우리 이제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자!”라고 말하는 내 모습이 어색하기만 했다. 나조차도 납득하지 못하는 내 마음과 내 생각을 남들이 이해하긴 힘들다.


그리고 이젠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이 지나면 내 삶에서 다시 만나지 못할 인연들이 더욱 많아졌다. 오랜 시간 좋은 마침표와 마무리에 대해 고민해봤지만. 글쎄.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은 어쩌면 내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가에 대한 정의 아닐까. 내가 걸어온 길과 내가 했던 행동들 그리고 내가 하는 생각들을 좋은 마무리로 완벽한 포장을 하고 싶은 내 마음 안에는 내가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확실한 안녕을 이야기 하기 전, 내가 누구인지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느끼는 과정에서 어떻게 표출되는가. 그런 고민들. 날 것의 나에게 어울리는 포장지를 선택하는 것, 그게 바로 좋은 마침표의 시작 아닐까.



[2021-06-17 목요일의 글쓰기] '초등/중등/고등/대학교 졸업식에 대해 써보자 ('마무리'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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