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간관계 패턴
벌써 내 나이 앞자리 숫자가 3이 되었지만 인간관계는 여전히 어렵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특히 더 힘들게 느껴진다. 중학생 때는 내가 하지 않은 일로 오해를 받아서 한꺼번에 많은 친구가 떠난 적이 있었고, 수험생 때는 내가 공부를 안 하는 척하면서 집에서 밤새워 공부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래서 학창 시절 친구는 아주 소수만 남아있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친구는 필요 없다고,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라고 세뇌하며 마음에 벽을 쳤다. 친구에게 섭섭한 일이 있으면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혼자 지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풀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은 아무런 언질 없이 연락을 하지 않는 미성숙한 방어 기제를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잃은 친구가 많았다.
마음이 정말 잘 맞는 것 같은 누군가를 만나면 급격히 가까워지도 한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면 또 거리를 둔다. 그러다가 혼자서 마음이 풀어지면 다시 가까워지고, 실망하면 멀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연인, 친구 관계 모두 그렇다. 처음 본 사람과 빠르게 친해지는 내 심리는, 이 사람은 이전과 다른, 운명적인 인연인 것 같다는 기대감이 컸다. 과거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첫인상이 좋은, 잘 맞아 보이는 새로운 사람을 통해 치유하려고 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 쉽게 실망하게 됐다. 한 번에 불타오르듯 친해진 사람들과는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어려웠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다. 상대방이 브레이크를 걸어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엑셀을 밟아 가까워졌다. 그러다가 충돌하기 직전에 혼자 멈춰서 거리를 뒀다. 이 과정에서 멈춘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사람들과는 그대로 멀어졌다.
조금씩 발전하고 있기는 하다. 우선 이러한 패턴에 대해서 인지한 게 큰 성장이었다. 그리고 우울증 치료를 하면서 마음에 여유가 많이 생겼고, 가치관이 다른 모습도 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이 넓어지니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다. 친한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나는 아직도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것을 반복한다. 불과 며칠 전에도 엄마가 내가 정말 싫어하는 행동을 해서 마음에서 멀어졌지만, 일상적인 전화 한 통에 다시 마음이 풀어졌다. 앞으로도 이러한 줄다리기가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이 반복되는 관계 안에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고심하고, 가장 행복해지는 길을 찾을 것이다. 결국 사람은 본인에 대해 알아가고, 그 안에서 행복을 추구하며 성장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