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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이야기 Dec 14. 2023

여태 내 삶에서 부족했던 자음 하나, ㅁ(미음)

요즘 내 마음의 기상은 전반적으로 '흐림'이다.


불안함을 잊고자 며칠 놀고 나면 불안감이 더 커진다. 불안감은 혼돈한 현재 내 상황에서 온다. 정확히 말하면 '혼돈'이라고 현재 상황을 정의한 내 마음에서 온다.


여태 내 마음의 평화는 타인을 포함한 외부에서 왔다.


어린 시절엔 엄마라는 우주가 나를 품고 있었기에 평온했으며, 커가면서 그 반경이 넓어졌지만 항상 무엇인가에 '속함'으로써 안정감을 느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직장 등 겉모습은 달라졌지만 내가 평온감을 느낀 근원은 같았다. 타자를 포함한 외부.


내가 최근 불안감을 느끼는 요체는 '외부'의 무언가가 없다. 직장을 나왔다. 직장을 나오니 혼돈이 시작되었다. 무엇이든 나의 마음을 묶어 놓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나름 개인사업자를 내고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지만 그것 또한 얼마 가지 않았다. 불안하였다. 불안하고 두렵기에 하였지 그것 자체가 내 열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이다.


난 왜 그럴까? 왜 그런 인간 밖에 되지 못할까? 자책하기 시작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한 번도 그리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태 주인공으로서 내가 내 삶을 개척해 나간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끌려 다니며 살았다. 소처럼 말처럼 어딘 가에 메여서 누군가가 또는 무엇인가가 시키는 대로 또는 일러주는 대로 살아왔던 것이다.


나를 끌고 다니는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린 시절엔 '엄마'의 욕망이었고, 학창 시절엔 엄마를 포함한 타자의 시선과 사회적 잣대였다.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을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정답 있는 삶을 살아왔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해

유명해져야 해

이걸 사면 행복해져

저길 가면 행복해져

행복은 이런 모습이야

무엇이든 넌 할 수 있어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 그러니 즐겨 누려


등등


나는 저러한 말들에 끌려 다니며 살았다. 나는 여태 주도적으로 내가 생각하며 내가 선택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외부의 기댈 곳 없는 상황이 오니 혼란스러워한다. 혼란스러워한다는 것은 곧 내가 여태 내 삶을 주인공으로 살아오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도대체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끌려다니지 않는 삶, 가축이 아닌 야생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어젯밤 자기 전에 깊이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눈을 뜨고 아침을 맞았다. 자는 동안 "이건 적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들이 떠다녔다. 자고 일어나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울했다. 답답했다.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싶었다. 설거지를 하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고명환 님(개그맨이자 작가이자 사업가인)의 인터뷰를 듣게 되었다. 깜짝 놀랐다.


나의 현재 고민에 대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명환아, 끌려다니지 않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부분은 내가 평소 가지고 있던 질문,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사는 것은 어떠한 삶인가? 주인공으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과 똑같다.


고명환 님 인터뷰에서 내 마음을 가장 크게 울린 것은, 교통사고를 당해 죽기 직전의 상황에서 그가 느낀 것에 대한 회고였다. 의사가 당신은 곧 죽을 수밖에 없다며 유언을 남기라고 했단다. 그때, 고명환 님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 등만 생각이 났다고 한다. 숱하게 들어왔던 식상한 말이지만 그러면서 고명환 님이 보태길, 우린 여태 너무나 '나만' 생각하고 살았다는 것.


죽을 고비를 넘기고 고명환 님은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살아갔다는 것이다. 즉, 나의 관점이 아닌 남의 관점으로.


"내가 잘 먹고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서 "남이 잘 먹고  잘 살게 하려면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그 당시 저 질문에 대한 고명환 님의 해답은 '요리'였고, 그는 현재 외식업 사장님이 되었다.


나도 저런 관점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 고명환 님처럼 간절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래서 그런지 고명환 님의 말씀이 이번엔 크게 와닿았다.


내 삶에서는 여태 'ㅁ' 하나가 빠져있었다. 여태 나를 위해 공부했고, 나를 위해 일했으며, 나를 위해 살아왔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여태 그 정도가 좀 심했었다.


주말에 가족들과 놀러 갈 때도 항상 책을 가지고 다녔고,

어떻게든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했으며,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보단 지금 당장 내 만족이 중요했다.

물론 남을 위해 나를 내어줄 때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내가 별 관심 없는 것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고명환 님의 말씀에 따르면 삶에서 실제적 변화가 뒤 따르려면, 심장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한다. 심장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위해서는 책을 읽고, 느끼고 충분히 사색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래 질문 두 개를 던지고 처절히 사색하여 나만의 답을 찾아내야겠다.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남을 위한 삶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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