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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Sep 28. 2024

9월 한 달 회고

9월 가장 큰 이벤트는 이사였다. 나처럼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의 아내는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정도를 넘어 변화를 매우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올해는 이 동네 그리고 이 집(이사 오기 전 집)에 이사 온 지 만 10년이 되는 해이다. 나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10년이란 세월은 너무나 오랜 시간이다. 만약 아이가 태어나는 이벤트가 없었다면 10년동안 한 곳에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사를 예전부터 가고 싶었으나 아내가 반대했다. 아직은 아니라는 이유다. 그렇게 몇 년을 더 살았다.


그러다 마침내 아내가 올해 5월 결정을 했다. "오빠, 우리 이사 갈까?" 틈을 주면 안 된다. 그 말을 꺼낸 것이 아마 수요일 정도 되었을 것이다. 그 주말 부동산에 연락하여 보러 갈 집 몇 군데를 정했다. 집이든 물건이든 뭐든 내가 찾아 나설 때 그것이 나타나더라. 5월 넷째 주였다. 그렇게 집을 찾아 나섰다.


첫 번째 동네에선 될 듯 말 듯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다 와서 미끄러지길 두 차례, 그럼 좀 쉴 법도 한데 나는 그런 것을 못한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대로 동네를 약간 옮겨서 다시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우리가 원하는 것이 더욱 명확해졌다. 그 조건에 맞는 집만 골랐고, 마침내 6월 넷째 주, 집을 구한 지 딱 5주 만에 약 10여 개의 집을 보고 지금 우리 집을 선택했다.


9월 10일은 이사하는 날이었다.


이사라는 것은 한 가정에서 매우 큰 이벤트이다. 그것도 10년 만의 이사다 보니 할 것이 많았다. 일단 집 정리다. 버릴 것이 많았다. 10년 간 짐 정리를 제대로 한 적이 없으니 짐이 너무나 많다. 버릴 물건이 남겨둬야 할 것들 보다 더 많을 정도로 많았다. 옷가지, 가구 등 큼지막한 것부터 식기류, 잡동사니까지 끝이 없어 보였다. 개 중엔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부터 산지는 한참 되었지만 안 쓰는 것들도 많았다. 쓰지 않아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는 물건도 제법 되었다. 최근 몇 년 간 안 입는 옷을 추리니 여태 이렇게 많은 것들을 왜 가지고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안 입는 것들이 많았다. 그렇게 추리고 추려 최대한 간소화하였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 살 것들이 눈에 띄었다. 10년간 썼던 장롱, 식탁, 수납장 등을 모두 버렸다. 이번 새로운 집의 콘셉트는 미니멀 & 베이직이다. 짐을 최소화하여 최대한 심플하게 사는 것이다. 짐을 줄이기도 하였지만 있는 짐을 보이지 않도록 수납할 공간이 많이 필요했다. 그렇게 이사 가기 전에는 버리고, 이사를 하고 나서는 사느라 한 달이 다 갔다. 이사를 하고 난 뒤 짐 정리가 하이라이트이다. 수납장 등 짐을 넣을 공간이 없어 이사 당일엔 거의 대부분의 짐을 땅바닥에 놓아두었다. 주문해 둔 수납장은 이사 후 들여놓기 시작했고, 짐을 모두 정리하는 데 약 2주가 걸렸다. 지금은 우리가 생각했던 그 집이 탄생했다.



보시다시피 뷰가 끝내준다. 이 아름다운 뷰에 음악이 어우러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약 두어 달간 오디오 시스템을 알아보았는데 아내가 오디오까지 놓으면 미니멀 & 베이직 콘셉트를 지키지 못할 것 같다며 반대를 했다. 너무나 슬프지만 언젠간 기회가 올 것이다.


다음 주면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된다. 이사도 했으니 또 새로운 마음으로 멋지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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