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2일 자전거를 구매하였으니 이제 막 두어 달이 되어갑니다. 제가 자전거와 사랑에 빠진 그 순간을 정확히 기억합니다. 안양천에서 따릉이를 타고 있었는데요. 어떤 남자분께서 딱 붙는 쫄쫄이를 입고 알록달록한 고글을 쓴 채 쌔엥 하고 지나가는 그 순간, "아~ 나도 저거 타고 싶다! 따릉이는 너무 느려..." 그렇게 그 순간의 기억은 몇 년이 지나도록 제 마음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더니 마침내 지난 9월 자전거를 사버렸습니다.
그날도 자전거를 살 생각으로 자전거샵에 간 것은 아니었어요. 당시 며칠을 자전거를 알아보다가 우리 집 주변에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평이 좋은 자전거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날이 일요일이었어요. 그렇게 츄리닝을 입고 슬리퍼를 신고 자전거샾에 갔다가 간지 10분 만에 덜컥 자전거를 사버렸죠.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갈 때 현관에서 마주친 아내의 눈빛에 순간 얼음이 되었습니다. 무서웠어요. 약 2.5초간 멈추었다 씨익 웃으니 와이프는 한 숨을 푹 쉬고 방으로 들어가더군요. 용서를 구하는 것이 허락을 구하는 것보다 항상 빠르죠. 그렇게 며칠을 싹싹 비는 수고가 있었지만 그 뒤로 자전거의 세계에 푹 빠져버렸어요.
제 자전거 예쁜가요? 저는 무조건 블랙입니다. ㅎ
자전거만 사는 게 끝이 아니더군요. 옷도 사야 하고 헬멧도 사야 하고 고글도 사야 하고 장갑도 사야 하고 신발도 사야 하고 페달도 바꿔야 하고 속도계라는 것도 사야 하고... 모든 것이 처음 시작하면 돈도 많이 들고 알아야 할 것이 많은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돈을 많이 썼으니 이제 자전거를 더 열심히 타야 할 이유가 확실해졌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두 달도 안된 자린이 치고는 제법 성취가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로드 바이크라는 애를 처음 타보다 보니 모르는 것이 많았습니다. 로드 바이크 입문이라는 책을 사서 읽어 보기도 하고 유튜브를 오며 가며 열심히 봤죠. 역시나 무엇이든 한 발 더 들어가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사실이 자전거의 세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렸을 때 자전거 한 번 안 타본 한국 사람들이 있을까요? 그래서 너무나 쉽게 생각을 했는데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더군요.
무엇보다 오래 자전거 생활을 하려면 기본기부터 다져야 할 것 같았습니다. 자전거의 기본기라 하면 뭐 이런 것들이 있어요. 안장의 높이는 어느 정도가 적합한지, 페달을 밟을 때는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이죠. 그냥 안장에 앉아서 발로 페달을 밟아도 자전거는 앞으로 나가지만 기본기가 없으면 무엇보다 부상의 확률이 매우 올라간다고 해요. 예를 들어, 안장이 자신의 키나 체형에 맞지 않은 채로 장시간 타게 되면 타고난 뒤 목, 어깨, 손, 무릎까지 통증이 생기게 되는데, 이런 기본적이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무엇을 했을까요? 유튜브를 열심히 보았을까요? 저는 싸이클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아카데미를 등록했답니다!!
정말 그렇게 까지 해야 되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저는 어제까지 아카데미에서 강습을 4회 차를 받았는데요. 처음 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좋아졌어요. 물론 아카데미에 가는 것 외에도 혼자서 시간 날 때마다 연습을 하곤 했습니다만 전문적으로 가르침을 받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죠. 처음 갔을 때는 페달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저의 자세는 올바른지, 안장 피팅은 제대로 되어 있는지 등으로 시작하여 3회 차 수업 시간에는 저의 한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일명 FTP(Fuctional Threshold Power)라는 것을 테스트하였습니다. FTP는 젖산역치파워라고 부르는데요. 쉽게 말하면 체력의 극한치라고 할 수 있어요. FTP 테스트를 하면 2.4, 3.5 등의 수치가 나오는데요. 이 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체력이 높다고 볼 수 있어요. 저는 처음 테스트를 하였는데 2.7이라는 숫자가 나왔어요. 일반적인 수준보다는 높은 수준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전혀 와닿지 않더군요 ㅎ 국내 프로 선수들이 5점대, 월드 프로 선수들은 6점대라고 하니 저는 사실 딱 자전거 탄지 두달 지난 자린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요 ㅎ
오늘 오전에도 운동을 하고 왔는데요. 66km를 달렸고 2시간 11분이 소요되었어요. 평균 속도는 30km였는데요. 제가 9월에 처음 자전거를 사고 나서는 평속이 아무리 달려도 25~6km 수준을 못 넘겼어요. 거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평균 속도는 더 떨어졌거든요. 그런데 오늘 오전엔 제법 장거리를 평균 속도 30km로 다녀왔으니 정말 단기간에 제법 늘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물론 저보다 훨씬 성장이 빠른 분들이 계시겠지만 저의 기준에는 제법 기특한 성취라고 할 수 있을 듯해요.
자전거 너무 재밌어요. 그리고 건강에도 미용에도 매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일단 다이어트에 매우 도움이 됩니다. 자전거가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운동이신 거 아시나요? 예를 들어, 제가 오늘 2시간 자전거를 탔더니 칼로리가 1450을 소모했더군요. 아래 사진을 보면 1450 칼로리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실텐데요. 어마어마하죠? 자전거를 타면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ㅎㅎ
그리고 기본 체력이 좋아집니다. 저는 러닝도 자주 하는데요. 자전거를 두어 달 타고나서 러닝 기록이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제가 평소 5km를 뛰는데 평소 무리하지 않고 뛰면 1km 5분대 초중반 수준이었거든요. 그런데 자전거를 두 어달 타고나서 4분 후반대가 나오더군요 ㅎ 뛰어본 분들께서는 이게 얼마나 대단한 성장인지 아실 듯한데요. 어쨌든 기본 체력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또 하나 좋은 것은 자전거 운동과 더불어 스트레칭을 조금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게 근력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 근육을 늘려주는 스트레칭이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고관절 스트레칭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러닝과 자전거는 다리를 구르면서 하는 운동이라 여기 사진에 보이시는 고관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요. 저는 자전거를 타면서 고관절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깜짝 놀랄 정도로 제 고관절이 많이 굳어 있더군요. 여전히 할 때마다 새롭지만 그나마 많이 유연해진 것 같아요. 그리고 덩달아 전신 스트레칭도 짬짬이 하게 되니 참 좋죠.
그 외에도 좋은 게 참 많아요. 오늘은 한강에 있는 새떼들이 무리 지어 한강 물 위를 일제히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가슴이 웅장해지더군요. 아직 저는 초보라 대회에 나가본 적이 없지만 한국은 자전거 대회가 전국 각지에서 많이 하는데 그 대회에 참가하면 정말 아름다운 경치를 자전거 위에서 유유자적 관람할 수 있으니 이 또한 대단히 훌륭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겨울 동안 열심히 몸을 만들어 놓고 내년 봄이 오면 여러 경험을 해봐야겠네요. 벌써 설레는데요?
참, 첫 째도 둘 째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라이딩하는 것이니요. 항상 조심해서 오래오래 타도록 해야겠습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으시고 자전거에 관심이 생기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저도 이제 막 시작하여 초보에게 필요한 따끈따끈한 꿀팁들이 많습니다^^
그럼 다들 오늘도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하루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