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 눈이 쏟아지는 바람에 자전거를 타지 못하다가 오늘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습니다. 눈이 얼어 위험할 수 있어 바깥에서 타는 것은 아직 무리입니다. 싸이클 학원을 가니 사람이 많습니다. 모두 저와 같은 이유로 온 자덕님들입니다. 자덕은 자전거 덕후의 줄임말로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매우 흔히 쓰이는 말입니다. 자전거를 막 시작한 사람들을 자린이라 부르는데 저는 기간으로 따지면 자린이에 속합니다.
지난 주말엔 남산을 다녀왔습니다. 남산은 자린이를 벗어나기 위해 필수적인 기본 코스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두 번째 올라가는 남산입니다. 첫 번째 남산 라이딩은 자전거를 산 지 2주일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요. 처음 올라가는 오르막길에 너무나 힘이 들더군요. 남산 가는 길도 몰라 대충 찾아보고 남산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마냥 따라갔습니다. 올라가는 내내 도대체 이걸 왜 올라가는지, 무슨 재미로 올라가는지 등등 오만가지 생각과 오만가지 욕을 하며 근근이 정상까지 올라갔습니다.
다녀온 뒤로 걷는 데 불편할 정도로 무릎이 아파 약 3일 정도 고생을 했죠. 자전거도 다른 바퀴로 가는 여러 기계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것이 엔진입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전동 모터가 그 엔진 역할을 하는데요. 자전거에서 모터 역할을 하는 것은 두 다리이죠. 두 다리가 모터처럼 쉴 새 없이 페달링을 통해서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첫 남산 라이딩에서의 제 엔진은 그야말로 엔진이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실한 엔진이었지요.
허벅지만 굵으면 뭐 합니까? 그 허벅지로 원운동을 쉴 새 없이 일정한 속도로 할 줄 알아야 하는데 말이죠. 페달링도 제대로 못하는 초보가 그 높고 긴 오르막길을 올라갔으니 무릎이 아플 만도 하죠. 나중에 알고 보니 페달링이 제대로 안 되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오르막길을 올라가게 되면 억지로 페달링을 하다 보니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어 통증이 생긴다고 하더군요.
첫 라이딩 이후 약 1개월 반이 지난 시점에서 두 번째 남산 라이딩이었습니다. 첫 번째 라이딩 보다 훨씬 수월하더군요. 첫 번째 라이딩에서 오르막길은 정말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이번 두 번째 라이딩에서 오르막은 제법 오를만하더군요. 심지어 재밌더라고요. 저와 함께 같이 올라간 사람들이 세 명 정도 되었는데 제가 무려 1등으로 올라갔지 뭡니까 ㅎㅎ 4명 중에 1등인데도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습니다! 1등도 1등이지만 올라가는 길이 첫 번째 라이딩 보다 너무나 쉬워졌다는 것이 아주 고무적이었어요.
자전거를 나름 열심히 타긴 했지만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눈에 띄게 성장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더군요. 당시엔 정말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는데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재미있는 순간으로 바뀌는 경험은 정말로 짜릿하기도 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의 인생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과거엔 정말 견디기 힘들고 괴로웠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니 별 일이 아닌 것이 되어 버리잖아요. 그리고 갈수록 과거처럼 그렇게 괴로워할 일이 없어지는 것을 보면서 제 생활이 그만큼 안정되어 가는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몸도 마음도 성숙했다는 말도 되겠지요. 또 한 편으로는 젊었을 때처럼 도전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생 20대 때처럼 도전만 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너무 안정적이고 안전한 것만 찾아서도 안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저에게 로드 바이크는 도전이긴 합니다. 나름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니 도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너무나 재밌기만 하여 '도전'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좀 머쓱하긴 합니다.
오늘은 거의 하루 종일 지난 2024년을 회고하고 2025년 목표를 세웠는데요. 그중 자전거와 관련된 목표도 있습니다. 로드 바이크 대회를 나가는 것인데요. 로드 바이크 대회는 프로 엘리트 선수들만 나가는 투르 드 코리아 같은 대회가 있고, 마스터즈 싸이클 투어라는 이름으로 동호인들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란폰도라고 이름 붙여진 이벤트가 있는데 이것은 대회라기보다는 장거리 자전거 주행 이벤트 정도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하네요. 약 120km 정도의 거리를 주어진 시간 내 들어오는 이벤트인데요. 저는 2025년에는 요 이벤트에 3회 이상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3회라는 숫자는 아무 의미가 없고요. 봄에 한 번, 여름 오기 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요렇게 세 번 정도면 좋지 않을까 하여 ㅎㅎ
요렇게 목표를 세우고 나니 내년이 기대가 되네요. 이번 겨울은 내년의 여러 이벤트 준비를 위해 열심히 체력을 갈고닦아야겠습니다. 춥다고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서 조금씩 걷고 뛰다 보면 따뜻한 봄이 오지 않을까 하네요- 그럼 다들 안전한 겨울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