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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예찬 Oct 13. 2024

그림을 그리고 시스템을 구축하다

[회고] 0부터 0.5를 만들기 위한 고군분투기

이름을 짓고, 믿을 수 있는 동료들을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냉정하게 말하면 이제부터다. PARD라는 이름은 누구도 들어본 적 없었고,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림을 그려야 했다. 정말 0부터 시작이었다.


지금도 그때 만들었던 시스템과 정책들은 당시 상황과 팀의 수준을 고려했을 때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시스템과 구조는 팀원 모두가 소화할 수 있으면서도 좋은 아웃풋을 낼 수 있을 만큼 효과적이어야 했다.


PARD를 시작했던 지난 글에 이어 이 글에서는 PARD라는 프로덕트의 차별점과 무기들을 어떻게 갖추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간략하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협업, 어떻게 할건데?


PARD의 초기 제안서

우리가 협업과 함께 내세운 또 다른 소구점은 바로 '사용자가 존재하는 프로덕트'였다. 아직도 많은 대학교와 학과들이 기업과 협업하고,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무와 거리가 먼 부분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당시에는 그런 괴리가 더욱 컸다. 디자인은 디자인만, 기획은 기획서만, 개발은 기능에만 집중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IT 기반 스타트업들의 JD

하지만 위 JD들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기업에서는 협업과 더불어서 '사용자가 있는 서비스', '실질적인 배포까지의 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협업만 외쳐서는 완성할 수 없었다. PARD에 들어올 친구들의 기획, 디자인, 개발 역량을 어떻게 키울지 고민했다. 1+1이 2가 아닌 3, 5가 되려면 협업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필요했고, 그 실력을 키워줄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했다.



커리큘럼을 구축하기 위해 고민했던 흔적

SOPT, 디프만, 멋사, YAPP, DnD, Mash-up 등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모든 레퍼런스들을 훑었다. (비수도권에서는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 우리에게 맞지 않는 방식은 제외하고, 강점들은 활용할 수 있게 바꾸고 개선해서 적용했다. 리더들 또한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괜찮았다. 현업자들을 찾아서 묻고 피드백을 받았다. 모든 것을 담거나,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조금씩 필요한 무기들을 갖춰나가고 있었다.





시스템을 그려나가다


우리가 세운 PARD의 목적과 방향을 고려해서 계획한 인원은 창립멤버를 포함, 총 50명이었다. 처음 시작하는 동아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숫자였다. 파트(기획, 디자인, 웹, 앱) 별 역량 강화, 협업, 프로덕트 런칭을 모두 고려한 일정과 운영 시스템, 기준을 구축해야만 했다. 구축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했던 요소들을 일부 추리면 아래와 같다.


1. 핵심적인 기준 세우기

기획하는 프로그램은 분명한 목적과 가치를 가져야 한다

모든 경험과 과정은 Pay it forward, 협업으로 귀결된다

피드백 수집, 개선 과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다


2. 프로그램 기획

프로그램별 세부 R&R 설정

전체 일정과 프로그램별 목적 수립하기

서핑데이 : 협업에 대한 이해와 마인드 셋 구축하기
파트 세미나 : 협업을 위한 기본 역량 강화하기
연합 세미나 : 직군 간 이해를 높이고 커뮤니케이션 연습하기
아이디어 피칭 및 팀빌딩 : 문제 발굴과 근거에 기반해 설득하기
해커톤 :  프로젝트 진행을 통해 실질적인 협업 경험하기


3. 운영 체계 설정

운영과 실무(파트별 업무) 분리 및 분배

리쿠르팅, 과제 등 세부 정책 수립

소통 채널 세팅, 의사결정 방식 설정(Slack, 노션, 카카오톡)

데이터/자료 관리 시스템 마련

회의 방식/회의록 템플릿


4. 대외 협력

운영 비용 및 장소 마련

멘토링, 네트워킹 확장 방안

홍보, 바이럴 방법 구상


PARD 제안서 일부 내용(초기에서 3차례 개선됨)

시스템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PARD를 처음 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조화, 시각화하는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어떻게 쉽게, 핵심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최종 의사결정자인 두 명의 친구와 함께 논의할 때마다 스타트업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회사의 체계를 잡는다는 생각으로 임했고, 대학생 티가 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우리가 볼 수 있는 최대한 디테일한 부분까지 잡아가는 과정을 거쳤다. 이후 이렇게 애를 써서 잡아둔 시스템의 힘을 체감할 수 있었던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서로에게 진심을 느끼다.


당시 Todo 리스트 및 회의 일정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부족했다. 해야 하는 것과 갖춰야 할 것은 많았지만 시간도, 돈도, 역량도 모자라기 일쑤였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단 하나,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게 전부였다고 생각한다. 순간마다 모두가 진심이었고, 거의 모든 순간에 누구 할 것 없이 치열하게 움직였다. 단순히 얼마나 시간을 투입하는지를 넘어서 우리가 없던 것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열정과 희열이 있었던 것 같다.


부족한 개발 실력을 커버하기 위해 포항과 부산을 오갔던 순간

시스템과 구조를 이야기하면서 뜬금없이 왜 진심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의문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처음 구상해 가는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연료가 바로 진심이었다. 진심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좋은 것, 좋은 방법을 고민하고 찾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었고 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우리라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PARD를 세워나가는 과정에서 당연히 그럴듯하고 멋졌던 순간보다도 속된 말로 '짜치는' 순간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자기에게 맡겨진 일과 역할을 왜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걸음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건물의 견고함은 그 지반이 바탕이 된다. 우리가 무슨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 몰입했기에 흔하디 흔한 결과물이 아니라 진심과 고민이 묻어난 제품이 탄생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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