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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Dec 23. 2018

미안해. 너 좋아해.

가까워서 더 힘든 사랑

 누가 말했다. 세상은 혼자 와서 혼자 가는 것이고 빈손으로 와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오고 가는 그 사이를 채우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 것이다. 가족, 친구, 연인 같은 것들 말이다. 오늘은 그중 조금 아프고 아련한 사람관계를 적어보려고 한다. 모두들 한 번씩은 거쳐봤을 법한 이야기. 오늘 할 이야기는 짝사랑이다.


그댄 내가 아니니 내 맘 같을 수 없겠죠.  -윤하, 기다리다 가사 中


 짝사랑은 여러 방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에게 첫 눈에 반해서 시작할 수 도 있고 알게 된 사람을 어느 정도 보다가 의외의 모습에 반할 수 도 있다.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의 형태의 짝사랑이 있지만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오래된 친구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느꼈을 때이다.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랑은 없다지만 친구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순간 가시밭길을 맨발로 걸어가는 아픔을 선택한 것과 다름이 없다. 친구를 볼 때 예전처럼 대할 수 없고 평소처럼 나를 대하는 친구의 모습은 조금씩 실망감을 쌓이게 한다. 나는 이 아이에게 그저 친구 그 이상이 아니라는 것을 혼자 되새기며 혼자 아파한다. 더욱이 상대방이 선을 긋는 것 도 아니고 그저 평소처럼 대해 주는 거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상대를 미워할 수 도 없다. 외롭게 속 앓이를 할 뿐 어떤 탈출구도 없다. 상대방이 혹시나 나의 마음을 알아채고 멀어지려할까 다가갈 수 없고 오히려 멀어지자는 생각이 들어 갖은 핑계를 대며 멀어지려 하지만 머릿속에 그 친구의 얼굴이 한 번 떠오르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친구로서도 이성으로서도 차츰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기만 하는 비극으로 다가간다.


짝사랑이 가슴 아픈 가장 큰 이유는 상대를 보고 있는 것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만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알 수 있게 된다. 이 친구가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그때 상대도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이 들면 정말 다행인 일일 것이다. 결말을 낼 수 있으니까.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최고의 해피엔딩일 것이고 틀렸다면 그래도 가슴 아픈 경험을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최악으로 갈 확률이 높아진다. 고백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상대와 이전처럼 가깝게 지낼 수 없을 것 같고, 설사 상대가 편하게 대해주려 노력해도 스스로가 예전처럼 반응해 줄 수 없을 것 같다. 두려움 때문에 결국 우리는 결말을 미루고 미룬다. 상대를 잃는 것 보다 자신이 아파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알아둬야만 하는 냉혹한 사실이 하나있다. 결국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말을 기억해야한다. 자신이 기다리고 있으니 상대도 기다려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내가 끝내지 못하면 상대방이 언젠가 끝을 낼 것이다.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던지 내 마음을 눈치 채고 상대가 먼저 끝을 낼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 결말을 정해야만 한다. 남이 정해준 결말은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고 내가 정한 결말은 받아들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항상 나를 좋아하지 않더라.

 

이전에 재밌게 보던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 에서 나온 문장인데 가슴에 박혀 아직까지 기억되는 말이다. 너무나도 공감이 됬다. 이 문장 하나로 SNS에 하트시그널 기사가 마구 올라오고 공감된다는 댓글이 몇 천개가 달린 것을 보면 비단 내 가슴에만 있는 말은 아닐 것이다. 마음이 찢어지도록 아픈 말이라고 생각한다. 저 한 문장을 가만히 바라보면 누군가의 뒷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과 그 시선을 받는 사람이 떠오른다. 짝사랑을 말하는 어떤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깔아도 어울릴만한 그림이 떠오른다. 뒤에 있는 사람의 시선은 앞에 있는 사람에게 고정되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앞에 있는 사람은 그런 것을 모른 상태로 다른 누군가와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 짝사랑을 그림으로 바꾼다면 이 그림이 가장 어울릴 것 같다. 만약 뒤를 돌아봐 눈이 마주친다면 그때 말해야한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가슴이 미어지도록 좋아하는데 이 마음을 너에게 전하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솔직히 마주해야만한다. 그때가 아니면 우린 결말을 스스로 만들수 없으니 단 한 번 있는 기회를 버리면 안된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짝사랑 중이라면 부디 그런 기회가 생기길 바라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간절하게 빌어본다.





 그렇다고 짝사랑이 오직 슬프고 가슴아픈 경험만은 아니다. 사랑을 함으로서 우리는 사람다운 감정을 절절하게 체험할 수 있다. 상대를 위해 자발적으로 희생하고 싶고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매꿔주고 싶으며 자신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도 사랑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상대방이 생각하는게 다르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접고 다른 생각을 수용하는 경험을 하게 해주며,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말을 비로소 이해하게 해준다.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상대를 위해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깊게 고뇌하게 되며 자신이 해야할 것을 찾았을때 망설임 없이 움직이게 해준다. 나는 아직 사랑에 빠진 사람이 무기력증에 빠진 것을 본 적이 없다. 내가 사랑에 빠졌을때 무기력증 따위를 느낀적 또한 없었다. 그럴 틈이 없었던 것 같다. 한 번이라도 그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고 말을 나누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상대에게 나의 멋짐을 보여주려면 어느 방면으로라도 노력해야 하니 그럴 시간이 없었다. 공부의 늪에서 해매는 친구를 빠져나오게 하고 싶었기에 내가 그 친구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고 어떤 옷을 입는 사람이 좋다기에 새로운 옷들을 사려 쇼핑몰을 들락거렸다. 배고프다는 말을 달고 사는 친구가 마음에 걸려 언제라도 밥을 사주고 싶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으며 그렇게 번 돈으로 밥을 함께 먹었을때 진심으로 행복함을 느꼈다.

쌍방형 사랑이면 더욱 좋겠지만 짝사랑도 이런 것 들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아니 오히려 짝사랑이라 더욱 크게 느껴질 수 도 있다. 조심히 접근해서 얻은 기회들이기에 더욱 크게 느낄 수 밖에 없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중 짝사랑으로 마음아파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아픔은 잠시 버리고 가슴을 자랑스러움으로 채우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고 사람이 다른 사람을 품는 가장 존경스러운 행동을 하고 계시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부디 여러분들의 행동의 결과가 따뜻함으로 끝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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