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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테씨 Nov 01. 2024

아들, 운동한다고 불안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앞으론 꼭 말할게

2021.9.16

운동 11주 차 3일째


어제는 건강검진 날이라 아침 운동을 쉬었다. 건강검진 결과는 신기하고 당연하게도 작년보다 건강한 상태로 나왔다. 몸무게가 줄었음은 물론이고 의사 선생님께 "운동 좋아하시나 봐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살면서 단 한번 도 날씬해 본 적도 없고 운동과 친해 보인다는 말도 들은 적이 없는 나였는데, 정말 뿌듯한 날이었다.


반면, 오늘은 아침부터 긴장감을 맛보고, 달리기를 못 할 뻔했던 날이다. 매일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일부러 잠자는 아들을 깨우지 않고 새벽에 집을 나섰었다. 나는 아들의 잠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배려한 행동이었는데 이 행동이 오히려 아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나보다. 새벽에 잠깐 깨서 깨닫게 된 엄마의 부재가 아이를 더 놀라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집을 나서기 전에 일부러 살짝 깨워서 운동 다녀올 테니까 아빠랑 자고 있으라고 말해주었다. 그 이후로는 깨서도 엄마의 부재에 불안해하지 않았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집을 나서기 전 아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살짝 깨웠다. 그런데 무서운 꿈이라도 꿨는지 오늘은 반응이 평소와 달랐다.


“아들, 엄마 운동하고 올게. 아빠랑 푹 자고 있어.”

“싫어”


평소에는 ‘응"이라고 대답을 했었는데, 아이의 입에서 나온 “싫어”라는 대답이 나를 당황시켰다. 결국 30분 정도 아들을 껴안고 다시 재워놓고 평소보다 늦게 운동을 시작했다.


8km는 내가 달리는 작은 공원 기준으로 약 50바퀴이다. 저번에 한 시간에 8 km 달리기 성공했을 때는 15바퀴씩 인터벌로 달렸었다. 오늘은 5바퀴를 늘린 20바퀴 인터벌을 목표로 담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10바퀴 달리고 힘들어서  걸어버렸다. 더 많이 달려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몸이 더 무거운 느낌이었다. 어제 건강검진 때문에 하루 운동 쉬었음을 핑계 삼아 '편하게 마음대로 달리기'로 목표를 변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시간 안에 8km 달리기를 성공했다.


한 시간 안에 8km 달리기를 딱 한 번 성공했고, 그다음 날은 건강검진을 운동을 쉬었고, 두 번째로 도전하는 8km였는데, 1시간 안에 달렸을 때의 속도와 느낌을 기억해 준 내 몸이 참 고마웠다.


건강검진도 끝났고 진짜 다음 주부터는 한 시간에 9km 달리기 도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과연 헛구역질을 몇 번이나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운동 관련해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나의 모습이 아직 낯설다. 하지만 이런 내 모습이 싫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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