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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oung Jun 13. 2019

여전히 성장 중...

Sky bleu (고민이 많은 그대여.. 냉큼 떠나라!)

"안녕하세요, '안 알랴쥼'닷컴에서 나왔습니다. 몇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네. 그러시지요. 근데, 거기가 뭐하는 곳.........."

"여행 좋아하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뭐 하시는 분이신지..........."

"음, 그렇다면 어린 시절 여행이야 가족여행이 대부분일 테니 성인이 되고 나서의 여행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혹, 해외여행의 경험이 있으십니까?"

"네. 홍콩을 한 번 갔다 온 적이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그럼 홍콩 여행에 대해 얘기를 해보죠."

"저, 근데, 딱히 얘기할 것이......."

"휴식차 가신 겁니까? 가시게 된 동기가 무엇입니까?"

"(이분은 답변을 듣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인가?) 어.. 언니가 출장차 홍콩을 갔다가 었던 호텔에 물건을 두고 오는 바람에 물건을 찾을 겸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동기가 희한하군요. 귀중한 물건이었나 보네요. 뭐 그건 됐고요. 홍콩의 첫 느낌은 어땠나요?"

"많이 습하더군요. 그리고 중경삼림 분위기일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습니다."

"옛날 사람이시군요. 그 영화 요즘 젊은이들은 모릅니다."

"아, 네. 그렇군요. 근데, 도대체 뭐하시는 분...."

"홍콩에서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그냥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그랬습니다만..."

"그게 다인가요? 첫 해외여행이 조금 밋밋하군요?"

"사실, 민망한 기억이 있어서 말씀드리기가...."

"그걸 말씀해 주셔야지요! 제가 왜 이런 인터뷰를 하겠습니까?"

"네. 그러니까 누구신지........."

"민망한 기억이 뭡니까? 혹 전 남자 친구를 홍콩 거리에서 맞닥드렸나요?"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군요. 그런 일은 현실에서 딱히 없습니다."

"냉소적이시군요. 그러니까 홍콩에서 뭔 일이 있었던 겁니까?"

"꼭 아셔야겠다면, 본인만 알고 계십시오."

"이미 글로 쓰고 있는데요."

"아, 그렇군요. 사실, 홍콩에서 언니가 정말 유명한 음식들을 이것저것 사주었습니다. 근데 처음 그 음식들을 먹을 때는 정말 맛있었거든요. 근데, 먹으면 먹을수록 속에서 부대끼더라고요. 그래서 그만 첫날부터 화장실을 수시로 들락날락했습니다."

"음, 그러니까 한마디로 첫 해외여행의 기억이 똥 싼 거란 말입니까?"

"그렇게 대놓고 말씀하시면 제가 좀 창피하지 않습니까?"

"뭐 생리현상인데 어쩌겠습니까? 받아들이세요. 그럼 지금 여행을 돌아보았을 때 드는 생각이 있습니까?"

"아쉽습니다. 저희가 묵은 호텔도 언니가 물건을 놓고 온 호텔이라 홍콩에서 가장 좋은 곳이었거든요. 근데, 그 호텔에서도 3일 내내 화장실에서만 살았기에 너무 아쉽고 아깝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호텔이 침사추이 중앙에 위치해 있어서 그나마 오다가다 신호가 오면 들리기가 쉬워서 다행이었습니다."

"호호호... 호텔이 멀었다면 국제 망신을 시키실 뻔하셨군요."

"기쁘신가 봅니다. 혹 우리 전에 만났었나요?"

"그럴 리가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첫 해외여행의 기억이 '덩'밖에 없어서 정말 아쉽습니다. 다음에 다시 한번 홍콩을 가게 된다면 정말 홍콩의 곳곳을 돌아보고 싶습니다. 저의 뜻밖의 영역표시에 심심한 위로를 표하는 바입니다."

"기자회견이 아닙니다. 인터뷰 감사드리고요. 다음에 홍콩을 가시게 되면 호텔 직원분들께 꼭 사과하시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즐거운 여행을 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왜 이 인터뷰를 한 것일...."

"이만 우리 헤어지죠. 다음에 다른 인터뷰로 만나 뵙겠습니다."

"저기요...... 답변도 좀 해주시면..."

대가족인 우리 집은 한번 여행을 갈라치면 준비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일단 그 모든 식구들의 일정을 다 맞추기도 너무 힘들었으며 비용도 만만치 않았기에 여행이라는 호사를 많이 누리지는 못하고 살았다. 지금 와서 기억나는 것이라곤 어린아이였을 때, 아빠의 친구분 가족과 함께 가족동반 여행을 갔던 일, 그리고 한때 자연농원이었던 꿈과 희망의 나라로의 당일치기 여행을 했던 기억 정도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다 중고등학생이 되어 학교에서 가는 소풍과 수학여행이 여행의 전부였던 나는 언제나 마음속으로는 혼자서 훌쩍 떠나는 여행을 꿈꿔오게 되었다. 학생이었을 때는 절대로 부모님의 허락이 없이는 여행을 없었으며 성인이 되어서도 막상 혼자 떠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과는 다르게 나는 늦은 나이까지도 독립적이지 못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제대로 여행 한번 하지 못한 채 다사다난한 20대를 보내고 30대로 들어서던 인생의 어느 시점에 나는 드디어 홀로 여행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이래저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새로 시작한 학원은 그다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으며 개인적인 여러 문제와 그리고 가족 내의 문제까지 엎친데 겹친 격으로 정말 인생의 모든 고난이 한꺼번에 몰려오던 시기였었다. 그렇게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에 한 장의 사진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강원도 삼양목장의 풍경을 담고 있는 사진이었다.

'무조건 저긴 갔다 와야겠어.' 그렇게 마음을 먹은 나는 다음날 바로 떠날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렀고 아는 지인에게 내비게이션까지 빌려 차에 장착하고는 다음날 새벽에 집을 홀로 떠나게 되었다.

가는 내내 속으로는 많은 생각들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여전히 고민거리들은 한가득이었으며, 처음 가는 길이 긴장되기도 했었고, 한편으로는 그곳에 혹 혼자 여행 온 사람이 나뿐이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까지 갈수록 마음은 무거워져만 갔다. 그렇게 한참을 운전하여 드디어 강원도에 들어서게 되었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 대로 강원도 횡계를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오는 내내 참 쓸데없는 걱정들을 하며 달려온 나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게 되었다. 삼양목장을 들어서는 길목부터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맑고 파란 하늘에 돌아가는 그 발전기들을 보자 마음이 뻥 뚫리는 시원함이 나의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성인은 입장료가 7000원입니다. 혼자세요?"

"넵! 저 혼자 왔습니다. 그래서 기쁩니다."

"그래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삼양목장은 우리나라에서 목장으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기 위해 삼양목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아직도 비포장으로 되어 있으며 매점에서는 간단한 음식거리들은 판매하지만 요리로 나오는 것들은 판매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은 유명세로 인하여 엄청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광활하면서도 순수한 자연의 모습이 매번 (일년에 무조건 한번은) 나의 발길을 불러들이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게 처음으로 선택한 홀로 여행의 목적지는 나의 마음에 쏙 들었으며 혼자인 것이 오히려 너무 행복한 기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사실,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 웅장한 산을 오르는 것은 무리이기에 삼양목장에서 운행하는 버스로 정상까지 오른 후, 하산은 걸어서 하기로 결정을 하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에서 나오는 안내방송을 들으면서 올라가는데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모른채 사진 한 장만으로 선택한 그곳이 영화나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한 곳이었으며 (가을동화, 베토벤 바이러스, 태극기 휘날리며, 연애소설 등 엄청 많더라고요.) 꽤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정상에 도착하여 잠깐의 시간을 가진 후, 나는 천천히 정상에서 내가 출발했던 그곳으로 혼자만의 걸음을 시작하였다. 5월이었지만 꽤 더운 날씨였기에 나는 중간중간 쉬어가며 자연의 웅장함을 온몸으로 온전히 느끼고 있었다. 산의 1/3 정도를 하산한 후, 베토벤 바이러스의 마지막 장면의 장소였던 나무 아래에서 잠깐의 휴식을 갖고 있었고 그곳에서는 마침 양들이(실물 양들을 이때 처음 봤습니다.) 여유롭게 풀들을 뜯으며 노니고 있었다. 살랑거리는 바람과 내리쬐는 햇빛 아래 어슬렁 거리는 양을 바라보다가 문득 나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가만있어 보자, 내가 여기를 왜 오게 되었더라.. 나 분명 엄청 힘들어서 여기 온 건데.. 고민들이 분명 많았었는데, 그게 다 뭐였지? 지금 여기 앉아 생각해 보니 별일들도 아니었네. 세상 문제들이라는 게..'

나는 그곳에서 홀로 앉아 그만 어이없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푸르디푸른 목장과 양들을 보고 있는데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순간, 쨍하고 햇빛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살랑바람이 눈에 보였다. (정말이었습니다. 쨍 소리도 바람의 모습도..)

광대한 대자연속에서 우리는 한낮 작은 소속물들일 뿐이다. 우리네 삶의 어떤 일들도 그리고 어떤 고민도 위대한 자연 안에서는 사소한 작은 일들일뿐인 것이다. 물론, 잠깐의 일탈이, 순간의 내려놓음이 지나고 나서 무언가가 달라진다거나 당장 나의 (우리의) 수많은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 안에 우리는 다른 창조물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들이니 그 안에서 해결되지 못할 일도 그렇다고 죽을 만큼 힘든 일도 딱히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고민이 많다면, 그리고 내가 있는 곳에서의 삶이 조금 힘들다면 산과 바다뿐인 곳으로 떠나보라. 광활한 자연이 모든 것을 덜어줄 것이다. 괜찮다고 이렇게 위대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라고, 너의 문제가 이보다 더 크게 될리는 절대 없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그렇게 나에게 (우리에게) 넌지시 말을 걸어올 것이다.

고민이 많은 자여! 반드시 냉큼 떠나보라. 자연이 당신에게 해답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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