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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백의 숲 Aug 02. 2021

숲에서 보내는 편지 5월 호

공백의 숲 Letter


5월의 안부


안녕하세요. 공백의 숲입니다.


 이번 편지가 5번째 편지네요. 이제야 편지가 ‘쌓였다’고 말을 할 수 있는 숫자가 된 것 같습니다. 편지가 쌓이는 시간 동안 편지를 읽어주셔서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저희의 편지가 힘이 생기는 것이겠죠. 정말로 감사합니다.


 5월이 되었음에도 날씨가 아직 충분히 따뜻해진 것 같지는 않아요. 편지를 적고 있는 요즘은 비가 자주 내리고, 5월에 눈이 온 곳도 있다고 하네요. 이 편지를 받게 될 5월 말에는 지금보다 더 따뜻해져 있겠죠? 여름의 생기로 가득 차는 날도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저희는 4월에는 계절 호를 준비하고 다시 이전처럼 보통의 편지를 준비하니 어쩐지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도 드네요.


 5월은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다정한 날들을 보내고 계시는지요. 그렇지 못한 날들을 보내고 계시는지요. 어떤 날들을 보내고 계시든 저희의 편지가 다정하게 느껴지길 바랄 뿐입니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다양한 기념일을 핑계 삼아 미처 다 전하지 못한 사랑을 나누는 달이지요. 우리는 이 다양한 사랑의 모양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기로 했어요. 너무 당연해서 혹은 너무 익숙해서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 건 아닌가 하고요. 당연한 것이 당연해지지 않고 있는 요즘, 그 기념일들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여전히 세상은 어지럽고 복잡한 일투성이지만, 이러나저러나 무엇보다도 사랑이 가득한 한 달이 되기를. 다정함과 사랑을 가득 담아 5월의 편지를 보냅니다. Love is all.


5월의 생각


사랑

1.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2.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3.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사랑이 눈에 보인다면 어떤 모양일까? 빨간 하트일까, 하얀 동그라미일까, 아니면 검은색 세모일까.


 사랑이 어떤 색과 모양을 띌지 모르지만, 사랑에 어떠한 형태가 있음을 확신한다. 또 그 형태가 단 하나의 형태가 아닐 것도 확신한다. 모든 사람이 하나의 공통된 마음을 갖은 적도, 하나의 사건을 공통된 생각으로 받아들인 적도 없을 테니 말이다.


 만약 사랑이 존재한다면, 사람 수만큼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있을 것이다.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나의 밤을 걱정해주는 사람,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사람, 내 상태를 사려 깊게 살펴주는 사람. 각자의 방식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것이 느껴진다. 그 사랑들을 가만히 보면 우주의 크기와 비례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있다고 믿게 된다.


 사람 간의 사랑 이외에도 우리 주변 곳곳에는 사랑이 도사리고 있다. 나만 하더라도 지금 내가 사랑하는 공간에서, 사랑하는 노트북으로, 사랑하는 노래를 들으며, 사랑하는 것들 혹은 사랑할 것들을 위해 글을 쓰고 있다. 사랑으로부터 써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 사랑을 발견하고 있는가. 발견하지 못하였다면 이 글에 담은 모든 사랑을 당신에게 보낸다.


나와 너 우리


 가족이나 친구, 주변 사람들에게 고민을 터놓는 일이 어렵게 느껴진다. 내 고민이, 나의 짐이 누군가에게 옮겨가 그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아닐지, 저들도 각자 힘든 일들이 있을 텐데 내가 힘들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지. 고민을 털어놓으려다가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이 생긴다.


 스스로 해결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일이 더 어렵다. 그래서 타인에게 선을 그어, 거리를 두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 개인은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어서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그럴 때면 고민의 고민을 한끝에 힘겹게 입을 뗀다. “나 힘들어”


 운이 좋게도 주변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의 최선의,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고 응원을 해주고, 힘이 되어준다. 그리곤 “의지해도 괜찮아. 그 정도는 내가 해줄 수 있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의지할 사람이 있으며,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대학원 휴학하고 싶다는 말에 ‘엄마 아빠가 도와줄 수 있는데 까지는 해줄게.’라고 하셨던,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나의 부모님과 잠을 잘 못 잔다는 말에 밤에 마시기 좋은 차를 선물해 준 친구 A. 글 쓰는 일에 자신감이 없을 때 ‘나는 너의 글로 세상을 봐. 멈추지 말고 계속 글 써줘.’라고 해준 친구 B. 조급하기만 하던 나에게 ‘파도를 보면 안 되고, 바다를 봐야 해 그러다 보면 너 자체가 바다가 되어 있을 거야. 넌 그렇게 될 거야.’라고 해주셨던 C 교수님.


 이들로 인해 나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다 성공하면 그저 기뻐하면 되는 일이고, 실패해도 이들이 있는 한 나는 계속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나 또한 괜찮은 사람이 되어 주변의 누군가 ‘힘들다’라고 할 때 어깨 한 쪽을 빌려줄 수 있는, 같이 울어줄 수 있는, 나의 최선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에 노력한다.


 지금까지 내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도 많은 사람들의 ‘거짓 없는 사랑’으로 나를 믿어준 덕분일 것이기에 나 또한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거짓 없이 사랑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P.S.

추신에는 저희가 매달 좋아하던 노래나 영화, 드라마, 책 등을 소개합니다. 다섯 번째 추신은 책입니다.


지금 어린이를 기다려 주면, 어린이들은 나중에 다른 어른이 될 것이다. 세상의 어떤 부분은 시간의 흐름만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나는 어린이에게 느긋한 어른이 되는 것이 넓게 보아 세상을 좋게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를 기다려 주는 순간에는 작은 보람이나 기쁨도 있다. 그것도 성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와 어른은 함께 자랄 수 있다.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2021년 5월 20일 공백의 숲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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