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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은경 Aug 09. 2023

초록 달_문봄

폰드로메다 별의 초대장


초록 달

문봄



한밤중에 거실에서

엄마 폰 아빠 폰 내 폰

나란히 앉아 야식을 먹는다


멀티탭 3구 밥상에

기다란 빨대를 꽃아

따뜻한 전기를 쭉쭉 빨아 먹는다


폰드로메다 별에서 오는 텔레파시

얘들아, 오늘도 고생했어!


폰들의 마음속에

초록 달이 뜨는 밤

네모나게 부푸는 밤


『폰드로메다 별에서 오는 텔레파시 』, 상상, 2023








24시간 딱 달라붙어 살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인간과 헤어지게 된 폰들을 생각하게 된다.  주인이 친구, 연인들과 나눈 달콤하고 살벌한 대화들을 잔뜩 안고, 특별한 순간이 저장된 사진들을 수천 장씩 갖고, 별별 일들을 같이 한 폰들은 아름다운 별로 가는 게  마땅하다 싶다.  그곳에서 폰들은 멀리 인간들을 떠나 주인들의 흉을 보거나 그리워하며 수다나 떨지 모르겠다.  누가 먼저 태어났나, 누가 더 비싼지 비교하지 않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 


따뜻한 전기를 빨아먹으면서  빵빵하게 배를 채우는 시간 폰드로메다에서 "얘들아, 오늘도 고생했어!"란 메시지는 어쩌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를 토닥이는 엄마의 목소리로도 읽힌다.  엄마들은 밥통을 탁 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푸는 순간, 순한 마음이 되고 다정한 마음이 일렁인다. 충전을 마친 폰들은 인간들 머리맡에서 인간들 손을 떠나 폰드로메다 별로 갈 날을 기다리며 네모나게 부푼 밤을 보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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