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을 날마다 본다. 그러니까 우리 동네 파주는 날마다 공사 중이란 얘기다. 도로에는 가림막이 높다랗고 그 안엔 온갖 공사자재가 쌓여 있어 심란한 풍경이다. 하지만 날마다 보는 풍경이 어느 날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흙을 덮은 비닐을 뚫고 풀꽃들이 피어나고 가림막에 그려진 나무 그림에 넝쿨들이 넘어와 초록이 무성한 숲이 되어갔다. 주황빛 노을에 기다랗게 뻗은 크레인은 우아한 지휘자처럼 보였다.
몇 년 전인지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오래전부터 우리 집 주변은 공사를 한다. 논이었던 곳에 도로가 나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논이 없어질 때 서운함이 퍽이나 컸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 공사장 풍경이 익숙해서일 수도 있고 새로운 생명들이 다시 시작되고 있음에 경탄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건축은 마법같다. 자고 나면 건물들이 벌떡벌떡 일어서 있다. 다 크레인 씨의 지휘 때문이라 생각한다. 크레인 씨의 지휘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심란한 공사장 안엔 깔끔한 건물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아파트가 들어선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은 슬픔과 기쁨을 맛보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