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은경 Dec 20. 2023

눈사람

사랑의 다른 이름


눈사람


꽉!

끌어안으면

눈사람은 녹고

망가질 거야


사랑하는 방법이

모두 한가지는 아니야.


정유경, 《파랑의 여행 》 문학동네 2018






눈사람



나는 손이 없어 나를 꼭 껴안아 줄 수는 없지만

새로 태어날 수는 있습니다.


추운 아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나는 발이 없지만 걸어서 왔습니다.


하늘을 꼭꼭 밟고 왔습니다.


김륭, 《엄마의 법칙 》문학동네 2014





눈사람



눈덩이를 굴리면

흙도 묻어오고

검불도 묻어오고

발자국도 묻어온다


눈사람 속에는

길 한 자락이

돌돌돌 감겨 있다


곽해룡, 《 맛의 거리 》문학동네 2008






눈사람



내가 만든 눈사람이 녹아내리며

떠나려고 해서


얼른 그 물을 받아

유리창에

눈사람을 똑같이 그렸어


밖에 있던 눈사람을

우리 집 유리창으로 데려온 거야


유리창에 사는 사람은

나하고 눈 맞추고

나하고만 이야기를 나누지


여름

가을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나의 유리 사람


겨울이 다시 오고

눈이 내리면

밖으로 보내 줄 거야


이제는 눈 세상에서 살라고

눈사람들 만나라고


박경임, 《 오디오 동시마중 》제23호




매거진의 이전글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_가네코미스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