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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은경 May 13. 2024

날아라, 깃털

호흡을 가다듬는 중이야



날아라 깃털

변은경



양계장 근처

풀밭이나 길가에서

깃털을 보면


날기 전

호흡을 가다듬는 중이니

밟지 말아 줘


날마다 날 수 있다고 믿는

닭의 깃털이거든



『1센티미터 숲』문학동네 2023





어릴 적 우리 엄만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 무거운 돌을 얹어 놓고  숨이 끊어지면 뜨거운 물에 담가 털을 뽑았다. 병아리를 품었을 보드랍고 따스한 깃털은 그렇게 무자비하게 뽑히고 버려졌다. 배를 가르면 암탉 배안에는 탁구공보다 작은 여러 크기의 주황빛 알들이 나왔다.


햇살 좋은 봄날

날지 못하는

새가 생각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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