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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Jan 22. 2020

아이와 유레일 여행 #3. 스위스 루체른 편

여행을 시작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스위스는 이번 유레일 여행의 반환점 같은 곳입니다. 유럽에 머무는 2주 동안 열흘간 비를 만났습니다. 커다란 짐을 들고 나라와 도시를 이동하는 내내 비까지 내렸으니 억울할 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 여행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여행의 모든 시간을 행복으로 채울 수는 없습니다. 단 맛 하나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어려운 것처럼 좋은 여행은 맵고 짜고 때로는 시리고 밋밋해야 오히려 풍부해집니다. 


여행 내내 비와 함께한 스위스 여행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파리 리옹역에서 스위스로 향합니다.  



리옹역(Paris Gare de Lyon)에는 두 개의 탑승 홀이 있고 거리가 은근히 떨어져 있습니다. 스위스행 기차는 Hall 1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탈 기차의 정확한 정보를 구하려면 유레일 앱보다 SBB Mobile 앱을 미리 설치해서 확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스위스 여행을 하려면 필수 앱입니다.     



목적지인 루체른으로 가려면 바젤에서 환승이 필요합니다. 리옹역에서 바젤까지는 테제베 열차로 3시간이 소요됩니다. 자리를 찾고 유레일 패스를 처음 게시했습니다. 기차가 출발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역무원이 검표를 하므로 미리 본인의 유레일 패스에 정보를 기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도버해협을 건널때 유로스타로 기차여행을 시작했지만 진정한 의미의 유레일 여행은 지금부터라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고속열차 테제베는 유로스타에 비해 개인 공간이 넉넉한 편입니다. 비행기는 어느 나라의 비행기나 비슷한 공간과 사용성을 제공하는데 반해 유레일은 콘센트의 위치, 화장실, 좌석과 테이블, 식당칸, 패밀리 좌석의 유무 등 나라마다 기차 내부 환경이 그야말로 가지각색입니다. 기차가 출발하고 아이의 호기심이 좌석을 넘어 다른 칸으로, 화장실로, 매점이나 식당칸으로 옮겨갑니다. 우리만의 마이크로 어드벤처를 즐기는 사이 어느새 국경을 넘어 스위스 바젤에 도착했습니다.    



바젤역, 역사 밖으로 문 만 나서면 바로 도심입니다. 공항이라면 최소 반나절의 시간이 확보되어야 도시에 다녀올 수 있으니 도시 접근성은 유레일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둘러 루체른행 기차로 환승했습니다. 짐이 많고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니 우선 숙소에 도착해 무거운 짐부터 해결하기로 한 것입니다.  



하늘이 어둑어둑, 루체른에 가까워질수록 구름이 두꺼워지더니 툭! 툭! 빗방울이 유리창에 떨어집니다.  내리는 비가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이유는 호텔이 역으로부터 꽤나 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여행 중에 만나는 비를 무작정 반기는 사람은 많지않을 겁니다. 더구나 거무튀튀한 구름을 만난 곳이 스위스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파란 하늘과 하얀 만년설, 산 중턱까지 가득한 초록색 세상을 상상하며 떠나왔는데 스위스에 머무는 2박 3일 내내 비가 내렸습니다. 



2주간의 도시 일정 중 유일한 자연여행이기에 출발 전부터 기대가 큰 하루였으니 아이나 어른이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기차와 숙소 음식점까지 예약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날씨는 예약할 수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결국 계획대로라면 산의 여왕이라 불리는 리기산(Mt. Rigi)에서 온종일 눈썰매를 타기로 했던 계획은 접어야 했습니다.



20분 남짓 걸어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기분이 꿀꿀하니 호텔 요금과 별도로 지불하는 시티 텍스도 억울합니다. (런던을 제외하고 호텔에서 투숙하는 여행자들은 호텔 이용 비용 외에 별도로 시티 텍스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 세금은 호텔의 등급, 인원수, 날짜에 따라 금액이 달라집니다.)  



젖은 옷과 짐을 정리하고 검푸른 초저녁 루체른 구시가의 밤거리를 산책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비는 그쳐 있었습니다. 호텔 옆에 위치한 빈사의 사자상을 오가는 동안 지나는 상점가에는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고 차도 인적도 없습니다. 



유일하게 문을 연 곳은 대형 슈퍼마켓 쿱(coop). 딱히 즐길 것도 없는 일상적인 공간이지만 아이와 늦은 저녁 갈 곳도 없었기에 낯선 식료품과 먹거리를 구경하며 놀이터 마냥 신나게 즐겼습니다. 쿱에는 조리제품도 많아서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하기에도 좋습니다. 사실 물가가 비싼 스위스에서 숙박을 하는 여행자에게 쿱은 친숙한 코스라 할 수 있습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촉촉이 젖은 시내의 아스팔트를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호텔에 들어오자마자 로비에서 날씨정보를 확인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시로 내일의 날씨 를 체크했습니다.  


 ‘종일 스위스 전역에 ’   


썰매를 타기 위해 캐리어 안 깊숙이 찔러둔 두꺼운 장갑과 양말이 서운하고 아쉬웠지만 더 큰 걱정은 다음날 일정의 공백입니다.   


내일 하루 종일 비가 내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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