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미의 colorful life Nov 16. 2021

독거인이여, 토요일에 아프면 병원으로 튀어가자

독거인의 건강관리

보호자는 어디 계세요?


혼자 택시를 잡고 응급실을 가본 적이 있나요? 혼자의 삶은 대체로 안녕하나 몸이 아프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몇 년 전 며칠 간격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에 시달렸다. 주로 자기 전에 복통이 나타났는데 잠을 이룰 수 없고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었다.


몇 시간 동안 끙끙 앓다가 응급실을 찾다. 119에 전화를 해 볼까 하다 119에 전화를 걸어본 적이 없으므로 콜택시를 불렀다. 바닥을 기다시피 해서 지갑을 챙겨 들고 택시에 몸을 싣는다.


"아저씨, XX대학병원으로 가주세요."


원무과에 접수를 하러 왔다.


"보호자는 어디 계신가요?"


"저 혼잔데요."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은 가족과 함께다. 아플 땐 보호자가 필요한가 보다. 배를 부여잡고 이름과 병원 방문 여부와 증상을 차례로 말한다. CT를 찍는다. 의사 선생님을 찾아뵙는다. 몇 년 전 건강검진에서 담낭에 결석이 발견되었다고 말하니 급성 담낭염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바로 입원해서 개복을 할 수도 있다며 정말 혼자 왔냐고 다시 한번 물으신다. 혼자 사니까 혼자 왔다.



차가운 응급실 침대에 누워서 진통제를 맞으며 하얀 천장을 바라본다. 처방받은 약을 챙겨 들고 원무과에서 계산까지 마치고 행색을 뒤늦게 살핀다. 헝클어진 머리에 허연 얼굴, 무릎 나온 추리닝까지. 꼴이 말이 아니다. 귀신이 따로 없다. 벌써 새벽인지 해가 어스름하게 뜬다. 귀신은 해가 뜨면 사라져야지. 집에 가서 옷 갈아 입고 일단 출근해야겠다.


n년동안 혼자 살면서 응급실에 n번은 방문할 일이 생긴다. 급한 불을 끄고 나면 헛헛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온다.






토요일 오전에 아프다면 지체 없이 병원으로 달려가자


건강 관련해서 혼자 살면서 세운 원칙이 있다면 토요일 오전에 아프다면 주저없이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일요일에는 동네병원 잘 열지 않고 토요일 오후도 단축근무 또는 오전에 받은 예약진료만 소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토요일 오전에 고장 난 몸을 바로 잡지 않으면 주말 내내 앓아눕게 되고 밥도 못챙겨 먹는다. 몇 년 전까지 죽은 배달도 잘 안됬다. 심한 경우 응급실에 방문하게 된다. 이유모를 서러움은 말할 것도 없고 비싼 진료비는 1+1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다.


토요일 오전에 아픈 낌새가 있다면 점심시간 전에 병원에 도착하여 진료를 본다. 의사 선생님을 뵙고 '별일 아니라'는 한마디와 약 처방만 받고 나와도 든든함이 밀려온다.


혼자 살 수록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는 엄살쟁이가 되어야 한다. 건강해야 한다.


병은 몸에서 보내는 신호이다. 무리하고 있으니 쉴 것.


질병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혼자의 몸을 돌보는 일에도 기술이 생긴다.  봄이 되어 꽃가루로 결막염이 생기면 바로 안과를 찾아 안약을 처방받는다. 여름에는 편두통을 피하기 위해 햇빛이 너무 뜨거운 곳에는 오래 있지 않는다. 가을이 되어 입 주위가 간지러우면 피부과를 간다. 겨울이 되기 전에 독감 예방 접종을 맞는다.





건강만 하다면 유난이라도 떨겠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영양제 몇 알을 입안에 털어 넣는다. 영양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많지만 나에게는 효과가 있다. 장 건강을 도와주는 유산균,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마그네슘, 부족한 일조량을 채워주는 비타민 D,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비타민 C, 여러 가지 배합을 통해 찾아낸 나를 위한 레시피이다.


밤이 깊었다. 날이 많이 차가워졌다.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25도에 맞춰 보일러를 켜고 물주머니에 따뜻한 물을 담고 안는다. 적정 습도 40~60퍼센트가 될 수 있도록 가습기를 켠다. 가전에서 새어 나오는 빛은 수면의 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안대를 끼고 때론 귀마개를 하고 12시가 되 전에 잠을 청한다. 최소 7시간 이상을 잠을 자려고 노력한다.





스스로의 보호자가 되어 주자


보호자가 없다면 스스로의 보호자가 되어주자. 말 못 하는 신생아 딸의 작은 몸짓에 의사처럼 방구석 진단을 내리는 부모처럼 내 몸이 하는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건강염려증이라는 사람도 있다. 맞다. 건강염려증.  건강 나보다 더 염려해줄 사람은 없다. 최선을 다해 염려한다. 건강염려대왕(?)이다.


적절한 때에 적절한 예방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기검진을 생활화한다. 각 과별로 자주 찾는 병원을 만들어 질병의 이력을 관리한다. 약한 곳은 늘 약하고 아프다. 하지만 조금 주의를 기울이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본투비 허약인이지만 잘 관리한 골골백세를 꿈꾼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가 된 널 그리워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