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외 여행지를 가든 대화는 보통 이 질문으로 시작한다. 넌 어디서 왔니? 우리가 다르게 생긴 넌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거니?
순수한 호기심이기도 하지만 너는 여기에 속하지 않게 생겼다는 전제 하에 던지는 말
'Where are you from?'
나 역시 한국에서 다른 인종과 언어의 외국인을 보면 의례 이 문장으로 입을 뗀다.
그들에게 나는 한 개인이기 이전에 지구 유일의 휴전국에서 온 사람이고, BTS의 나라, Republic of Korea 출신이며,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Asian이기도 했으며, 수줍고 내성적인 동양 여자이기도 했고, 부자 나라 국민이기도 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어떤 것도 아니었다.
이번 여행 방문지는 런던과 암스테르담이었는데 둘 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였음에도 도시의 규모가 달라서인지 런던과 암스테르담에서 나를 대하는 태도는 꽤 달랐다.
런던은 지금까지 방문한 나라 중 가장 다민족 다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도시였다. 그야말로 메트로폴리탄.
아무도 나에게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묻지도 아시아인이라서 피부가 좋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이드파크에서는 한 동양인 여자가 트레이닝복에 유모차를 몰았고, 명품 아웃렛에는 센스 있는 복장의 흑인 직원이 있었으며 택시 기사 아저씨는 파키스탄 출신의 이탈리안으로 꿈의 도시 런던에 살게 되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에 반해 암스테르담에서는 다들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나는 흔히 하듯 한국이라 답했다. 너는 여기 속하지 않아.
암스테르담에서 홍등가에 다녀왔다는 내 이야기에 누군가는 거기서는 그렇게 아시아 여자 2명이 잘 안 가지 않아? majority가 아니지 않아? 글쎄, 평생 minority로 살아와서 지각도 못했어.
한국에서는 묻는다. 내 말투에 묻어나는 고향의 향기. 고향이 어디야? 도까지 이야기하면 더 자세히 묻는다. 그래서 어디야?
남초 회사를 다닌다. 10년 넘게 다니고 있다. 주말 근무를 나왔다. 옷을 편안하게 입었다. 전형적인 오피스룩은 아니다. 보안요원은 내게 묻는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너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직원이에요.
짧게 대답한다.
당신이 알림장 받아쓰고 일차 방정식 풀고 있을부터 여기 있었노라. 나보다 키가 훨씬 작을 때부터 여기 있었노라.속으로 대답한다.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줄곧 minoriy로 출신 물음에 답해야 했다. 때론 무례하게 느껴지는 질문.
회사에서 키가 표준보다 몹시 커서 불편하니 이코노미석이 아닌 비즈니스석으로 발급해줬으면 좋겠다는 직원이 있었다. 이코노미석을 타 봐서 알지만 대한민국 표준 키의 나에게도 이코노미석은 불편하긴 하다. 상사에게 여쭤보고 회사 규정상 안된다는 답을 문의한 직원에게 전하는 찰나 상사가 이야기했다. 꺽다리는 입사를 못하게 해야 해.
런던이 좋았던 이유는 minority가 majority 이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내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존재 자체가 이유가 될 수 있는 다양성이 인정되는 세상을 꿈꿔본다.
나부터도 낯선 이를 보았을 때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묻고 싶은 욕망을 눌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