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학문으로서의 신학'이 궁금했다. 여기에는 사회과학인 인류학으로 인생의 학문을 시작했고 지금은 사회복지로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을 먼저 말해야 할 것 같다. 내가 구체적으로 경험한 학문은 사회과학뿐이고 이것은 내 학문의 수준이 매우 미천함을 뜻하기도 한다. 현지조사를 하든, 통계를 돌리든 인터뷰를 하든 뭔가 '실증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자신의 공부를 발전시켜 나가는 사회과학에 비해, 신학은 그 근거 데이터들을 어떻게 제시하는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꽤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 최근에는 그 정도가 조금 옅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놓을 수 없는 궁금증이었다. 왜냐하면 신앙 혹은 신앙에서의 경험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내밀한 것이고, 심지어 신비롭거나 인간의 감각을 넘어설 때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것들을 이해하려면 개인들이 삶에서 경험한 여러 체험과 그 맥락을 먼저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현지조사가 중요한 연구방법론인 인류학에 대해서도 '문화기술지가 '학문적 글이냐? 에세이 아니냐?'라고 비판(을 가장한 막말)을 날리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하긴 사회복지학도 뿌리학문들의 2차 학문이라며 까이는 경우가 꽤 있더라. 그래서 신앙을 말하는 신학이 어떠한 체계로 학문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을까 하는 생각은 세례를 받았던 2007년 즈음부터 계속 갖고 있었다..
그러다 엄마가 석사논문을 쓸 때 옆에서 이것저것 도와주면서 본의 아니게 '국문학' 공부를 얼핏 하게 됐는데, 문학에서는 연구 대상의 소설 혹은 소설가의 사상이나 삶을 '텍스트'로 삼아 이것저것 비평하고 분석하는 식으로 연구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 경험 후에는 성경을 '텍스트'로 삼아 학문하는 방법도 비슷하겠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 하고는 있었다.
여하튼 오랫동안 갖고 있었던 고민에 대해 여기저기 질문하기도 하고 찾아보기도 했지만 그 답을 명확하게 얻을 순 없었다. 그래서 나의 궁금증은 그냥 크게 중요하지 않은 궁금증인가 보다.. 하고 마음을 접으려는 찰나, 감사하게도 책을 추천받았다. 초심자가 읽을 수 있는 신학 개론서를 추천해 달라는 내 부탁에 대건안드레아 신부님은 '가톨릭 신학을 소개합니다.'란 책을 추천해 주셨다. 품절된 도서였는데 아슬아슬하게 알라딘 중고서점에 있던 한 권을 구할 수 있었다.
아직 몇 장 안 읽었는데 문장이 아름답다. 하느님과 세상과 개인이 이어지는 면면을 적은 문장들이 계속 이어진다. 이남인 교수님이 쓰신 '현상학과 질적연구'를 읽었을 때 같은 기분이다. 나도 언젠가 이렇게 '예술적이며 아름다운 학문적 글'과 '사색적이며 학문적인 수필'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공부와 고민과,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세상을 향한 감동이 있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