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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나 Dec 13. 2023

내 눈에 별빛만을 담아.

가톨릭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잔잔 대림 챌린지

별이 너무나 반짝이는 밤하늘을 바라보면 이 세상에 나와 오직 그것만이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 빛을 눈에 오랫동안 담고 있으면 왠지 우주 속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신비와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바람이 심할수록 밤하늘의 별은 더 반짝인다고 했다. 윤동주의 ‘서시’를 배웠던 날, 국어 선생님은 그렇게 설명해 주셨다. 고난을 겪을수록 이상에 대한 소망이 더욱 간절해진다는 그 역설적인 마음은 어린 내 감성에 큰 자국을 남겼다. 그 간절함이 왠지 이해될 것만 같았다.     


10년이 조금 안 되는 기간, 나는 성당의 단체활동을 꾸준히 했다. 성당에서의 봉사활동은, 가장 낮은 곳에 있을 때 받았던 그분의 사랑을 다시 봉헌할 수 있는 뜻깊은 일이었다. 제의와 제구를 내가 감히 만질 수 있고, 미사 중 내 목소리가 더해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상상할 수도 없었던 호사였다. 그리고 봉사자들 간의 친교도 나에게는 고마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분에게 닿기 위함이었던 그것들이,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을 산란시켰다. ‘도구’였던 것이 ‘본질’의 자리를 넘보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닌 ‘장애물’ 일뿐이었다. 사람을 피해 사막으로 들어가, 오직 주님만 바라보고 살았다던 은수자들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언제부턴가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친교도, 봉사도 그분께 나아가는 좋은 방법이었지만, 주일 미사 후에는 왠지 헛헛함이 가득했다. 사람이 아닌 그분을 바라봐야 했는데, 내 눈에는 사람들이 보였고 그분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듯했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실망하게 되던 나날 중 들었던 생각은 내게 필요한 건 ‘본질의 그 자체인 그분’이라는 것이었다.    

  

굴절되는 공기를 통해, 별의 찬란함을 바라보는 것도 은총 가득한 경험이지만, 때로는 그 어느 것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나와 별만 존재하는 진공 안에서 별의 실체를 직면하는 것도 필요한 일일 것이다. 공기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별의 반짝임은 본질이 아니다. 진공에서 만난 그것의 반짝임이 사실 덜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여전히 ‘별’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앞에 고요히 머무르며 내 마음 가득히 따사로운 빛이 담기도록[臨] 기다려야 [待] 한다. 오직 별과 나, 둘만 존재하는 가슴 벅찬 시간을 통해서 말이다.          








<묵상글>     

특히 신앙에서는 균형이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성당 활동을 중단하는 것에는 큰 결단이 필요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제 신앙의 부족함을 깨닫게 하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신 은총이었다 싶습니다.

확신이 없는 기다림은 고통이지만,

반드시 지켜질 약속을 위한 기다림은 행복입니다.

올해 대림시기를 통해

그분은 내 삶 안에 늘 계신다는 사실을 더욱더 확신하고 싶습니다.

‘다가오심을 기다리다’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요!






'잔잔'은 가톨릭 신자 혹은 사제, 수도자이면서 예술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모인 커뮤니티입니다.

매달 신앙과 관련된 공통의 주제를 갖고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작품을 발표합니다.

사진과 조각, 그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발표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잔잔' 인스타그램을 방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잔잔 인스타그램 주소

www.instagram.com/janjan_cat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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