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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 Dec 18. 2023

오래된 책, 찻집 좋아하세요? 도쿄 진보초로 오세요.

'아무래도 나는 레트로가 좋다'면, 당신에겐 이 동네가 적격입니다

 도쿄에 살면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이자카야 골목, 화려한 쇼핑몰, 아기자기한 카페거리는 꽤 자주 다녔다. 이제는 사람들이 너무 붐비지 않으면서 고즈넉하면서도 볼거리가 쏠쏠하게 있는 재미있는 동네는 없을지 부지런히 찾아보고 있다. 그러다가 찾은 동네가 바로 고서적 거리, '진보초'였다.


 진보초의 서점들은 언제 발행되었는지 가늠조차 어려운 고서적, 오래된 잡지와 LP 음반 등을 취급하고 있다. 이 오래된 물건들 사이에서 나는 왠지 모를 안정감을 느꼈다. 내가 읽지도 못하는 언어로 쓰인 책의 표지들을 슥슥 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면 이 거리를 싫어할 리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이 혼자 와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물건을 보물 찾듯 열심히 찾고 있었다. 가끔 내가 보면 '이걸 누가 사지?' 싶은 물건도 일본에서는 팔고 있는 걸 보면, 이 나라는 취향의 세분화가 정말 잘 이루어져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평생 무언가 열광적으로 덕질해 본 적이 없어서, 그 기쁨을 모른다. 일본은 덕질하기 참 좋은 나라인데, 덕질할 수 있는 취향이랄 게 없어 조금 아쉬운 마음이다.


로스터리 카페 Mamekōbō

 진보초에는 책방뿐만 아니라 로스터리 카페와 킷사텐(레트로 다방)도 골목 곳곳에 있다. 잠 깨려고 급하게 들어간 로스터리 카페였는데, 예상보다 커피맛이 좋았다. 킷사텐에 가보지 않았다면, 킷사텐을 찾아 들어가 보시라. 킷사텐은 우리나라로 치면 다방이라 할 수 있는데, 보통 커피와 간단한 디저트(케이크, 아이스크림 등)를 판다. 실내 인테리어가 상당히 레트로 해서 80년대 다방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줘 재미있을 것이다. 


 수십 년 된 잡지만 파는 서점도 있다. 운 좋으면 벽에 툭 걸어놓아도 멋진 인테리어 소품이 될만한 표지의 잡지를 700엔 안팎에 살 수 있다. 쇼와, 다이쇼 시대에 발행된 듯한 잡지는 진짜 액자에 걸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3년 주기로 이사 다니는 삶이기 때문에 나는 잡지를 사지 못했지만,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잡지서점에 꼭 가보길 권한다. 



 이런 분위기 독특하고 오래된 느낌의 카페, 식당이 진보초 곳곳에 있다. 시부야, 신주쿠 등 인파로 가득한 대도시의 도쿄는 이미 많이 가보았다면, 그리고 고즈넉하고 시간이 느리게 가는 그런 도쿄의 동네를 찾고 있다면 진보초를 추천한다. 헌책과 잡지를 고르다 좀 피곤하면 킷사텐에 들어가 레트로한 감성과 함께 커피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해 보라. 지금까지 경험했던 화려한 대도시 도쿄와는 다른 느리지만 풍요로운 느낌의 새로운 도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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