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을 시작합니다.
글을 쓸 때, 누구에게 읽힐 글인가에 따라서 문체도 달라지고 표현하는 방식이나 이야기 전개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앞서 나온 책은 육아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보니 여러 방면으로 남의 눈치를 좀 본 것도 사실입니다. 순하게, 책잡힐 말은 줄이고, 무난한 내용만 책에 실었습니다. 나는 사실 그 책을 쓰면서 세상 눈치 보지 말고 본인에게 맞는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해서는 내 말이 제대로 전달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순화하고 다듬어서 책을 냈습니다. 그런데 책을 내고 난 후 책에 다 쓰지 못한 다른 말들이 내 마음속에서 자꾸 널뛰기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차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가 닿지 못할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 일터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이야기들은 대부분 한 사람의 생애 주기 중에 가장 변화가 많고 고민도 많은 시기인 20대, 내 딸들에게 전해줄 말들과 맞닿아 있더군요. 나는 그 시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고 ,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지만 마땅한 사람이 주변에 없어서 외로웠습니다. 때로는 살아온 시절을 부정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현실을 회피하느라 자신의 길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만약 내 딸들이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진즉에 했어야 할 말 들을 이제야 하려고 합니다. 남들에게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상처 주지 말고 키우세요. 지나고 보니 후회할 일 투성이 입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내 딸들에게, "지나고 보니 엄마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늦었지만 미안하다"라고 말할 용기는 내지 못했더군요. 시간 날 때마다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정작 딸들에게 해야 할 말들은 어색하고 쑥스럽고 자존심을 내세우느라 마른침과 함께 삼켜 버린 말들입니다.
내 딸들을 키우면서 했던 경험을 하버드 맘의 공부 수업에 썼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선배로서 들려준 이야기일 뿐,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인 내 딸들에게 직접 들려준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 메거진은 오롯이 내 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내가 너희들을 키우면서 행복했노라고, 그러나 미안하고 두려웠던 일도 적지 않았었노라고, 솔직하게, 눈치 보지 않고 써보려고 합니다
일기장에 써야 할 내용이 될 수도 있고, 딸과 단둘이 마주 앉아 들려줘야 할 비밀스러운 이야기 일수도 있습니다. 엄마로서 반드시 알려주고 싶은 세상 살아가는 요령에 관한 이야기. 맘에 들지 않는 세상을 힐난하고 헐뜯는 이야기도 있을 테고, 사랑하기 힘든 세상에 딸들의 사랑을 힘껏 응원하는 푼수 엄마의 이야기. 어쩌면 써놓고 부끄러워 작가의 서랍에 묻어둘 이야기도 많을 테지요.
이 메거진에 발행된 글이 하나도 없거나, 개수가 적다면 아직 발행하기를 클릭할 용기를 다 내지 못했을 뿐, 아무것도 쓰지 않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매거진을 만들고 글쓰기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