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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Feb 26. 2019

자라는 벽돌로 건축물 만든다?

살아 숨쉬는 신개념 건물인 '바이오텍처' 유행

산업 전 분야에 걸쳐 무기체(無機體)와 유기체(有機體) 간의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 숨쉬는 건축물’로 불리는 바이오텍처(biotecture) 형태의 건물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건축기술 전문 매체인 LAMA(Living Architecture Monitor magazine)는 건축 소재에 바이오 기술이 접목된 신개념 건축물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친환경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바이오텍쳐 형태의 건물들이 미래 건축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 기사 아래)



미세조류나 곰팡이 같은 특이한 유기체들을 건물에 적용

   
바이오텍처라는 용어는 신조어여서 사전적 의미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특정 목적을 위해 식물을 건축물에 접목한 것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외벽에 덩굴을 자라게 하여 냉·난방 효과를 좋게 만든 건물을 꼽을 수 있다.


외벽에 덩굴을 자라게 하여 냉·난방 효과를 좋게 만든 건물도 일종의 바이오텍처다 ⓒ archdaily.com


하지만 최근 지어지는 바이오텍처들은 덩굴로 건물 외벽을 덮는 것 같은 전통적인 건물이 아니다. 미세조류나 곰팡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유기체를 건물에 접목하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오텍처가 탄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2013년에 독일 함부르크시에 건축된 ‘BIQ(Bio-Intelligent Quotient)’를 들 수 있다. BIQ는 세계 최초로 미세조류를 활용한 건물로서, 신재생에너지의 자체 생산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세워졌다.
     
태양을 마주 보도록 설계된 BIQ의 외벽에는 미세조류가 들어있는 투명 탱크가 설치되어 있다. 건물 형태는 정육면체이며, 내부는 4층짜리 패시브 하우스로 꾸며져 있어서 총 15가구 정도가 거주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미세조류를 활용한 건물인 BIQ ⓒ hamburg.de


외벽에 설치된 투명 탱크는 일종의 광생물반응기(photobioreactor)다. 탱크 내에서 자라는 미세조류는 광합성 작용을 통해 바이오매스를 만들어내는데, 이때 발생한 열이 열 변환기를 통해 건물 곳곳으로 에너지를 전달한다.

     
이 같은 시스템에 대해 함부르크시 관계자는 “태양광과 이산화탄소가 결합되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충분한 바이오매스가 생산된다”라고 설명하며 “미세조류가 미처 다 사용하지 못한 태양광 에너지는 패널을 통해 전기로 변환한 다음, 온수와 난방에 사용된다”라고 밝혔다.
     
BIQ가 점차 유명해지자 함부르크시는 지역 내 관광명소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 함부르크 지역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 코스로 BIQ를 널리 홍보하고 있는 것.
     
이처럼 미처 생각지 못한 BIQ의 인지도 상승에 함부르크시는 현재 바이오텍처 형태의 건축을 장려하기 위한 세금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아파트 에너지 종량제를 시행하는 등 미래형 주택의 확산을 위한 기반 구축에 힘쓰고 있다.


함부르크시는 현재 바이오텍처 형태의 건축을 장려하기 위한 세금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 Wikipedia


건축 소재에 바이오기술 접목하여 보다 근본적으로 개선

   
BIQ가 기존 건물을 개조하여 만든 바이오텍처라면 미국의 건축 관련 스타트업들은 보다 근본적인 방법을 통해 바이오텍처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바로 건축 소재 제작 시 바이오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다.
     
미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위치한 바이오메이슨즈(BioMasons)社는 박테리아를 사용하여 벽돌을 제작하는 업체로 유명하다. 마치 산호초가 자라나는 것처럼 모래와 박테리아를 혼합하여 조금씩 크기를 키우는 방법으로 벽돌을 제작하고 있다.
     
바이오메이슨즈의 설립자이자 CEO인 ‘진저 도지어(Ginger Dosier)’ 대표는 “기존 방식으로 벽돌을 제조하면 구울 때 수 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라고 지적하며 “우리는 그런 공정 없이 박테리아를 사용하여 벽돌을 키우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12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혁신적인 벽돌 제조 방법으로 친환경 단체들이 수여하는 상들을 휩쓸다시피 했다. 현재 바이오메이슨즈는 파일롯 플랜트를 통해 하루 1500개의 벽돌을 생산하고 있다.
     
물론 하루 1500개의 생산량은 기존의 벽돌 제조 공정에 비해 효율 면에서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생산규모를 늘리지 않으면, 결국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기존 공정에 비해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박테리아와 모래를 혼합하여 개발한 숨쉬는 벽돌. 조금씩 크기가 커진다 ⓒ Bio-Masons


이 같은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도지어 대표는 정부와 산업계에 투자를 촉구하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기존의 화학물질에서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처음부터 탄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자동차인 전기차가 일정한 수요를 이룰 때까지 정부가 지원했던 것처럼, 박테리아로 만드는 대체 벽돌의 생산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바이오메이슨즈과 유사한 사례로는 미 뉴욕시에서 건축용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고 있는 에코베이티브(Ecovative)社가 꼽힌다. 이 회사는 버섯 균사체로 만든 생분해성 소재인 마이코폼(mycofoam)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에코베이티브社가 주력하고 있는 소재는 건축 용도의 소재보다는 전기와 관련된 화재사고나 감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절연소재들이다. 최근에는 뉴욕시 박물관에 절연 소재로 쓰일 수 있는 1만 개의 ‘자라는 벽돌(grown bricks)’을 납품하여 화제를 모았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기존 절연소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낡아져서 훼손되는 경우가 잦아지만, 우리가 제공하는 소재는 스스로 자라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튼튼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e%90%eb%9d%bc%eb%8a%94-%eb%b2%bd%eb%8f%8c%eb%a1%9c-%ea%b1%b4%ec%b6%95%eb%ac%bc-%eb%a7%8c%eb%93%a0%eb%8b%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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