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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 Jan 06. 2022

끝나지 않은 퇴사 일기



글을 내린 후 브런치에 들어오지 않았다. 주로 블로그에 글을 썼고 브런치는 까맣게 잊고 살았다. 오늘 오랜만에 들어와보고 깜짝 놀랐다. 여전히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있고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다니. 그 댓글에 답을 하지 못한 것이 죄송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글을 볼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잘 쓸걸 그랬다(마음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간의 소식을 전하자면, 우선 나는 결국 면직했다. 2021년 가을의 일이었다. 공무원 퇴사일기를 쓴 지 2년 만에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 많은 고민과 좌절이 있었지만 모래알만한 믿음과 희망으로 겨우 그만둘 수 있었다. 


그만둔 걸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통장 잔고는 늘 아쉬웠고 어디 가서 백수라고 말할 때마다 작아졌다.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육아휴직이 부러워졌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그만두지 말걸 그랬나-하다가도 결국 이 문장은 내가 어떤 열매를 맺느냐로 끝이 난다는 걸 알았기에 부지런히 앞으로 나아가려 애썼다.


앞으로 뭘 해먹고 살 것인지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고 나름 계획을 세운 후 그만뒀으면서도 나는 방황했다. 안정적인 직장의 울타리를 냅다 차버리고 호기롭게 나온 나였지만 세상은 냉혹했다. 새로운 일을 하기에 많은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에서는 그리 적은 나이로 보지도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이만큼인데 할 수 없는 것은 너무 많았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날이 늘어났고 간극을 느낄 때마다 울었다. 


지금은 내린 브런치 글에 댓글이 하나 있었다. 어떤 비전을 가지고 직장을 그만두려 하냐고. 그 질문을 잊지 않으려 애썼다. 내가 포기한 것들을 기억하고 내가 되고자 하는 모습을 그리며 온몸으로 밀고 또 밀고 나갔다.


  




올해 나는 로스쿨 신입생이 된다. 3월, 봄의 생명력을 기대하며 나의 또 다른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힘든 날들을 보냈다. 면직이 실패처럼 느껴졌고, 내 선택이 맞는지 걱정됐다. 그러면서도 나를 믿지 못해서 괴로웠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너무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닐까?


그럴 때마다 남편이 내게 해준 말을 떠올렸다.


사람은 대부분 자기가 생각한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야.

너 자신을 믿지 못하겠다면, 너를 믿는 나를 믿어.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무사히 로스쿨 입시라는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로스쿨 동기들은 나보다 한참 젊고 쌩쌩해 내가 따라잡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는 그 시간만큼 더 많은 경험을 했으니까. 내가 국세청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느끼고 배운 것들로 나라는 사람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었고 그 폭은 다른 일을 하더라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이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브런치를 찾는다고 생각한다. 옷을 벗어던질지 몸을 옷에 맞출지 고민하는 사람들. 


Choose your love, Love your choice. 내 블로그 이름이기도 한 이 문장을 아주 좋아한다. 무엇을 선택해야할지 혼란스러울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옷을 벗어던지는 것과 몸을 옷에 맞추는 것 중 자신의 사랑을 선택한다면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선택을 했더라도 후회할 수도 있다. 나처럼. 그러면 또 다시 고민하고 한 번 더 선택하면 된다는 걸 나는 면직 후에 배웠다.


선택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는 않지만 내가 살아가야할 인생의 무게를 생각해보면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부디 사랑할만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응원하고 싶다.


공무원 퇴사 일기를 쓰면서 내 도전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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