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짜장면 + 탕수육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점심에 기름진 게 땡긴다. 기름진 음식 중 가장 친숙하고 가성비 갑에 호불호 없는 음식은 짜장면밖에 없다. 짜장면은 이제 우리나라 토종 음식으로 편입시켜야 된다.
그런데 짜장면만 먹으면 뭔가 좀 아쉽다. 그래서 곱빼기를 시켜보지만 배만 부르고 그래도 아쉽다. 그래서 탕수육도 같이 먹어줘야 한다. 기름+기름 조합이라 먹고 나면 한 동안 기름진 거 생각 안 난다. 하지만 맛은 최고다. 면만 먹으면 배가 금방 꺼지는데 돼지고기가 들어가 주시면 오후 시간까지 배고플 일 없다. 직장인 점심의 탕수육은 보통 누가 쐈을때 먹는 음식이므로 만족감이 두 배다. 내가 쐈는데 다른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잘 먹었다고 하면 그 또한 기분 좋은 일이다.
2. 부대찌개 + 라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점심에 칼칼한 게 땡긴다. 스트레스의 원흉이 많은 직장 생활에서 점심에 칼칼한 거 먹으며 심신을 달래야 한다. 칼칼한 거? 그러면 선택지 몇 개 중 최상위권 음식에 부대찌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부대찌개 집은 유독 직장 주변에 많은 듯.
부대찌개에 호불호가 있을 수 있나. 단, 흰색 옷을 입은 날이면 부대찌개는 먹기 싫다. 어쨌건 한국인 스타일의 칼칼한 국물과 배를 채워줄 각종 햄, 소시지들. 흰쌀밥에 햄과 국물을 한입 크게 떠서 먹으면 세상의 수많은 고민과 근심은 한낱 허상에 불과함을 느낀다.
그런데 부대찌개에서 라면이 빠지면 안 된다. 국물이 보글보글 끓을 때쯤 투입되는 라면. 라면이 들어가면 국물 맛도 바뀌는데, 바뀌어야 부대찌개는 완성된다. 간혹 찌개에 얹어주는 사리면을 돈 받고 파는 업소들이 있다. 정말 예의 없는 가게다. 그깟 사리면 도매로 구매하면 단가 얼마나 한다고 천 원씩이나 받아먹나. 부대찌개에 라면은 빠지면 안 되고 그거 공짜로 넣어줘야 한다. 그게 부대찌개 집의 근본 자세다.
3. 라면 + 김밥
라면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아침에도 저녁에도 어려서도 나이 많아도 라면은 항상 맛있다. 그러나 나이 들 수록 라면을 좀 멀리하게 되는데 요즘에 나오는 다양한 종류의 라면들 때문에 어떻게든 먹게 된다.
라면은 훌륭하지만 그 자체로는 영양이 부족한 식품이다. 영양이 부족하니 우리 몸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신호를 보낸다. 라면 하나 먹고 나면 배고파진다는 얘기. 성인 남성 기준으로 라면 하나는 좀 아쉽다. 그렇다고 두 개 먹기는 그렇다. 그래서 라면에 김밥을 하나 먹어줘야 한다. 부족한 영양을 김밥으로 채울 수 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조합, 얼큰한 국물에 쌀밥이 들어갔는데 만족스럽지 않을 수 없다. 라면에는 무조건 김밥이다.
4. 햄버거 + 탄산수
아주 가끔 점심에 빵식이 땡길때가 있다. 밀가루로 배를 채우고 싶은 날이 있다. 그때 가장 좋은 건 햄버거다. 배달도 잘 돼서 비 오거나 날이 덥거나 춥거라 악천우 발생 시 햄버거는 최우선 순위 메뉴가 된다.
하지만 햄버거의 패스트푸드 이미지, 건강에 안 좋을 거라는 인식 때문에 햄버거를 먹고 나면 죄책감이 든다. 거기다 고칼로리. 먹고 나면 살찔까 봐 걱정도 된다. 그래서 요즘 자주 먹는 조합이 햄버거 + 탄산수다. 햄버거로 생긴 체중에 대한 죄책감을 탄산수로 면죄받는다.
제로 콜라? 제로 콜라의 칼로리가 제로가 아니란 건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 거기다 맛도 오리지널 콜라와 거의 비슷하니 칼로리 제로라는 말에 믿음이 안 간다. 탄산수는 다르다. 물에 이산화탄소를 섞은 탄산수는 콜라의 훌륭한 대용품이다. 칼로리가 제로라는 말도 믿음이 간다. 또 보통 햄버거 가게에서 오는 콜라는 펩시인 경우가 많은데 코카콜라 아니면 그냥 탄산수 먹는 게 낫다.
5. 김치찌개 + 계란말이
김치찌개는 완전식품이다. 거기에는 뭘 더하고 뺄 게 없다. 가끔 김치찌개에 라면을 넣어주는 집이 있는데 그건 맛에 변질을 가져올 뿐이다. 김치와 돼지고기의 조합. 그것 자체로 완전하다. 고로 참치 김치찌개는 예의가 아니다.
김치찌개 집 가면 계란말이를 필수로 판다. 김치찌개가 완전한데 계란말이는 왜? 거기다 보통 계란말이가 김치찌개 1인분보다 비싸기도 하다. 그런데 팀원 4명이 가서 김치찌개 4인분 시키면 좀 많다. 국물이 큰 포지션을 차지하니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찌개만 4인분 시키는 건 오바다. 그럼 3명은 찌개, 한 명은 계란말이. 이렇게 시키면 식단도 다양화할 수 있고 찌개 양도 적당하고 조합이 좋다.
두툼하게 조리한 계란말이. 집에서 하면 이 맛이 안 난다. 그래서 찌개 집의 계란말이는 특별하다. 큰 거 한 개 집어서 케첩 한 면 찍고 반쪽 베어 문 후 찌개 국물 들이켜면 캬~뭐 더 얘기할 것 있나. 계란도 완전식품인데 김치찌개도 완전식품이니 직장인은 비로소 점심시간에 완전해진다.
다 먹고 계산할 때 계란말이가 김치찌개보다 비싸면 직장 상사가, 싸면 후배가 낸다. 선후배의 배려 문화마저 엿볼 수 있는 훈훈한 점심시간.
6. 점심 + 한 잔
예전엔 점심시간에 소주 마시는 어른들을 보며 에휴~~ 알콜 중독인가? 이렇게 한심한 눈으로 바라봤다. 나이 먹고 점심에 한잔 해보니, 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데도 이때만큼은 술이 맛있다. 자주 먹거나 하진 않는다. 가끔 이벤트식으로 한 번 마신다. 맥주를 먹을 때도 있고 소주를 마실 때도 있다. 4명이서 소주 한 병이면 두 당 2~3잔 나온다. 요정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수준이다. 두 병 마시면 알딸딸해진다. 그럼 오후 업무 못 본다. 그래서 한 병 정도로 끝낸다.
업무의 스트레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함이 점심 먹으면서 반주 한잔으로 말끔히 씻겨진다. 세상의 어려운 문제도 뭐 사는 거 별거 있나? 이렇게 귀결된다. 반주 한잔 먹으면 기분 좋게 회사에 들어갈 수 있다. 특이한 건 회사 점심 + 여러 명 + 몇 잔이라는 조건이 딱 맞아야 맛있다. 이 조건중 하나만 빠져도 그 맛이 안 난다. 아마 근무 중에 술을 마신다는 일탈 감, 그 일탈을 여러 명이 같이 했다는 게 맛에 한몫하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