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뿌님팟퐁커리 먹은 이야기
엄마와 차로 2시간 거리에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엄마는 항상 저를 자주 만나고 싶어 하셨지만, 회사일과 바닥난 체력을 핑계로 엄마를 잘 만나러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제가 회사에 나가지 않게 되자 엄마는 무척 좋아하며 자주 만나고 싶다고 하셨죠. 그리고 한동안은 일주일에 한 번씩 점심을 먹자고 하셨어요.
이제 제게는 매주 점심 메뉴를 짜야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충격적이게도 저는 엄마가 어떤 걸 좋아할지 잘 모르더라고요. 먼저 우동과 감자탕은 실패였습니다. 내색은 하지 않으셨지만 저는 딸내미입니다. 엄마의 얼굴을 보면 다 안다고요. 엄마는 둘 다 좋아하지 않으셨죠.
저는 조금 더 머리를 굴려봤습니다. 엄마가 어떤 걸 좋아하실지요. 그래서 이번 주에는 대담하게 메뉴 선정을 했습니다. 엄마가 먹어본 적 없는 태국 음식점으로 모셨습니다.
처음에는 불안해하던 엄마도 음식을 드셔보더니 표정이 밝아지셨죠. 특히 뿌님퐁팟커리를 좋아하셨어요.
“딸, 이게 이름이 뭐야? 계란 속에 게가 통째로 있네!”
“뿌님팟퐁커리야.”
“어머나, 이름이 어렵네…”
생소한 이름을 되뇌던 엄마는 카톡으로도 남겨달라고 하셨습니다. 엄마에게 무언가 알려줄 때는 기분이 묘합니다. 뿌듯함과 비슷한 감정이 들거든요.
엄마는 항상 뭐든 알려주시는 분이었습니다. 어릴 적 제 세상은 모두 엄마가 알려준 것이죠. 걷는 것, 말하는 것, 입는 것 등등 엄마의 세상에서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샌가 나이를 먹고 엄마와 떨어져 지내면서 저는 엄마의 밖의 세상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엄마가 잘 모르는 것들을 제가 알려줄 때도 종종 생겼습니다. 이날 점심으로 뿌님퐁팟커리를 알려드린 것처럼요.
60년이 넘는 삶에서 처음 접하는 음식에 활짝 웃는 엄마는 예뻤습니다.
분명 엄마에게 세상을 배워갈 때의 저도 저렇게 활짝 웃었겠지요.
여전히 엄마는 저보다 많이 알고, 현명합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엄마가 모르는 것도 압니다.
저는 엄마에게 제가 배운 것들을 많이 알려주고 싶습니다. 이것이 뭐든 알려주었던 엄마에 대한 보답이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엄마, 이제는 내가 알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