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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랑 Mar 04. 2024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은 남이 알려줬다

30대 진로 탐색의 끝자락


남이 찾아준 ’좋아하는 일‘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다들 겨울 잘 보내셨나요?

저는 지난겨울의 시작에 퇴사를 했고, 겨울이 끝내며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답니다.

말도 안 되고, 생각도 해보지 않았지만, 제게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일을요.


정말 의외였던 것은, 그 일을 찾은 것은 제가 아니었습니다.

제 친구들이었어요.




불안으로 헤매던 겨울


지난 11월, 대책 없이 퇴사를 했습니다.

무턱대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하면서요.


직업으로 삼을 정도로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오만 것들을 조금씩 해보고 그만두기를 반복했지요.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가고, 통장 잔고는 줄어갔습니다.


초조했습니다.

당장 워크넷에 이력서를 써야 할 것 같던 날도 있었습니다.

당근의 알바탭을 뒤져보며 한숨을 쉰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퇴사를 할 때 다짐한 것을 떠올리며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저는 그때 꽤나 비장하게 다짐했었거든요.

어떤 일을 하던지 돈이 첫 번째 목적이 아니기를요.

돈은 무척 소중하지만, 돈이 첫 번째가 되는 순간 꽤나 비참해지니까요.


저는 제 소망과, 불안한 현실 사이에서 매일매일 오락가락하며 겨울을 보냈습니다.





생일은 아니지만 생일을 기념하던 날


선명하게 알게 된 것


제 생일이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시간이 맞는 생일과 가까운 날이었습니다.

이 친구들과는 생일이 비슷해서 항상 다 함께 생일 파티를 하고는 했지요.

친구들은 제게 선물을 주었고, 저는 그 애들의 그림을 그려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근황을 서로 이야기하다가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나 사실은, 너희 생일 그림 그리는 게 제일 재밌었어...”


언제나 장난기 많던 친구들이 이번에는 제 말을 진지하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항상 네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


이 애들은 저를 20년 동안 지켜보았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해준 말의 무게는 남달랐습니다.

늘 혼란스러웠던 생각들이 갑자기 깨끗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지난겨울의 방황 속에 그림을 그린다는 경우의 수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머릿속에서만 구상한 그림을 그릴 때는 금세 지쳐버려서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지요.

사진을 보고 그와 똑같이 그려주는 그림도 권유받은 적 있지만 선뜻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그릴 때는 너무나 재밌었습니다.

대화를 하며 그 사람이 원하는 그림을 함께 구성해서 그리는 것이 너무너무 재밌었어요.



최근에 그렸던 지인들과 강아지, 고양이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모르겠지만, 저는 누군가를 그려주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 사람만의 고유한 ‘퍼스널 아트‘를 말이죠.

그걸 선명하게 알았습니다.


겨울과 방황이 끝나가는 날입니다.






ps.

‘나만의 그림’을 받으면 어떻게 쓰고 싶으신지 아이디어를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만약 누군가를 위해 ‘퍼스널 아트’를 그렸다면 그분이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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