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랑 Apr 12. 2024

시급 1,000원 첫 주문의 교훈

그동안 완전히 잘못 생각했을지도?


비공식 첫 주문


첫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친구가 직장에서 기념할 일이 생겨 동료분들에게 그림 선물을 해주고 싶다는 거예요.

대뜸 ’얼마면 되니!‘라고 물어보는 친구에게 대답하기 난처했습니다.

아직은 상품 구성이나 가격 책정을 정확하게 정하지 않았거든요.


더구나 이 친구는 제가 어려울 때 무심한 척 여러모로 도와주던 아이였습니다.

차마 돈을 받을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우물쭈물 얼버무리니 친구가 알아서 돈을 보내버렸습니다.

이렇게 비공식적인, 첫 주문이 시작되었습니다.




네? 시급 1,000원이요?


저번에 적었던 글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돈보다는 다른 사람의 안녕을 기원하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었죠.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여러 명을 그리면서 꽤 늘어난 작업시간에 저도 모르게 친구가 보내준 돈과 시간을 헤아리고 있더군요.

계산을 끝내보니 이 작업의 시급은 대충 1,000원쯤 했습니다.

안일하게 생각했던 현실이 제게 묻는 것 같았습니다.


“너 정말 돈 필요 없어? 돈을 벌려면 식당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게 나을 걸?”




그래도 재밌는 걸


근데 말이죠.

이제껏 친구들만 그리다가

모르는 누군가를 그린다는 건 정말 재밌더라고요.


제가 입을 리 없는 옷을 그리고

제가 가본 적 없는 곳을 그리고

제가 만난 적 없는 사람을 그리는 건

제 세계가 넓어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동안 제가 누군가를 위해 그린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려보니 제가 오히려 더 많이 배우는 기분입니다.


어쩌면 저는 다른 사람들을 그리며

제가 모르는 세상의 조각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림을 통해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다니 감사한 일 아닌가요?

생각이 자꾸 이쪽으로 뻗는 걸 보니, 저는 이런 일을 정말 하고 싶어 하네요.


개인정보 잔뜩이라 블러처리한 첫 주문의 결과물!




물론 시급 1,000원보다는 조금 더 가격을 받아야 할 것 같네요.

그래야지 제가 투덜거리지 않고 좋은 마음가짐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너무 비싸면 또 안되겠죠?

휴,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시작은 두려움과 함께라지만 너무하잖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