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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사유 Jan 07. 2024

글을 쓸 때의 발가벗은 것 같은 이 부끄러움이 좋다.

사실 언제나 글을 쓰면서, 이 글이 내 마지막 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내가 죽기 전, 세상에 남을 글을 써야 한다면,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아마도 나는 내가 쓰는 마지막 글임을 알면서도 구구절절한 이야기보다는 쓰던 이야기를 쓸 것이다.     


나는 거짓말을 못 한다. 그래서 글도 거짓으로 쓰지 못한다. 그럴싸한 거짓들로 포장된 달콤한 글들을 써 내려가지 못한다. 그래서 쓰는 글들이 죽음에 관해서, 살아가는 것에 관해서 하염없이 반복할 뿐이다.   

   

불안하다. 내가 죽음을 선택할까 봐. 아무렇게나 되라고 살았는데, 아무것도 못 되어 버릴까 봐.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운명인데, 글을 쓰지 못하게 될까 봐. 그런 불안한 마음을 또 글로 푼다. 내 글도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아직 죽지 않았다면, 오늘도 한 번의 태양과 한 번의 달을 만났고, 구름이 내 머리를 지났고, 오늘도 역시 나는 글을 쓰고 있을 뿐이다. 나는 사는 것보다 간절하게 글을 쓴다. 혼자 바둑을 두는 심정으로 내 글을 끊임없이 복기한다.      


아직 아무것도 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아직 꽃을 피우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뿐이었다. 글을 쓸 때의 발가벗은 것 같은 이 부끄러움이 좋다. 팬티 한 장 안 걸치고 스스럼없이 나의 치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이 짜릿함에 중독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내 글은 꾸밈이 없고 투박하다. 그냥 뚜벅뚜벅 걸을 뿐이다. 다른 작가들의 글이 어쨌건 일단 나는 길을 걸어 본다. 글이 사람 따라가나.. 내 분신과도 같은 것 같다. 그럼 너도 죽음을 원하겠구나.    

  

글의 죽음은 무엇일까. 아마도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겠지. 이러나저러나 내 글인데, 글 속에 나를 지우면 안 되지 않을까.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설령 유명해지더라도 나를 잃지는 않아야지.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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