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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해성 Jan 06. 2024

평범하지 않은 평범한 날들

평범하지 않은 평범한 날들     


내게는 그저 평범한 하루가 특별한 하루처럼 여겨지는 고자극의 하루들과 괴로움만이 하루에 남아있다. 주변의 소음, 사람들의 말소리와 귀를 긁는 이상한 노이즈들. 그 모든 것이 내 뇌를 자극한다.   

   

생각해 보면 나는 어릴 적부터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었다. 해리포터를 극장에서 보다가 소리에 놀라 오줌을 싸곤 했고, 아이들이 시끄럽게 지내는 목소리와 몸짓들이 싫어서 그들과는 가까이 두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나 자신 또한 부주의하고 산만하고 시끄러운 사람이라 모순적인 사람이다,      


예민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내가 나약한 걸까. 답이 없는 문제들이 내 뇌리를 스칠 뿐이었다. 아무튼 나는 예민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어쩌면,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소리에 너무 예민한 사람이라 시각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평범하지 않은 평범한 날들 속에서 나는 밥을 안 먹을지언정 책을 안 읽지는 않았다. 분야는 중요하지 않았고, 종이책과 전자책 둘 다 상관이 없었다. 가끔은 글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활자를 읽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냥 글의 이해가 아니라 ‘가나다라마바사’의 연속을 구경하는 느낌이다. 아무렴 어떤가, 예술은 어떤 식으로든 즐겼으면 그만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소리에 예민함이 극치에 달할 때면 출근길과 퇴근길에 소리를 최대로 하고, 노래를 틀어놓는다. 나는 불규칙적이고 돌발적인 소음에 굉장히 취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규칙적인 리듬인 노래의 소음이 그나마 더 좋을 때가 많다. 나아지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간혹 가다 존재 자체가 소음인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꽤 자주) 물론, 존재가 실례인 사람은 없다고 하고, 그렇게 배워 왔지만, 가끔은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말을 명확히 못 하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다. 이웃을 사랑하라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잘 모를 정도로 내 균형을 깨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와는 결이 안 맞는 사람들, 그래서 대부분 사적으로 친해지기보다는, 공적인 관계에서 관계를 지속해 나가는 경우고, 때에 따라서는 관계를 정리하고는 한다. 그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내 체력이 부족한 탓이다.      


글을 쓸 때, 노래를 틀어놓는 데 가만 생각해 보면, 노래가 감미롭게 들릴 때 이런 글이든 소설이든 잘 써지는 것 같다. 귀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계에서 살면 좋을 것 같다. 내 귀도 싹둑 자르고 그 세계 속으로 가고 싶다. 이런 귀도 어딘가 쓸 때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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