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2
최근 한 달 가까이 원인 모를 무기력함에 빠져버렸다. 감사하게도 일은 꾸준히 있어서 이번 상반기 농사는 이만하면 훌륭하다 싶은 성적인데, 저기 깊은 곳에서 공허한 감정이 느껴졌다. 자위하듯이 지금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해보기도 하고, 책을 읽어 보기도 했다. 아니면 아예 일을 안 하고 최강야구를 집중해서 보기도 했다.
왜 계속 힘이 빠지고 무기력해지려고 할까. 원인 모를 마음의 변화에 '어서 추슬러야지' 하는 생각도 있지만 이 놈의 원인을 내가 알아야 낫겠다 싶었다.
우선 최근 바쁜 일정 속에서 몇 개의 사건들이 있었다. 그것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데 어떤 일로 그 사이에 금이 가는 일이 생겼다. 그 뒤로 다른 사람들과의 일 속에서도 상식적이지 않은 말들을 뱉어낼 때면 그 말이 가슴에 탁 박히고 말았다. 가볍게 툭 던지는 말에도 '왜 이렇게 말을 하지'하면서 순간 속에서 화가 일고 만다. 지나고 나면 나도 맞받아치고 감정표현을 했어야 하는 것인가 싶다가 누군가에게 화를 내는 성격이 못 되는 탓에 그것마저 자책할 거리가 되고 만다. 영상을 만든 지 10년이 되어가는 시점. 기가 막히게 이 타이밍에 슬럼프라는 것이 찾아온 건가 싶기도 하고, 번아웃인가? 그 정도로 일을 했나..? 이 소란스러운 주위 환경에서 조금은 떨어져 고요한 채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이 소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이 일을 하는 것에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나에게 가장 큰 재미는 '팀 작업'이라는 것이었다. 각자의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나의 영상을 위해 힘을 보태고 의견을 나누면서 창작을 하는 과정이 나에겐 가장 큰 보람이었다. 최근에 일들은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람으로 채웠던 이 마음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람이 아닌 일 그 자체로 메워야 하나? 일에서 사람은 큰 기대를 하면 안 되는 것인가? 근 10년 아니 그보다 더 앞서 내 기질을 구성했던 어떤 요소들이 수명을 다한 기분이 들었다.
순수하게 돌아가던 10년의 삶에 동력이 끊겼다.
새로운 부품을 들여야 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