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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Cha Apr 24. 2023

공감의 무게

재정의하는 자유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는 국립국어원의 '자유'에 대한 정의 중, 두 번째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유 自由:

1.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
2. 법률의 범위 안에서 남에게 구속되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행위.

(2023.04 기준)


법률의 범위 안에서..? 진지하게. 정말 이 정의가 올바른 정의라면. '법만 잘 지키면 된 거 아니냐' 식의 사고방식 또한 자유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정의는 독일의 법학자 엘리네크가 말하는 법의 정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

- Georg Jellinek (1851~1911)


엘리네크가 말하는 ‘최소한의 도덕’을 풀어쓰면, '적어도 ~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뉘앙스가 있다. 즉, 근본적으로 '적어도 이것보다 못하면 안 된다'라고 사회적으로 동의하는 공감. 그 사회적 공감을 토대로 '최소한'이라는 개념이 법으로 제정되는 사회를 엘리네크는 말하고 있다.


잘 생각해 보자. '최소한 이 정도는 다 지키고 살 수 있지?'라고 말하면서 법을 제정하는 사회가 더 건강한 사회인지, '웬만하면 무슨 사건사고가 나든 상관 안 할 건데, 이건 좀 심했다야.' 싶을 때, 그때만 징계를 내리기 위해 법을 만드는 사회가 더 건강한 사회인지.



공감의 무게와 타인의 감정 ⚖️


 공감에는 무게가 있다. 그리고 그 반대쪽에는 공감의 무게와 반비례하는 '타인의 감정'이 있다. 공감의 무게와 타인의 감정은 마치 저울의 양 끝에 있는 것과 같아서, 공감이 가벼울수록 상대방의 감정은 더 잘 내려간다. 불쾌함, 불편함, 괴로움 등. 즉, 저기압이라 부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반대로 공감의 무게가 묵직할 수로, 타인의 감정은 올라간다! 그 공감이 너무 묵직해 상대방이 감동이라도 받는다면, 상대방의 기분은 고기압의 맑은 감정상태가 된다. 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현상인가. 그래서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어야 한다.


따라서, '법을 어기지는 않았잖아!'라는 것은 자유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자유라 쓰고 방종이라 읽는, 모든 행동들을 합리화하는 근거는 더더욱 될 수 없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의 법에 대한 정의는 틀렸다. 자유에 대해 다시 정의를 내리자면, 나는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싶다. 

타인의 감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신의 삶을 만끽하는 행위 또는 상태.





공감은 선택일까


 집 앞 편의점부터 내가 손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음식 또는 음식 재료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어떤 공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모를 다양한 옷 등등.. 내가 이것들을 돈만 주면 바로 살 수 있다는 건 사실 당연한 것이 아니다. 내가 청소하지 않아도 깨끗하게 유지되는 거리와 공공의 장소들, 저녁에 주문해도 다음날 아침이면 택배를 받아 볼 수 있는 나라에 산다는 것 또한 당연하지 않다.


심지어 얼마 전 까지는, 코로나 사태로 사회의 많은 부분들이 마비될 위기에 처했었다. 그제야 비로소 알게 된 것들 중에는 우리가 평소에 너무 당연시했던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렇기에 나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살기에는 중요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나의 일상을 온전히 나 혼자 이룰 수 없다면, 나는 이미 누군가와 함께 이 세상을 살고 있다는 명제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사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매일의 삶을 볼 줄 아는 태도, 그래서 타인의 삶에 최소한의 공감을 넘어 자그마한 존중을 품고 사는 태도. 그런 삶의 태도가 그 나라의 국민성을 결정하지 않을까. '나는 자연인이다!' 외치며 자연 속에서 혼자 살 것이 아니라면, 사실 공감이라는 것은 우리의 선택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Meta Keyword:

공감의 무게, 타인의 감정,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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