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에서 공유로.
이전에는 공유 경제에 대한 개념이라고는 '아나바다 운동', 더 나아가 '정수기 렌탈' 정도였다. 하지만 2019년 지금 공유 경제를 논하고자 하면 해당되지 않는 분야가 없다. 집(에어비엔비), 오피스(위워크), 차(쏘카), 자전거(따릉이) 등 논하려고 하면 끝도 없어 보인다. '내 집이 아닌 곳에서 어떻게 자?', '남의 차를 어떻게 타?'와 같은 관점에서 '집을 왜 사?', '차를 뭐하러 사?'와 같은 관점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충분히 자리 잡은 듯하면서도 여전히 문제가 되는 부분들이 발생하고는 있다. 공유경제는 크게 1) 기업이 재화를 소유하여 공급자 역할을 하는 공유경제(쏘카, 위워크, 따릉이 등)와 2) 기업이 재화를 소유하지 않고 재화를 가진 공급자와 수요자를 이어주는 공유경제 플랫폼(에어비엔비, 우버 등)이 있다. 전자에서는 재화의 관리 문제가, 후자에서는 재화의 관리에 더해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에 관한 이슈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점차 해결될 것이다. 혹은 해결되지 못하더라도 공유경제는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상에 완벽한 비즈니스는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소유'에서 '공유'로 옮겨가는 걸까.
공유 경제의 부흥은 크게 4가지 이유로 설명된다.
1) '소유'의 양면성
2) 낮은 진입장벽
3) 넓은 수용범위
4) 높은 가치평가(기업의 입장)
1) '소유'의 양면성
'공유'와 대비되는 '소유'는 양면성을 지닌다. 언뜻 보면 자동차를 빌려서 타는 것보다 차를 소유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항상 내 차를 가지고 있다는 만족도', '온전히 내가 통제할 수 있음을 느끼는 것'은 중요한 포인트다. 하지만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처럼 소유에도 책임이 따른다. 앞의 장점들을 책임의 관점으로 뒤집어 보면 항상 내 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가지고 있을 공간이 필요하고 권리에 따른 관리비(세금을 포함하여)를 내야 된다. 온전히 내가 통제할 수 있음은 온전히 내가 통제하여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동차에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차량 문제 등)을 내가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무언가를 소유할 시에는 대체로 다른 것을 소유하기가 어렵다. (돈이 많다면 가능한 일이긴 하다.) 자동차를 예시로 제네시스를 사면 BMW를 소유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제네시스를 팔고 BMW를 사는 경우에는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동차가 소유와 동시에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대표적인 예시이긴 하다.) 하지만 공유를 택할 경우에는 손쉽게 옮겨갈 수 있다. 여기에도 비용이 발생하긴 하지만 소유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기회비용과 비교할 때는 매우 합리적인 수준이다.
이러한 소유의 양면성은 소유가 무조건적으로 좋지는 않은 이유이다. '공유'를 선택했을 때는 '소유'할 때 얻을 수 있는 권리는 얻지 못하지만 표현하자면 '소유의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를 얻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공유라는 선택지에 더 매력을 느껴가고 있다.
2) 낮은 진입장벽
공유는 소유보다 시도하기가 쉽다. 비용적인 측면과 심리적인 측면 모두에서 그렇다. 먼저 비용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자동차를 소유하기 위해서 우리는 막대한 돈을 지불하여야 한다. (중고차라는 옵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몇 천만 원의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유를 통해 자동차를 얻으려면 몇만 원(쏘카의 경우 시간 단위이다.), 더 나아가서는 몇 백만 원(대표적으로 제네시스 스펙트럼)으로 가능하다. 여기서 소유와 공유에서 각각이 의미하는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용 비교는 어려우나 두 선택지를 선택할 때 가지고 있어야 할 비용을 생각해보면 쉽게 납득이 된다.
심리적인 측면은 비용적인 측면과 맞닿아 있다. 몇 천만 원을 지불하여야 하는 선택이라면 우리는 매우 신중해지기 마련이다. 많은 돈과 소유할 시간을 고려하여 선택하여야 하고 한 번의 선택은 오랜 시간 동안 되돌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공유는 비교적 쉽게 결정할 수 있다. 한 번의 선택에 드는 비용이 크지 않고 선택이 미치는 유효 기간이 길지 않다. (비용과 기간은 사람에 따라 매우 상대적으로 느낄 수 있으나 소유와 공유를 직접적으로 비교했을 때를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는 소유보다 공유에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이러한 낮은 진입장벽은 많은 사람들이 낯선 개념이었던 공유에 한 번쯤은 도전하게 만들었고 공유의 매력을 알게 한 것이다.
3) 넓은 수용범위
진입 장벽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소유는 금전적 능력으로 대표되는 일정 부분의 능력이 필요하다. 돈이 있어야 소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돈이 있는 사람으로 소유의 수용 범위가 좁혀진다. 이에 반해 공유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열려 있다. 재정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이 차를 소유하기는 어렵지만 차를 공유하는 것은 가능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금전적인 부분에 그치지 않는다. 1)에서 설명된 소유에 따르는 책임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소유를 할 수가 없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공유가 더 적은 사람들만이 행할 수 있는 소유를 능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넓은 수용 범위는 곧 사회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를 보편적으로 인식하면 공유가 보편적인 형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동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4. 높은 가치평가(기업의 입장)
앞의 이유들과는 조금은 결이 다른 이유이다. 공유 혹은 소유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아닌 기업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수요의 변화에 따라 기업들의 행태가 달라진다고 볼 수도 있지만 분명 기업은 그렇게 수동적인 존재만은 아니다. 기업이 소유가 아닌 공유를 하려는 이유가 있다.
공유는 더 큰 확장성을 가진다. 택시 회사와 우버를 비교할 때, 택시 회사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수의 택시가 필요하다. 돈이 무한정으로 있다면 가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에 반해 우버는 시스템을 가지고 확장할 수 있다. 기업이 택시를 소유하지 않기에 역설적이게도 훨씬 큰 확장성을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확장성은 기업 가치와 직결되고 기업은 매출 혹은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한 행보를 추구하는 것이다. 호텔을 1 채도 소유하지 못한 에어비엔비가 세계 1위 호텔 체인 기업인 힐튼 호텔보다 더 높은 가치 평가를 받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기업은 더욱 소유를 꺼릴 것이다. 소유는 눈에 보이는 자산이면서도 속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확장은 소유하지 않을 때 더 용이하다. (이 글에서 소유는 대체로 재화를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공유경제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예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이지만 집을 공유하고 차를 공유하는 등의 현재 행태는 크게 놀랍지는 않다. 향후 어떤 공유경제가 펼쳐질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사람 혹은 돈 더 나아가 많은 것들이 공유 경제의 새로운 개체가 되지 않을까 싶다.
훗날, 그중에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