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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kret Jun 24. 2019

'타다'로 본 스타트업과 규제

혁신과 규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이제 서울에서는 '타다'라는 검은 글씨에 흰 카니발의 차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타다는 런칭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1000대가 넘는 차량을 운영하고 60만 회원을 확보하였다. 실로 놀라운 성장세다. 택시와 비교할 때 20~30% 정도 가격이 비싸다는 것 이외에는 대부분의 요소에서 우위의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고객들이 타다에 지불 의사를 표하고 있다.)


사실 당연한 처사이다. 택시가 지닌 불편한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부분을 공략하여 등장한 서비스가 '타다'이기 때문이다. 타다는 크게 1) 승차 거부 금지, 2) 쾌적한 차량 환경, 3) 드라이버의 서비스를 강점으로 하며 이러한 강점은 고객들이 택시가 아닌 타다를 찾게 하고 있다.


빠른 성장세와 고객들의 높은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타다와 관련하여 끊임없는 잡음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바로 규제와 관련된 이야기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택시인 듯 택시가 아닌 타다가 어떠한 원리로 작동하는 서비스인지 알아야 한다.


타다는 렌터카를 기반으로 한 차량 호출 서비스이다. 간단히 말해 타다 측에서 차량(카니발)을 렌트하고 대리기사(드라이버)를 고용하여 타다라는 서비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현행 법령 상 렌터카 업체가 렌터카를 빌린 사람에게 대리기사를 제공할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의 경우 대리기사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이러한 이유로 타다의 차량은 카니발이다.)


법망을 피해 혁신을 이룩한 ‘타다’


타다(TADA) - 렌터카를 기반으로 한 차량 호출 서비스

렌터카 + 대리기사 제공

(원칙적으로는 대리기사 제공이 불가하나 예외적으로 11인승 이상 15인승 승합차의 경우 가능)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택시업계에서는 타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유상 여객운송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의한 법류'상 근로자 불법 파견이라고 고발하고 있는데, 이 말은 즉슨 타다가 교묘하게 예외조항(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자동차의 경우 대여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음)을 이용해 기존에 법이 만들어진 취지(임차인의 직접 운전이 곤란해 이용자 불편이 초래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에 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34조 2항 : 누구든지 자동차 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외국인이나 장애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8조(운전자 알선 허용 범위) : 자동차 대여 사업자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동차 임차인에게 운전자를 알선하는 경우 - 바. 자동차 대여사업자가 승차 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

 



이처럼 타다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국내의 '스타트업과 규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렇다면 법망을 피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타다를 옹호하는 것이 맞을까. 혹은 편법(위법은 아니지만 법의 취지에 반하는 행위)으로 법망을 피해 간 타다의 서비스를 규제하는 것이 맞을까. 사실 어느 한쪽이 무조건적으로 맞다 혹은 틀리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떠한 점에 주목하고 나아가야 할지를 생각해보자.


1) 혁신을 막아도 되는가

2) 편법을 허용해도 되는가

3) 추세를 거슬러도 되는가

4) 성장만을 추구해도 되는가


1) 혁신을 막아도 되는가


타다의 서비스는 법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나온 혁신으로 볼 수 있다.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간 부분에 집중한다면 편법으로 볼 수도 있지만 타다의 서비스를 단순히 이윤 추구의 관점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타다는 승차 거부, 불친절한 택시 등의 고객들이 겪는 문제(혹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계속된 불만에 대한 대처로 승차 거부를 하는 택시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지만 고객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 그리고 더 이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한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이 타다이다.


타다는 비단 고객들의 문제만을 해결한 것이 아니다. 드라이버들이 겪는 문제점(사납금 제도,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을 해결하는 구조의 서비스이다. (역설적이게도 택시 기사님들이 가장 큰 반대를 하고 있지만 운수업 전반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라인업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더 빠른 승차 매칭 등의 발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타다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서비스이다. 타다를 규제하는 순간 우리는 고질적이었던 문제(고객들의 문제, 운수업의 문제)의 해결책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고객들의 반응이 보여주듯 사회의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타다를 무조건적으로 막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닌 듯하다.  


2) 편법을 허용해도 되는가


무조건적으로 타다를 옹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타다의 의도(문제 해결)가 긍정적이라고 하더라도 법의 취지와 다르게 법망을 피해 간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도 타다는 택시와 비슷하게 비치지(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타다와 택시의 차이점을 명확히 알지 못한다.) 임차인의 직접 운전이 곤란해 이용자 불편이 초래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한 서비스로 보이지는 않는다.


만약 법의 취지와 다른 서비스가 좋은 의도라는 이유로 허용된다면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서 절세(법망을 피해 탈세는 아니지만 합당한 세금을 걷고자 하는 세법의 의도에는 어긋난다.)를 한다면 기부(좋은 의도)를 하려고 했더라도 절세가 합리화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편법의 허용으로 피해(이익의 감소)를 받는 집단(타다의 경우 택시 산업)이 생긴다면 더욱 조심스럽게 대처해야 한다.


따라서 타다를 규제하자는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타다의 규제 주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택시 산업의 이권 쟁취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법은 국가 안에서의 약속이며 법은 의도하는 바를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3) 추세를 거슬러도 되는가


하지만 타다의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법의 의도, 타다의 의도를 고려해야 하는 동시에 시대의 흐름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혁신을 만들어 냈다.(대표적으로 우버는 지금까지도 택시 산업과 마찰이 있지만 유니콘으로 거듭나며 한 산업을 통째로 바꿨다.) 그리고 그러한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일고 있지만 규제로 인해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다.


과연 이러한 규제로 스타트업의 혁신 혹은 성장을 막는 것이 맞는 행위일까. 정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 혁명, 창업을 통한 경제 부흥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이에 반하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 스타트업 중 누적 투자액 상위 100개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을 국내에 적용하면 57개 사업이 규제에 저촉된다고 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규제하는가. 사회를 혁신할지도 모를 57개의 스타트업이 규제로 인해 꽃피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다시 한번 현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앞의 스타트업들이 나오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4) 성장만을 추구해도 되는가


앞의 추세는 보다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성장을 추구하는 동시에 우리는 상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타다의 허용으로 인해 한 산업(택시 산업)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면 모른 체해서는 안된다.


성장만을 추구할 때 얼마나 위험한 사회가 되는지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상생하려고 해야 한다. 다만 여기서 상생은 쥐고 있는 이권을 놓기 싫은 욕심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는 것이 아니다.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분명 타다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타다의 영향은 택시 산업에 경각심을 줄 것이고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하며 상생하고자 할 때 사회와 양 측은 모두 살아남을 수 있다. (성장과 상생, 한쪽만을 극단적으로 선택할 때 사회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타다 측과 택시 측은 모두 극단적인 옳고 그름을 주장하기보다는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동시에 그동안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앞의 이야기는 방법론보다는 스타트업과 규제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에 가깝다.


사실 나는 스타트업을 위한 규제 완화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나도 치우친 한쪽의 입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양 쪽이 자기의 목소리만 낼 때 대화는 발전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는 좋은 시작이다. 규제 샌드박스만으로는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법이란 그렇게 송두리 째 바뀌기는 어려운 영역이다.


우리는 스타트업이,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을 가로막는 것은 국가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될 수 있다.

동시에 혁신으로 성장만을 추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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