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 그거 꼭 해야 하는 건가. 난 말이지~
솔로 라이프를 찬양하고 비혼 주의를 추앙하는 수다를 한바탕 떨고 돌아오는 길.
뭐랄까 간만에 좀 똑 부러진 어른 사람이 된 기분에 잔뜩 도취되어버렸다. 아파트 복도에 울리는 부츠 굽 소리도 여느 날과 달리 경쾌하게 들리는 것만 같고..!
다녀왔습니다 ~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후 콧노래를 흥얼이며 부츠 끈을 열심히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고개를 든 순간,
오 봐 버렸다.
김이 솔솔 오르는, 갓 튀겨낸 새우를 내오는 오마니와 김치냉장고에서 갓 꺼낸 얼음맥주를 잔에 붓고 있는 아부지.
노란 전등 불 아래 마주 앉아 맥주잔을 부딪치며 두런두런 하루 일과를 나누는 30년 지기 소울메이트의 노곤 노곤한 저녁 풍경을. 얼결에 라이브로 목격해버리고야 만것이다...!
그 풍경은 불현 한 폭의 거대한 파도가 되어 손 쓸 새도 없이 나를 덥석 삼켜버렸고
곧 각종 의기양양한 논리들로 내 안에 뾰족뾰족 지어놓았던 모래성들을 부지불식간에 녹여내려갔다.
어어. 안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허나 이미 늦어버렸음을 깨닫는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풀렸고 그대로 현관 벽에 기댄채 쭈그리고 앉아서는. 저 따사론 풍경을 맥없이 한참 바라보는 일 말고 달리 할 일이 없었다.
피흉흉융융...
좀 전까지만 해도 터질 듯 팽팽했던 내 안의 비혼 다짐 풍선의 바람 빠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진다.
아. 저 잘난 하룻강아지는
오늘도 KO 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