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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ㄹim Dec 11. 2020

 피흉흉융융 。









결혼 ? 그거 꼭 해야 하는 건가. 난 말이지~  



솔로 라이프를 찬양하고 비혼 주의를 추앙하는 수다를 한바탕 떨고 돌아오는 길.


뭐랄까 간만에   부러진 어른 사람이  기분에 잔뜩 도취되어버렸다. 아파트 복도에 울리는 부츠  소리도 여느 날과 달리 경쾌하게 들리는 것만 같고..!



다녀왔습니다 ~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후 콧노래를 흥얼이며 부츠 끈을 열심히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고개를 든 순간,



 버렸다.


   

김이 솔솔 오르는,  튀겨낸 새우를 내오는 오마니와 김치냉장고에서  꺼낸 얼음맥주를 잔에 붓고 있는 아부지.

 

노란 전등  아래 마주 앉아 맥주잔을 부딪치며 두런두런 하루 일과를 나누는 30 지기 소울메이트의 노곤 노곤한 저녁 풍경을. 얼결에 라이브로 목격해버리고야 만것이다...!



그 풍경은 불현 한 폭의 거대한 파도가 되어 손 쓸 새도 없이 나를 덥석 삼켜버렸고


곧 각종 의기양양한 논리들로 내 안에 뾰족뾰족 지어놓았던 모래성들을 부지불식간에 녹여내려갔다.



어어. 안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허나 이미 늦어버렸음을 깨닫는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풀렸고 그대로 현관 벽에 기댄채 쭈그리고 앉아서는.  따사론 풍경을 맥없이 한참 바라보는  말고 달리  일이 없었다.

  


피흉흉융융...



좀 전까지만 해도 터질 듯 팽팽했던 내 안의 비혼 다짐 풍선의 바람 빠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진다.



아. 저 잘난 하룻강아지는


오늘도 KO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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