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생각만 하다가,
해보고 싶었던 마음 품고만 있다가,
곁눈질로 흘낏흘낏 훔쳐만 보다가.
집 앞 작은 공원이 텅 비어있던 밤.
용기를 내어 공원 안 난간 앞으로 다가갔다.
침 한번 꿀-꺽.
천천히 두 손바닥을 펴 맨 위의 난간을 감싸듯 짚고
조심스레 한쪽 다리를 들어 그 아래 난간에 툭 걸쳐보았다.
그리고 힘주어 종아리를 눌러본다.
앞으로 한번. 뒤로 한번.
그리고 다시 앞으로 한번 뒤로 한번.
'...앗...'
좀 더 지긋이
앞으로 한번. 뒤로 한번...
'뭐야... 너무 시원하잖아...'
그렇게 홀린 듯,
땡땡히 뭉쳐있던 알을 맹렬히 풀어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일이 내 안에서 일어났다.
종아리가 아닌 다른 곳이 덩달아 시원해지기 시작했던 것.
뭐랄까. 한동안 얹힌 듯 답답했던 명치께가 조금씩 풀어지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문득,
난간에 종아리를 굴리던 어른들의 표정이 왜 그토록 진지하고도
비장하였는지. 알 것만 같았다.
어쩌면 종아리를 풀면서 마음의 멍울도 함께 풀고 있던 건 아니었을지.
혼자만의 깨달음으로 고개를 주억이며
종아리 풀기를 이어가는데.(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새삼 궁금해졌다.
처음 이 난간필라테스를 시작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는 알고 있을까.
나의 이 작은 움직임이 삽시에 전국으로 퍼져,
이윽고 한반도 전역의 어버이 운동이 될 것이란 것을...!